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고통이 덜 한 패자” ·· 지방선거 돌아보기
정의당 “고통이 덜 한 패자” ·· 지방선거 돌아보기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6.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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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풀뿌리 조직 와해, 정의당의 총선을 준비하기 위한 후보자 양성, 문재인 정부의 압도적지지, 바른미래당은 엄살, 이정미 대표의 소신, 중앙 정치권의 영향력 확대가 선거에도 긍정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확실히 망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압승했다. 그런데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어떨까. 평화당 내부에서 잡음이 슬슬 나오기 시작했고 정의당도 마냥 선전했다고 자위할 문제는 아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지방선거 결과와 평가 향후 전망 토론회>에 참석해 “선거 이후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은 두 당 중에 하나지만 정의당은 승자인지 패자인지 애매하다. 내가 볼 땐 고통이 덜한 패자”라고 자평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정의당에 대한 냉혹한 평가가 필요하다고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정의당에 대한 냉혹한 평가가 필요하다고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8.97%로 두 자릿수에 가까운 득표율을 거뒀지만 전국 266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 곳도 당선시키지 못 했고 9명의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저조한 득표율로 참가에 의의를 두는 수준이었다. 

토론을 맡은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가 정의당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의 득표율은 그럴만했고 기대한 만큼 나왔다. 다만 실제 지역구의 선거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박정은 사무처장은 정의당의 선거 결과에 대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정은 사무처장은 정의당의 선거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행정가를 배출하지 못 해 집행 경험을 쌓지 못 한 것에 대해 이정미 대표는 “광역의원도 1등 당선자가 배출된 곳은 한 곳(이보라미 전남도의원  당선자)이고 나머지는 전부 비례대표였다. 이번 선거판에서 1위를 차지해서 당선되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며 “(과거 진보 정당 소속 기초단체장을 배출한 울산 지역은 진보 후보 단일화 경선 실패) 인천 남동구청장 선거는 솔직히 이런 (문재인 정부에 몰표를 주는) 광풍에서 자력으로 25% 가까이 득표를 했다는 것에 좌절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외적인 요인 때문으로만 패배했다고 보진 않아서 내부적으로 여러 평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조 발표를 맡은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지방선거를 총평해볼 때 △문재인 정부 집권당의 승리 △지역주의 해체 △보수의 궤멸로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압승한 민주당에 대해 “DJ(김대중 전 대통령) 측근 비리로 2002년 집권당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고 한나라당이 반사이익을 봤었다. 내가 아는 한 그 어떤 권력도 자기 스스로 부패를 방지하지 못 하고 결국 견제가 중요하다. 민주당이 집권 정부를 견제할 수 있을지 그래서 DJ와 노무현 정부 때와 다를 수 있을지가 앞으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환기했다.

서복경 연구원은 이번 지방선거를 되짚어 보면서 풀뿌리 조직과 후보의 양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서복경 연구원은 이번 지방선거를 되짚어 보면서 풀뿌리 조직과 후보의 양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총 4006명의 당선자 중 26명을 당선시킨 바른미래당에 대해서는 “유권자가 신생 정당에 뭘 믿고 표를 주는가”라며 “과거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에서 정의당의 초라한 결과를 두고 엄살부리지 말라고 말해줬는데 그때만 해도 국민에게 정의당은 신생 정당이었다. 과거 성적표가 없는데 어떻게 결과를 비교하고 참패라고 규정할 수 있는가. 그런 측면에서 보면 바른미래당도 참패가 아니다. 엄살부리면 안 된다”고 평가했다.

자유한국당의 선거 결과에서 정의당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서 연구원은 “과거에는 좋든 싫든 선택지가 한나라당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유권자의 선택지에 다른 야당도 있다. 지금 집권 정부의 몰락이 꼭 나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새누리당이 쪼개졌던 지난 탄핵 정국이 보수 균열의 시작이라면 이번 지방선거는 그 뿌리가 통째로 흔들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차 강조하면 “수 십년 만에 한국당의 뿌리 조직이 최초로 흔들렸다는 게 이번 선거 의미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부 수립 이후 가장 장기 연속성을 가진 정당이 한국당이다. 한국당의 계열 정당 계보로 놓고 볼 때 이런 건 최초의 경험이다. 한국당 계열을 유일한 대안으로 선택했던 시민들이 다른 정당을 쳐다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어 “2002년과 200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할 때도 한나라당한테 호남을 내주지 않았다. 특히 광역단체장 3곳(부산·울산·경남)을 내준 게 문제가 아니라 기초의회 조직이 중요하다. 다음 대선 주자로 연결되기 때문에 광역단체장은 바람불면 훅 넘어간다”고 주장했다.

과거 선거들에 비해 정의당의 득표율이 조금씩 올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부분이 있지만, 하나 하나 구체적으로 보면 정의당의 현실을 냉정하게 평가할 대목이 많은 이번 지방선거. (사진=박효영 기자)
과거 선거들에 비해 정의당의 득표율이 조금씩 올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부분이 있지만, 하나 하나 구체적으로 보면 정의당의 현실을 냉정하게 평가할 대목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당은 자체 평가 토론회를 기획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자세히 들어가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새누리당 당적을 가졌던 자, 첫 출마자 모두 영남권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선거에 나갔다”며 “기초의회는 정당의 실핏줄이고 풀뿌리 조직인데 이들이 문재인 정부의 인기를 단기적으로 반짝하고 말 것이라고 본 게 아니라 중장기적인 대변화라고 봤을 것이다. 이 지역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가는 것이 이들에게 정치 그만둘 각오가 아니라면 결단하기 어려운 것”인데 그게 실현돼서 한국당의 기초 조직이 붕괴됐다는 설명이다.

토론을 맡은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그 배경에 대해 “유권자가 보수 정당이 정당성 회복을 하지 못 한 것을 심판했다. 탄핵 이후 한국당은 반 헌정세력이 됐다. 정당이 심판을 안 받았기 때문에 그 정당성을 회복하는 게 보수 정당의 필수 과제인데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역 조직이 와해됐고 2014년 새누리당을 찍었던 분들이 4년 만에 민주당을 찍었다. 민주당은 (영남권과 서울 강남권 등에서) 외연확장을 했다”고 주장했다.

반 헌정 세력으로 낙인찍힌 보수 정당이 정당성을 회복하지 못 했다고 해석한 정한울 전문위원. (사진=박효영 기자)
반 헌정 세력으로 낙인찍힌 보수 정당이 정당성을 회복하지 못 했다고 해석한 정한울 전문위원. (사진=박효영 기자)

그런 맥락에서 서 연구원은 정의당이 풀뿌리 조직과 좋은 후보를 훈련시키는 것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인 즉슨 “정당 조직이 확장단계를 밟을 때 활동가 그룹이 얼마나 증가하느냐가 중요한데 (한국당은 이게 이번에 무너졌고) 정의당은 이번에 상당히 고생했(을 만큼 어느정도 형성했)다. 이제 당분간 유권자가 지지 정당을 두고 표류하는 기간이 있을 건데 이때 새로운 시스템으로 세팅을 해야한다”는 취지다.

서 연구원은 “지지자가 없는 게 아니라 후보가 있어야 지지자가 있다”며 “단순히 외부에서 각 분야별 인재를 영입해오는 게 아니라 이미 후보로 나갔던 분들을 훈련시켜야 하고 대표성이 있는 사회집단과 연대하는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이기를 “후보는 인물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여기 있는 김종대 의원이 한 사람으로 있는 게 아니다. 한국당과 민주당도 아닌 제3의 외교안보 노선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본다. 예컨대 정의당이 청년 후보를 내면 정의당 청년 정책의 담지자로서 그 사람을 본다. 청년 유권자가 거기에 만족하면 집단으로 청년표가 따라온다. 이런 관점으로 2020년 총선까지 후보자들을 어떻게 트레이닝할 것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종대 의원은 정의당 소속이라는 것과 더불어 군사안보 전문가라는 커다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종대 의원은 정의당 소속이라는 것과 더불어 군사안보 전문가라는 커다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연동형 비레대표제를 확대하는 등 총선 전까지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필드에서 조직을 만드는 것에 80%, 선거제도 개혁에 20%의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며 “지금까지 3수 실패한 정의당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총선 후보를) 골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 연구원에 따르면 정의당의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요인은 3가지다.

①견제를 거의 안 받게 된 민주당이 과거와 같이 덫에 빠질 때 최후의 보루로서의 대안 정당 
②문재인 정부에 엄청난 기대를 걸고 있는 국민들과 곧 다가올 채무상환기간에 따라 민주당에 비판이 거세질 가능성 
③유권자가 이제 더 이상 노동당·녹색당과 같은 원외 정당과 동급으로 안 볼 것이고 책임있는 수권 정당인지 여부를 판단함 

서 연구원은 ②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채무상환기간이 달라서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이었던 유권자들의 분열을 예측했다. 문재인 정부는 결국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고 그 방향은 크게 △애매모호하게 가는 것 △지지기반이 확고한 곳에 방점 찍기 △여론과 다르게 마이웨이 등이 있다. 문제는 어느 경로를 선택하든 정의당은 대응의 측면에서 “가치 파도에 휩싸일 것”이라는 점이고 민주당 이탈표를 어떻게 흡수할지도 관건이다. 

한편, 본지 기자는 이 대표에게 중앙 정치권에서 좀 더 존재감을 드러내는 정의당의 행보가 지방선거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예컨대 지난 3월15일 심상정 의원이 대통령제에 기반한 총리추천제와 비례성 강화 선거제도 추진이라는 근본 방향에서 한국당과 민주당이 합의한다면 개헌 시점을 유예할 수도 있다고 제안을 하자, 바로 다음날 한국당이 환영한다고 반응했다. 113석의 한국당이 6석 정의당의 제안에 응답한 일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이다. 또 정의당은 평화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해서 원내 의사일정 협상에 참여했다. 이는 진보 정당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이정미 대표는 중앙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키워 나가야 국민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정미 대표는 중앙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키워 나가야 국민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국민들은 비례대표제가 왜 필요한지 잘 모르고 오히려 단순다수 소선거구제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 정치와 그 리더들이 굉장히 중요하다. 여론의 힘으로는 그걸 못 고친다고 본다. 그런데 정당 정치에 책임있는 리더들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결단을 내리고 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숙제를 풀어나가고 그 다음에 국민들이 이렇게 되는 게 참 좋은 거구나 이렇게 평가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 여론 핑계를 대는 것은 현재 기득권을 유지하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현실적으로 중앙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뭔가 진보적 의제를 해결해나가야 국민 여론도 공감하게 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즉 중앙 정치권에서 현실적 영향력을 추구해나가는 행보가 지방선거에서 도움이 됐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총리추천제도 국민들은 잘 모른다. 총리추천제를 내각제다. 이렇게 판단해버리고 소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반대 세력과 (정의당이) 한통속이 됐다. 이렇게만 보고 공격한다. 근데 그 설득과 설명을 어떻게 SNS 공간에서 할 수 있겠는가. 정치권 내에서 풀어나가고 결과로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여론의 힘을 빌리는 것만으로 국회에서 입법 과제를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되려 여론이 힘을 실어주지 않아 못 했다는 핑계거리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당과 민주당을 중재할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하거나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해 원내 협상 테이블에서 개혁 과제를 추진해야 더 실질적이고 이게 성과로 쌓이면 선거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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