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자유로운 재벌그룹은 어디?

재벌그룹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법이 지난 14일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법의 맹점을 이용, 대상 그룹중 6개 그룹은 규제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그룹은 오너 일가의 지분을 계열사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규제를 피해간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 51곳 가운데 총수가 있는 43개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대중공업과 금호아시아나, 한라, 한솔, 동국제강, 한국투자금융 등 6개 그룹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보도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총수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계열사와 20% 이상인 비상장계열사에 대해 적용된다. 해당 기준을 충족한 그룹이 내부거래를 통해 일감을 몰아줄 경우 매출 5% 이내의 과징금과 함께 형사처벌을 받는다.현대중공업 등 6개 그룹은 오너 일가 지분이 기준치를 넘지않아 규제를 받지 않는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중공업 대주주 정몽준 의원,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 한국투자금융 김남구 부회장,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 (사진=연합뉴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중공업 대주주 정몽준 의원,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 한국투자금융 김남구 부회장,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의 경우 대주주인 정몽준(63) 새누리당 의원의 지분이 10.15%에 불과해 내부거래를 통해 일감몰아줘도 규제 대상에서 자유롭다.

현대중공업은 총 2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실질적 오너는 정 의원으로 지난 2011년부터 지분 10.15%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상장사 4개를 거느리고 있는 금호아시아나 박삼구(69)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5.5%, 금호타이어 지분 2.83%을 소유하고 있어 역시 일감몰이 규제로부터 벗어났다.

박 회장은 2012년말 경영권 강화를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신의 금호산업 지분을 7.22%로 늘렸다가 2013년 9월에 다시 5.5%로 낮췄다.

정몽원(59) 한라그룹 회장 또한 한라 지분 23.58%을 보유하고 있으나 규제대상 기준치인 30%를 밑돌아 역시 규제를 받지 않는다.정 회장은 상장사인 만도 지분도 7.71% 보유하고 있다. 다만, 정 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한라아이앤씨 지분은 지난해 10월 계열사에 모두 넘겼다.

한솔그룹 이인희(85) 고문은 10개 상장사 가운데 한솔제지 지분만 3.51% 보유하고 있어 일감몰아주기 규제망을 넉넉히 피했다.

장세주 회장(61)을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 대주주가 19명이나 되는 동국제강 역시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장 회장의 동국제강 보유 지분은 14.93%다. 지난해 11월만해도 장세주 회장과 동생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은 SI업체로 비상장 계열사인 디케이유엔씨 지분을 각각 15%씩 보유해 규제 대상에 포함됐었으나 이를 전량 유니온스틸에 매각해 규제를 피하게 됐다.

한편 국내 100대 대기업 그룹 가운데 최근 시행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하위 그룹들을 중심으로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규제의 비형평성을 악용해 자산규모를 규제 적용 기준인 5조 원 이하로 유지해 증식과 대물림을 한 뒤 다시 덩치를 키우는 기업들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돼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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