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SK텔레콤 불통사태 보상액 430억…KT 소상공인 화재 보상에 최소 500억 예상돼
관건은 손해금액 직접 입증…약관에 2차 피해에 대한 보상 내용 없어
‘KT화재’ 가맹점 카드결제 피해 현황 파악에 금융감독원 나서

지난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로 서울 서대문구, 중구, 용산구, 마포구, 은평구, 경기 고양시 등 6개 지역의 KT 이용자들과 카드결제 가맹 소상공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사진=마포구 지역 커뮤니티 캡쳐)
지난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로 서울 서대문구, 중구, 용산구, 마포구, 은평구, 경기 고양시 등 6개 지역의 KT 이용자들과 카드결제 가맹 소상공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사진=마포구 지역 커뮤니티 캡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지난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로 서울 서대문구, 중구, 용산구, 마포구, 은평구, 경기 고양시 등 6개 지역의 KT 이용자들과 카드결제 가맹 소상공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피해 발생일인 24일은 토요일인데다 해당 지역이 신촌, 홍대 등 젊은이들이 몰리는 상권에 속해있어 주말 장사가 대목인 요식업 등 자영업자들은 카드 결제 등을 받지 못해 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28일 오전 11시 기준 무선 96%, 인터넷/IPTV 99%, 유선전화 92% 복구됐으며 광케이블 유선전화는 99% 복구, 동케이블 유선전화는 10% 복구됐다고 밝혔으며 일반 이용자들에게 “유무선 이동통신 가입자에게 한 달 요금을 감면해준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KT가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보상안으로 그동안의 통신 장애 보상액 중 역대 최대 규모로 보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는 가운데 최소 5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오후, KT 아현지사 앞은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사진=우정호 기자)
27일 오후, KT 아현지사 앞은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사진=우정호 기자)

2014년 SK텔레콤 불통사태 보상액 430억…KT 소상공인 화재 보상에 최소 500억 예상돼

KT가 아현지사 화재로 최소 500억원의 보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 장애 피해를 본 고객들에게 한 달 치 요금을 감면해주는 한편 피해지역 인근의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17만 명에게도 적극적 배상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2014년 SK텔레콤이 휴대전화 불통사태로 인해 지급한 보상액 43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유무선 이동통신 가입자에게 한 달 요금을 감면해주는 것은 물론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보상안도 마련하는 만큼 그동안의 통신 장애 보상액 중 역대 최대 규모로 보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금액은 최소 5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유무선 가입자 보상이 약 300억원에 이르고 영업 피해까지 배상할 경우 5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통신사고 시 영업 피해에 대한 별도 배상에 나서는 것도 첫 사례임에 따라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배상액이 훌쩍 뛸 수 있다.

이동통신3사의 이용 약관에 영업 피해에 대한 별도 배상 기준은 없다. 과거 22건의 통신사고가 있었지만 영업 피해 배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KT가 소상공인에 대해 보상을 한다면 첫사례가 된다.

앞서 통신사고 중 가장 많은 배상액을 지급한 것은 SK텔레콤이다. 2014년 서버가 5시간40분간 먹통이 되면서 560만명의 휴대전화가 불통이었다. 1인당 7678원가량 보상액이 책정돼 약 430억원이 투입됐다.

KT는 과거 SK텔레콤 피해자보다 훨씬 적은 수치지만 한 달 치 요금 감면 등 적극적 보상을 약속한 만큼 가입자 보상만 3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피해지역 무선가입자 66만명에 3분기 평균 ARPU인 3만6217원을 보상하면 239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초고속인터넷 및 IPTV 가입자 약 38만5000명까지 보상하면 약 78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창규 KT회장은 25일 KT 서울 아현국사 화재로 인한 통신장애에 "관련 기관과 협의해 피해를 본 개인과 소상공인 등 고객들에게 보상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황창규 KT회장은 25일 KT 서울 아현국사 화재로 인한 통신장애에 "관련 기관과 협의해 피해를 본 개인과 소상공인 등 고객들에게 보상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KT는 영업피해에 대한 약관은 없지만 17만 명에 이르는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배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성목 KT 사장은 지난 26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참석해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보상은 피해규모 등을 협의해 적극적으로 배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사업장 규모, 통신 장애로 인한 영업 피해 등에 따라 보상액을 차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기준 마련에 시간을 지체할수록 피해자들의 불만이 커짐에 따라 영업 규모에 맞춰 통신료 감면 혜택을 주는 등의 보상안도 검토하고 있다.

관건은 손해금액 직접 입증…약관에 2차 피해에 대한 보상 내용 없어

KT 아현지사 화재로 피해를 입은 유통업체·소상공인들이 피해 현황 파악을 시작으로 보상 절차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힌 가운데 관건은 ‘손해금액 입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대형 유통업체 A사는 지난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다 고민에 빠졌다.

서울 서대문, 여의도 등에 주요 매장을 둔 이곳은 KT 화재로 주말 매출이 전주 대비 80%가량 깎였다. 주말 대목 장사를 놓친 A사는 매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법무팀에서 "현행 약관상 손해 입증이 어려울 것"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KT 약관에는 인터넷 서비스 장애로 인한 1차적 피해 보상은 명시돼 있지만, 서비스 불능으로 인한 2차 피해에 대한 보상 내용은 없다.

통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에서 이럴 경우 피해를 주장하는 쪽이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

마포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B씨는 "카드결제로 인한 주말 장사 피해도 막심한데 KT에서는 마땅한 피해보상 약관이 없다고 답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24일 화재가 발생한 KT 아현지사. 27일 오후 복구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우정호 기자)
24일 화재가 발생한 KT 아현지사. 27일 오후 복구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우정호 기자)

 

가게나 백화점에 설치된 카드 결제기 혹은 결제단말기(POS)는 인터넷이나 유선전화선에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KT 외에 다른 통신사 망도 이중으로 사용하는 가게를 제외하고 KT망만 사용하는 피해 지역 가게들은 카드 결제를 제공할 수 없었다.

KT 인터넷·유선 서비스 장애로 인한 2차 피해는 통상적인 보상과 다른 `특별 손해`로, 이 경우 손해를 주장하는 쪽이 피해를 입증하고, 손해 발생 사실을 상대방이 알거나 알 수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령 어느 영업점에서 카드 결제가 안 돼 고객이 돌아갔다 하더라도 그런 고객이 몇 명인지, 들어왔다면 얼마의 매출을 올렸을지 일일이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자원이 없는 소상공인들은 더욱 울상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9일부터 KT 아현지사 앞에서 천막 상담실을 운영한다.

관련 피해 접수를 하고 피해 상인들을 위한 법률 자문을 할 예정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20곳의 피해 접수를 했다. 30일에는 KT에 보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했다.

(사진=중앙뉴스 DB)
(사진=중앙뉴스 DB)

KT화재 피해 가맹점 카드결제 피해 현황 파악에 금융감독원 나서

이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24일 발생한 각 카드사에 이번 화재로 피해가 발생한 가맹점의 매출 현황 등을 파악해 달라고 요구했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각 카드사에 지난 주말 KT 서울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피해가 발생한 가맹점의 매출액 현황을 파악해 달라고 지시했다. 서울 서대문구, 중구, 용산구, 마포구, 은평구, 경기 고양시 등 6개 지역이 해당한다.

금감원은 카드사에 이들 지역의 가맹점을 영세, 중소, 일반, 대형으로 구분하고, 최근 한 달간 카드결제가 1건 이상인 가맹점을 기준으로 카드결제 건수와 금액, 가맹점 수를 일별로 파악해 달라도 주문했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인한 가맹점주의 피해액을 산출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화재 당시 카드결제가 한 건도 없는 가맹점의 경우 그 원인이 통신 장애로 인한 것인지, 해당 가맹점이 영업을 안 해서인지 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시 가맹점들이 카드 대신 현금을 받았기 때문에 종전 주말 평균 카드결제 금액과의 차이가 매출 감소분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카드사들 역시 이번 KT 화재로 인한 수수료 수입 감소분에 대해 KT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카드 결제금액의 최대 2.3%를 수수료로 받고 있는 카드사들도 결제가 안 돼 가맹점이 피해를 본 만큼 수수료 수익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카드사에 KT는 거대 기업고객일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 관계가 얽혀 있어 피해보상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은 평소 카드매출을 기반으로 손해를 입증해 집단 소송에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카드사는 쉽지 않을 것이다”며 “좀 더 좋은 조건으로 망 계약을 하는 것과 같이 이 문제를 사업적으로 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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