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아베 첫 대면…장기경색 한일 관계개선 전기마련은 불투명

한미일 정상회담이 25일(현지시각) 오후 핵안보정상회의 개최지인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렸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최하는 형식으로 헤이그 시내 미국 대사관저에서 열린 이날 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3국 정상은 북핵 및 핵비확산 문제에 관해 중점적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이로써 비록 3자회담 형태이기는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일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마주해 대화를 나눴다.

특히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파국으로 치닫던 한일관계가 개선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국 정상은 '핵의 평화적 이용과 비확산'을 주제로 열린 이번 핵안보 정상회의의 취지에 걸맞게 북핵 문제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북한 정세의 유동성이 커지고 북핵 문제와 관련해 3국간 공조가 긴요한 시점에 오늘 오바마 대통령, 아베 총리와 함께 의견 교환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핵문제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데, 한·미·일 3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며 "이렇게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북핵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진정성을 바탕으로 비핵화의 길로 나아간다면 북한주민들의 어려움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번 회동이 성사되기까지 주최 측인 미국의 노고가 컸다"며 "오늘 이 자리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3국간 공조를 재확인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회담 시작 전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에게 북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세 국가가 단합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셋이 한꺼번에 만나 공통으로 직면한 심각한 도전과제를 논의할 첫 번째 기회"라며 "우리는 북한과 핵무기 프로그램이라는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고 지난 5년간 긴밀하게 협력해 북한과의 게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는 도발과 위협은 일치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평양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한국과 일본에 대한 안보 보장과 북핵 불용 원칙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3개국 국민의 유대는 점점 깊어지고 있고 무역량도 엄청나게 많다.

3국 동맹은 지역 평화와 안정을 지탱하고 있다"며 "오늘 회동은 이 지역에서의 미국의 중요한 역할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그 역할은 동맹의 결속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한·일 양국에 6만5천명 이상의 병력을 주둔시킨 미국으로서는 한·일 관계 정상화가 지역 안정과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외교 정책인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합동 군사 훈련이나 미사일 방어 등을 포함해 외교적, 군사적 협력을 심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오늘 일·미·한 3국 정상회동을 하게 돼 매우 기쁘다. 회담을 마련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고 박 대통령을 만날 수 있게 돼 아주 기쁘다"고 말했다.

또 기본 가치와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는 세 나라 지도자가 함께 모여 안보 문제를 포괄적으로 협의하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고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특히 일본과 미국, 한국이 북한 현안에서 긴밀한 공조 체제를 재확인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핵이나 미사일 이슈, 그리고 남북 간 이산가족 등 인도주의적 현안과 관련해 북한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도록 3개국이 협력해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자 회담에 앞서 "동아시아 안보에 대한 관점을 솔직하게 교환하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만남이 일본과 한국 간 미래지향적인 협력 관계를 위한 첫 걸음이자 전환점(터닝 포인트)이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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