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감원장은 ‘정당한 낙하산’인가
김기식 금감원장은 ‘정당한 낙하산’인가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4.0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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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김 원장 반대 이유 ‘금융권의 저승사자’, 야당의 혹평과 달리 금융 시민단체에서는 호평, 금융위에서 내정한 게 아니라 청와대에서 금융 개혁을 위해 추천한 것으로 보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금융 관료가 아닌 인물이 금융감독원의 수장에 오르는 경우가 처음이긴 하지만 야당의 논평은 맹비난이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금융권의 저승사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분이 개혁적인 인사라 (야당이) 반대하는 것이지 전문성이 떨어져서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3월30일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임명됐다. 금융위원회는 불법 인사채용 개입 의혹으로 중도 사임한 최흥식 전 원장 후임으로 김 원장을 내정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임명했다.

김기식 금감원장의 임명은 야당의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진=김기식 원장 페이스북)
김기식 금감원장의 임명은 야당의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진=김기식 원장 페이스북)

금감원장은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야당의 견제구가 매섭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바로 논평을 내고 “시민운동가에게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주요 국가기관까지 맡기겠다는 것인가”라며 “그야말로 청와대의 친문인사 무차별 낙하산 투하”라고 혹평했다. 김 대변인은 “금융시장 혼란으로 피해를 입게 될 국민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과거 어떤 정권도 이렇게까지 전문성을 무시하는 낙하산 인사를 한 적은 없다”고까지 표현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런 식의 코드인사와 관치금융 시도는 대한민국의 금융 경쟁력을 갉아먹을 뿐”이라며 “김기식 전 의원의 경력에서는 금융 전문성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혈맥이 막히면 죽는다. 자유한국당은 반 금융 정치권 코드인사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임명제청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마저도 “문재인 정부가 지지율만 믿고 십자군 인사를 강행하면 금융개혁은 고사하고 제2의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김 원장의 임명을 우려했다. 최 대변인은 금감원 신임 감사·KB금융 신임 사외이사 2명·신한금융 신임 사외이사·하나금융 사외이사·IBK기업은행은 사외이사·주택금융공사 비상임 이사 2명·신용보증기금 비상임 이사 등 곳곳에 금융 낙하산 의혹이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반대로 조 회장은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훌륭한 분이다. 정무위에 있었을 때 얼마나 일을 잘 했는지 모른다. 실력과 전문성을 다 겸비했다고 본다”며 야당의 평가와는 대조적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지난해 12월8일 프레스센터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사진=박효영 기자)

실제 김 원장은 기존 금융권의 질서에 균열을 내는 활동을 오랫동안 이어왔다.

김 원장은 1994년 설립된 시민단체 ‘참여연대’의 원년 멤버로서 사무처장과 정책위원장을 맡았고 재벌개혁에 앞장 선 전력이 있다. 2012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로는 정무위원회에서 금융, 공정거래, 재벌 개혁 분야에서 주로 활동했다. 당의 재별개혁특별위원회 간사도 맡았다. 

김 원장은 은행법 소유 규제를 4%에서 20%로 늘리고 금산분리의 법적 기준을 강화했다. 순환출자 금지, 산업은행 민영화 및 정책금융 통합,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도 김 원장의 손길을 거쳤다.

이밖에도 불법계좌 추적 혐의를 받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고발했고, 2015년 국정감사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비판하기도 했다. 2016년 총선 당내 경선에서 떨어진 뒤로는 민간 싱크탱크 ‘더 미래 연구소’의 소장으로 활동했다. 

금융위는 공식적으로 “현재 여러 도전적 상황에 직면한 금감원의 혁신과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내렸지만 조 회장은 금융위가 달가워 할 인물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금융 개혁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김 원장을 내정) 안 했다고 본다. 이후에도 최 위원장과는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공무원 출신이고 그렇게 개혁적인 인사가 아니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하는 스타일이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재벌 장학생 냄새가 나는 그런 공무원이다. 그래서 김 원장은 금융위 내부가 아니라 장하성 정책실장이나 청와대에서 초이스한거지 최 위원장이 추천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금융위 내부의 저항이 많을 것으로 보느냐에 대해) 금융위와 금감원은 짝짝꿍하면 안 된다. 금감원은 감독과 견제 담당으로서 중립적으로 해야한다”며 특히 “(김 원장이 가장 먼저 수행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금융 적폐를 빨리 청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 소비자 운동에 오랫동안 투신해온 조 회장은 금융권이 심각하게 기업과 관 위주로 짜여졌고 소비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이라고 역설했고 그것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했다.

조 회장은 “삼성 등 재벌 편을 드는 야당이나 금융권에서는 가장 난감한 패를 만났다. 그래서 반발하고 고춧가루를 뿌리는 거다. (김 원장이) 잘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금융권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원장은 금융권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어찌됐든 참여연대에서 시민활동을 이어온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김 원장까지 청와대의 경제민주화 개혁 의지가 담긴 인사가 완성됐다고 보여진다. 

김 원장은 과거 정치권에 연이 있는 인사가 금융기관에 낙하산으로 부임하는 것을 비판한 바 있어 내로남불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야당이 주장하는 낙하산의 비판 근거가 전문성이라면 그 점에서 직접 성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청와대의 필요에 따라 임명을 추진한 것으로 보여 낙하산이 아니라고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김 원장이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을 얼마나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런 결정에 대한 향후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한편, 김 원장은 2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사옥에서 12대 금감원장 취임식을 갖고 이 자리에서 자신의 금감원 운영 철학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날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사퇴하게 된 2013년 하나은행 특검 결과에 대해서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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