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긴급 현안 간담회, 후진국형 화재는 왜 반복되나, 토건세력 로비를 막아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후진국형 재난사고는 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일까.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영흥도 해난사고와 제천 화재사고 등 인재적 요소의 안전 참사가 연일 터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제천 화재사고는 그야말로 비용감축이라는 경제논리가 안전 규정을 지배해버린 과거 세월호 참사와 닮아있다.

 

바른정당이 27일 오전 10시 국회 본청 228호에서 ‘후진국형 대형화재’를 주제로 긴급 현안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반복되는 화재 참사에 대해 화가 나 있었다. 대한민국은 매번 큰 사고가 났을 때만 뜨거워지다가 금방 식어버리고 바뀌는 것은 하나 없다는 데에 모든 참석자가 한 목소리를 냈다.

 

▲ 28일 정책 간담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참사 이후 변화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우려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인숙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불법 주차 사례를 언급하며 “모든 국민이 조금씩 법을 어기고 있는 공범자”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조금씩 불이익을 보더라도 법을 지켜야 한다”며 무엇보다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사유재산을 손괴했을 때 개인이 배상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인숙 최고위원은 불법주차 사례를 거론하며 소방대원이 제대로 화재현장에 진입하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지을 때 잘 짓는 게 제일 중요

 

최영 소방방재신문 기자는 13년 간 화재현장을 취재했다. 이를 배경으로 발제자로 초대된 최 기자는 “건축단계에서 안전 규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이후 뒤치다꺼리밖에 안 된다”며 “이번 사고에서도 건축 자재에 가연성 물질이 안 붙어 있었다면 시간을 많이 벌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최영 기자는 화재 전문 기자로서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건축물이 화재에 얼마나 취약한지 생생하게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 기자는 신고자의 녹취록 32건을 살펴봤을 때 5분 만에 건물 전체가 불에 타버렸다는 점을 언급했다. 아무리 사후에 소방차가 빨리 출동해도 건축물이 화재에 취약하게 지어졌다면 소용이 없다는 설명이다.  

 

최 기자는 “이미 밑에서 탈만큼 다 타고 위에 있는 분들은 발만 동동구르다 매연을 들이마시는 상황”이라며 “건축 단계에서 에러가 났기 때문에 그런 현상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복합적인 문제가 있지만 건축단계가 1차다. 1차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는 지켜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1차가 건축이고 2차가 소방이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문제는 건축은 국토교통부, 소방은 행정안전부 소관으로 이원화 돼 있어 제대로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토건세력의 ‘이익’에 밀리는 국가 규제 ·· ‘국민 안전’ 내팽개쳐

 

최 기자는 주변에 수많은 건물들에 대해서 이용자인 국민은 전부 안전하다 믿고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런 현실을 악용해서 수익을 버는 토건세력들이 합당한 돈을 지불해줘야 국민이 안전한 것인데 정부가 이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토건세력의 이익 때문에 일반 국민의 안전이 위태롭다는 것이다.

 

최 기자에 따르면 어떤 학자가 관련 세미나에서 샌드위치 패널 공법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바로 다음날부터 그 학자는 샌드위치 패널 업체로부터 온갖 압박과 협박 전화를 받았다.

 

최 기자는 하물며 “국토교통부는 안 그럴까”라고 문제를 환기하면서 “정부에서 의지를 가지고 적극 밀어붙이지 않으면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구체적으로 드라이비트 공법 등 여러 토건 세력들의 밥벌이 문제와 관련 로비가 영향력을 발휘할텐데 이를 정부가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방’과 ‘대비’에 신경쓰는 선진국형으로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후진국형 사고”의 가장 큰 특징은 “인재라는 점”이라며 “법과 규제가 최소한의 안전만 명시해놓고 일반인들은 그것만 지키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선진국형으로 화재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예컨대 공간 면적 580㎡ 이상에 소화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법으로 규제하면 업자들은 한 공간을 290㎡로 쪼개서 소화설비를 안 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최소한의 규제만 피해가면 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렇게 모든 게 비용절감과 경제적 논리로 나아가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 그렇게 되면 미래에 지불해야 할 큰 사회적 비용과 지금 현재 비용 절감 사이에서 업자들은 도박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재난관리가 예방·대비·대응·복구 4단계로 이뤄졌다면 선진국형은 예방과 대비에 더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1$:8$ 법칙’이 있는데 예방과 대비에 1$를 쓰면 대응과 복구에 8$만 쓰면 된다는 것이다. 만약 그 1$를 쓰지 않았다면 후에 100$를 쓰게 될지도 모른다. 예방과 대비를 위해 어렵더라도 제도를 촘촘하게 갖춰놓고 그 제도의 취지에 맞도록 철저한 관리규제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2010년 10월1일 발생한 ‘부산 우신골드스위트 화재 사고’와 2015년 5월14일에 일어난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사고’의 경우 층간 방화구획 개념이 적용돼 건축됐지만 외장재가 가연성이라 그 구획이 무용지물이었다. 

 

또 하나 이번 제천 스포츠센터나 지난 포항 지진에서 본 것처럼 화재와 지진에 취약한 건축물을 보완해 계속 허용할 것인지 필로티 구조의 건축물을 더 이상 허가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논의과정이 필요하다.

 

조용선 한국소방기술사회 부회장은 ‘습식 스프링클러’ 설비 적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부회장은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야간에 갑자기 깨어나는 등 모두가 급하게 성공적으로 대피하기는 어렵다면서 “피난하지 않아도 되고 화재가 금방 진압되는 건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습식 스프링클러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재희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부대표(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도 습식 스프링클러 적용을 강조하면서 “이건 나라가 아니다 정부가 아니다”고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정 부대표는 “검사 제대로 안 하면 없애든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매번 이러니까 문제”라면서 “검사 제도를 전면 개편해 죽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수없이 죽이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승민 대표는 모든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유승민 대표는 자리에 참석한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소방청 관계자 등을 거론하며 특정 소관부처 하나만 움직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동시에 국회 차원에서 바른정당이  끝까지 챙길테니 문재인 정부도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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