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동부그룹이 김준기 회장의 사재출연 방식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갈등을 빚고 있다.

18일 채권단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대상이 된 14개 기업 가운데 동부를 제외한 13개 기업이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채권단과의 협의를 마치고 약정 체결을 마쳤거나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대상이 된 동부는 김 회장의 구조조정 방식을 두고 채권단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재약정 체결이 지연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올해 약정 체결 대상 기업 대부분이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방식에 대한 협의를 마치고 약정 체결 마무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다만 동부와는 이견이 커 진행이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부와 채권단이 이견을 보이는 지점은 동부 김 회장의 사재출연 방식이다.

김 회장은 작년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면서 동부화재 지분 등 사재 1천억원을 털어 이 가운데 800억원을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경영정상화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동부 측은 새로 체결할 약정에 김 회장의 사재출연 계획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동부제철 자회사인 동부특수강의 매각이 성사됐고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매각절차도 진행 중인 만큼 유동성에 숨통을 트게 된 동부제철보다는 다른 계열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개인재산을 털어 넣겠다는 것이다.

반면, 채권단은 동부제철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만큼 기존 유상증자 약속을 그대로 지킬 것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재출연과 관련한 대체 담보 설정 문제에서도 실랑이가 빚어지고 있다.

김 회장이 사재출연을 위해 동부화재 지분을 매각하려면 산업은행이 해당 지분에 대한 담보 설정을 해제해야 하는데 산은이 대체 담보로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13.29%)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산은은 지난 4월 동부그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만기 상환과 운영자금을 위해 총 1천260억원을 빌려주며 김 회장의 동부화재 지분과 자택 등을 담보로 설정한 바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비금융계열사를 위한 수백억원대 담보 대출을 위해 시가총액 4조원대 기업의 경영권 지분을 담보로 맡기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동부 측은 채권단이 시간적 여유를 주면 경영정상화를 통해 추후 김 회장의 유상증자 참여 약속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김 회장이 계획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사재 출연을 통해 회사를 살리겠다는 마음이 없는 것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의 패키지 매각과 관련, 실사 작업을 마친 포스코가 인수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 협상이 결렬 위기에 처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 패키지 매각 건이 결렬되면 동부그룹 자구계획도 큰 차질을 빚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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