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화재’ 참사 ·· 빈곤할수록 ‘위험한’ 한국 사회 단면
‘고시원 화재’ 참사 ·· 빈곤할수록 ‘위험한’ 한국 사회 단면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11.12 0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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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3번째 화재 참사, 3층 방의 전열기 원인, 현장 감식 진행, 건물 책임자와 소방시설 문제 수사 예정, 전국민의 주거 복지 차원으로 접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2017년 12월21일 16시경 사망 29명 부상 37명), 밀양 세종병원 참사(2018년 1월26일 7시30분경 사망 46명 부상 109명)에 이어 화재 참사가 또 발생했다. 

애석하게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사회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화재 사고다. 

9일 새벽 5시 서울 종로의 국일 고시원에서 불이 나서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이른 시간이라 미처 대피하지 못 하고 잠을 자고 있던 사람들이 희생됐다. 현장 감식 결과 3층 호실에 있던 전열기에서 불이 시작됐다. 

불에 탄 국일 고시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119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왔을 때는 이미 불이 3층 전체를 뒤덮은 뒤였다. 불이 나고 2층(16명) 사람들은 모두 대피했지만 3층 사람들(27명)의 절반이 그대로 희생됐다. 건물 밖으로 탈출할 수 있는 창문을 통해 피신한 생존자들도 있었다. 건물 3층만 불에 탔을 정도로 피해가 집중됐는데 여기 사람들이 피신하려면 계단 바로 옆 301호를 지나쳐야 했다. 

하지만 301호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출입구가 봉쇄됐고 인명 피해가 컸다. 사망자 7명 중 4명은 3층 복도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대피하다가 탈출구를 찾지 못 하고 연기에 질식사 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는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없었다. 1983년에 건설돼 35년이 넘었고 고시원 사업은 2007년부터 시작돼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재 감지 비상벨도 아무 기능을 하지 못 했다. 제대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아 그 누구도 화재가 났을 때 듣지 못 했다. 소방청은 지난 5월 고시원의 소방시설을 점검했지만 아무 이상없다는 결론을 냈다.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것이다. 

당국은 고시텔을 비롯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안전 진단을 실시한 바 있지만 기타 사무소로 등록된 국일 고시원만큼은 피해 갔다. 

사망자들 대부분은 50~70대 사이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들이었다. 열악한 형편으로 노년의 삶에 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 하고 따로 떨어져 혼자 지내는 사람들이었다. 몸을 눕히기에도 좁은 방의 월세는 30만원이 채 안 된다. 이걸 낼 형편이 안 돼 더 열악한 곳으로 더 좁고 창문이 없는 곳에서 지내는 경우도 있었다. 2명의 사망자는 유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빈소가 마련되지도 않았다.

실제 2018년 발생한 다중이용시설 화재 총 482건 중 46건이 고시원에서 발생했다.

10일 현장 감식에 나서는 당국. (사진=연합뉴스 제공)

10일 경찰·소방청·국립과학수사연구원·전기안전공사 4개 기관이 현장 감식을 실시했다. 감식반은 전기 난로와 콘센트 등을 수거해갔다. 일단 방화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전기 합선이나 가스 누출 가능성은 없었는지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다. 경찰은 불법 증축이나 구조 변경 등 건물 책임자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화재 감지 비상벨의 미작동도 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막대한 피해가 있었기 때문에 30명 규모로 수사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1일 오후 고시원을 방문한 뒤 이번 참사의 의미와 바뀌어야 할 정책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이정미 대표와 정의당 구성원(김종민 서울시당위원장, 권수정 서울시 의원, 정혜연 부대표)은 11일 고시원 현장을 방문했다. (사진=이정미 의원실)
이정미 대표와 정의당 구성원(김종민 서울시당위원장, 권수정 서울시 의원, 정혜연 부대표 등)은 11일 고시원 현장을 방문했다. (사진=이정미 의원실)

이 대표는 “살아왔던 길 만큼이나 이생을 떠나는 길이 너무도 외롭고 쓸쓸해서 가슴이 아프다. 일용직 노동으로 힘겹게 하루 하루를 살아낸 분들을 우리 사회가 지켜드리지 못 했다. 고단한 몸 편안히 누일 집 하나, 방 한 칸, 마련해 드리지 못 했다”며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내 집 없는 사람들은 법의 보호에서 누락된 무방비 상태였고 소방안전 대책은 화재에 취약한 노후 건물을 빼놓고 적용돼 왔다. 2009년부터 고시원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 됐지만 법 시행 이전에 문을 연 건물과 시설에는 효력이 미치지 않았다. 바로잡아야 한다. 소방 안전에 대한 기준 강화는 물론 소급 적용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는 “공공 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모든 국민이 차별없이 주거권을 누릴 수 있도록 주거 복지를 크게 강화해야 한다. 이제라도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전면적인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정의당도 관련 법령을 점검하는 데 사력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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