해무사와 선사 측 과실 놓고 설전(舌戰)..해경 더딘 수사 비판여론 고조

전남 여수에서 일어난 원유 유출사고의 책임을 두고 GS칼텍스와 해운선사 측이 이견을 보이며 피해 주민들의 마음을 졸이고 있다.

해무사의 부주의를 거론하는 해운선사와 도선사의 과속여부를 주장하는 GS칼텍스가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해경의 더딘 수사와 초동대처 미흡에 대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 1일 오전 전남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 2부두에서 선박 충돌 사고로 파손된 원유관등의 구조물의 모습.

10일 여수해양경찰서의 폐쇄회로 분석 결과에 의하면, 당시 우이산호는 안전속도인 2~3노트보다 빠른 7노트의 속력으로 접안을 시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현재 사고 발생 후 해경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사대리점 측은 GS칼텍스의 ‘해무사 부재’를 놓고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우이산호 선사대리점 측은 “도선구역에서 부두 앞 3㎞까지는 평소 1시간 10분쯤 걸리는데 사고 당시에도 정상 속도로 운항했다”며 “사고 1시간 전쯤 이안한 유조선 담당 해무사가 우이산호의 접안 유도도 맡기로 돼 있었다”고 해무사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이에 GS칼텍스 관계자는 11일 중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이산호 담당 해무사는 사고 1시간 전쯤 원유하역을 마친 다른 유조선의 담당 해무사가 일을 끝내고 퇴근하자 우이산호 접안 예정시간에 맞춰 출근 중이었다”며 선사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우이산호가 도선구역에서 예정보다 12분 먼저 출발하고 과속 운항을 해 평소 1시간 40분 걸리던 부두 앞 3㎞까지 30분이나 빨리 도착했다”며 과속 운행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더불어 GS칼텍스 관계자는 “법적으로 해무사를 의무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사고 지역은 강제도선지역이라 도선사들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 일의 능률을 위해 접안을 맡기는 부분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양측의 주장이 엇갈릴 무렵 다수의 환경단체는 GS칼텍스의 늑장신고와 축소보고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가 일어난 직후 GS칼텍스 관계자들은 40여분이나 지난후에야 신고했으며, 원유 송유관 밸브도 늦게서야 잠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GS칼텍스 관계자는 중앙뉴스에 “이를테면 ‘선(先)조치 후(後)보고’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충돌로 전력공급이 차단되면서 자동 밸브 시스템이 고장나 10여명의 인원이 한 대당 15분 정도의 시간을 들여 3개의 송유관을 닫았다. 신고보다 원유 유출 저지가 급선무로 생각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사고 당시 800ℓ의 원유가 유출됐다고 발표했으나 지난 3일 여수해경의 중간 수사발표에서유출량은 16만4000ℓ로 크게 늘었다. 이후 환경단체와 시민연합 등에서는 GS칼텍스가 사건을 축소 발표했다며 일제히 비난에 나섰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축소 보고량은 사고 당시 관계당국과 언론의 요청에 의해 현장 근무자가 임의로 얘기한 것이 보도된 것”이라며 “최근 민주당 김영록 의원이 제기한 64만200ℓ의 유출량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추정치다. 해경과 관계당국이 조사중인 상황으로 사측에서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더불어 사고 당일 부두에서 로프를 묶는 작업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협력업체 직원 이모(47) 씨가 충돌 충격으로 바다에 추락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사안에 대해서도 GS칼텍스가 입을 열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바다에 빠진 직원분은 현장 근무자들에 의해 곧바로 구조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일부 언론에서 중상으로 발표가 됐지만 구조 당시 걸어서 귀가할 정도로 경미한 부상을 입었으며 입원을 한 것도 하루 뒤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중앙뉴스는 이를 통해 현재 GS칼텍스와 이씨가 속해있는 협력업체가 산재 적용과 보상 부분을 협의하고 있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한편 사건의 가장 큰 핵심으로 떠오른  피해 주민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해수부의 권고에 따라 사측에서 1차 보상을 하고 선사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구체적인 검토를 진행중”이라며 “피해주민들에 대해서는 전문기관에 의뢰 후 기준을 마련하는 즉시 보상할 예정”이라고 GS칼텍스 관계자는 전했다.

현재 원유 유출사고로 피해 주민들은 극심한 고통에 빠져 있다. 빠른 보상안 확정을 위해 신속한 원인규명에 나서야 할 해경의 경과 보고는 진척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수해경 측은 “보상문제 등 복잡하고 사실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 많아 신중을 기해 조사하고 있다”며 “조속히 수사를 마무리 한 후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어민들과 GS칼텍스 간의 보상 범위 확정과 선사대리점 측에 대한 구상권 등이 맞물리며 해경의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원유 유출에 대한 진실여부가 조만간 가려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중앙뉴스 /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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