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3인 국회 정상화 합의, 권성동 법사위원장에 대한 불신은 그대로지만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 공전을 방치할 수 없어, 다당제를 무시하는 거대 정당의 전횡은 아니라는 것에 대한 바른미래당의 반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의 권성동 위원장 집단 보이콧 이후 멈췄던 국회가 2주 만에 재개됐다.  

19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의 주재로 모인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3인(우원식·김성태·김동철)이 공전 중인 2월 임시국회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하기 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하기 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생 개혁 법안의 심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해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선 유감 표명을 했고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를 받아들여 보이콧 행위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 요구를 철회하는 식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김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가 국민에게 송구스런 마음을 표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독 법사위에서 권 위원장과 충돌이 많았던 민주당으로서는 한국당의 양보없이는 국회 파행에 대한 책임 소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미워도 어쩔 수 없이 권 위원장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2주 전으로 돌아가보면 지난 6일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권 위원장의 법사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며 집단 퇴장했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바로 국회 전체 상임위원회 보이콧을 당의 방침으로 정하고 맞불을 놨다. 

2월6일 법사위 회의장에서 박주민 의원을 비롯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주민 의원실 제공)
2월6일 법사위 회의장에서 박주민 의원을 비롯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주민 의원실 제공)

양당의 대응 명분은 각각 있을지라도 거대 양당의 고집으로 국회가 또 파행을 겪는다는 대내외적인 비판이 거셌다. 특히 다당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양당을 싸잡아 비평했다. 

권 위원장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은 4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춘천지검 소속 안미현 검사가 실명을 내놓고 인터뷰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안 검사는 2017년 2월 사건이 알려지기 전에 관련 수사를 인수인계 받은 상태였다. 안 검사는 이후 두 달만에 윗선의 압력으로 인해 급하게 수사를 종결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인해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을 구속하지 못 했다. 

이 과정에서 권성동·염동열 등 현역의원 이름이 명시된 증거목록을 빼라는 상관의 부당한 지시도 있었다는 게 안 검사의 주장이다. 2017년 9월 언론의 집중 조명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재수사가 이뤄졌고 사건 종결 시점에 권 위원장과 모 고검장 및 최 전 사장 측근 간의 여러 차례 통화한 기록이 발견됐다.

현직 법사위원장의 권한 남용 의혹이 여러 근거로 제기되자 민주당은 강경하게 나올 명분이 있었던 것이다. 

민주당 법사위원인 박주민 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권성동 위원장은 취업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를 넘어 관련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권성동 위원장이 그대로 법사위원장으로 회의를 주재한다는 것은 정의로운 사회라는 국민적 요구에 반하고 국회 본연의 역할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집단 보이콧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이어 “다소 법안처리가 지연될 수는 있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그런 고민에서 법사위 회의 참석을 거부한 점에 대해 너른 이해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5일 MBC <양지열의 시선집중>에서 “1차 수사과정이나 2차 수사 과정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안 검사가 어떠한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참으로 어이가 없고 이 사건의 배경에는 안 검사의 인사에 대한 불만이 원인들 중에 하나라고 알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도 권 위원장의 이런 입장에 기반해서 맞불 보이콧 작전으로 나간 것이다. 

그렇게 강경하게 나갔던 민주당이 보이콧 철회를 외치고 더 이상 권 위원장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선회하게 된 명분은 “수사 진행”이 되고 있다는 전제 하에 “법사위와 수사는 별개”라는 점이다.

현재 검찰에서는 양부남 광주지검장을 수사단장으로 하는 자체 조사팀이 꾸려진 상황이다. 민주당은 권 위원장의 비서들까지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현실에서 권 위원장이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입장 변경을 정당화했다.    

민주당의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강훈식 의원도 브리핑을 마치고 기자와 만나 “권성동 위원장의 비서관부터 출석하고 있는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을 문제삼아서 여당이 보이콧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있었고 그런 점에서 원내대표가 결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수사 진행'이 되고 있다는 점을 합의의 배경으로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강 의원은 '수사 진행'이 되고 있다는 점을 합의의 배경으로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특히 권 위원장과 대놓고 감정 싸움을 벌였던 박범계 의원(수석대변인/법사위 간사)은 현안 브리핑을 마치고 기자의 관련 질문에 “법사위는 법사위고 수사는 수사이고 민생이 중요하다고 하니까”라고 답하며 한국당과의 합의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박 의원이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되고 나서 처음으로 국회를 찾아 브리핑을 하고 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의원이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되고 나서 처음으로 국회를 찾아 브리핑을 하고 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의원과 권 위원장은 지난해 12월20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크게 충돌한 적이 있었다. 

당시 법사위가 법률안 심사가 아닌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 방문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홀대론 등 관련 현안 질의로 진행되자 여야 간의 언쟁이 있었고 권 위원장은 “국회는 기본적으로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곳인데 자질 문제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우리는 다 동업자”라고 발언했다. 박 의원은 “권성동 위원장과 절대 동업할 생각 없다. 동업자가 아니”라고 응수한 바 있다. 

이런 식으로 거대 양당의 양보없는 고집이 빚어낸 국회 파행은 사실 한 두 번 있는 일이 아니다. 바른미래당과 민평당은 이 지점을 파고들어 국회 파행의 책임을 거대 양당에 물었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교섭단체로서 국회 운영에 실력 행사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이날 회동에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당장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빅이슈 중 하나인 개헌 관련해서 중재 노력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여권이 (개헌의) 내용 면에서 분권형을 강화하는 쪽으로 과감한 양보가 있어야 하고 한국당도 개헌 시기와 선거구제 개편에서 양보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런 두 가지가 동시에 합의돼서 6월 지방선거에서 선거구제 개편안과 개헌안을 동시에 처리하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훈식 의원은 다당제를 강조하는 원내 3·4당의 비판도 합의 배경에 작용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문제는 아니”라며 “그때 당시는 모두가 유력하게 권 위원장은 이런 것에 연루됐을 거라고 생각했던 시점”이라고 반론했다. 예컨대 “그때 회의가 열렸다면 춘천지검장을 법사위에 불러 권 위원장이 신문을 진행하면서 수사에 혼란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 본인의 의혹과 관련된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상임위원장의 회의 진행이 이해충돌방지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타 정당들이 주장하는 거대 정당의 행패라는 비판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보이콧할만 했다는 명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아직도 야당티를 못 벗었고 한 마디로 집권야당”이라며 “만약 권 위원장이 춘천지검장을 불러서 이해충돌방지 우려가 있다면 다른 정당들이 가만히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가정하고 보이콧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해당 법사위에서만 문제제기하면 될 일을 전체 상임위를 정지시키면 어떡하라는 건지”라고 거대 양당의 책임을 강조했다.

한편, 당장 민생 현안들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시급한 상황이라 바로 20일부터 국회가 정상 가동될 예정이다. 20일에 법사위와 본회의가 열려 신속하게 법안 처리가 진행되고 28일 본회의도 정상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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