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현실과 맞물려 문제가 많았던 성폭력 관련 제도, 심석희 선수의 용기에 응원, 조재범 전 코치에 대한 인면수심 의혹, 폭행 속 권력관계 형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죄송스럽지만 사건에 대해 인지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8일 20시 SBS <8시 뉴스>의 단독 보도로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의 성폭행 의혹이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조 전 코치는 이미 쇼트트랙 선수 4명을 상습 상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 10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조 전 코치는 2004년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부터 폭행을 일삼았다. 

애초에 빙상 체육계 내의 선수와 지도자 간 형성된 권력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폭행이 자행됐고 그 연장선상에서 조 전 코치는 심 선수를 성적으로 유린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폭행과 강압을 동원해 상습적으로.

2018년 6월25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조 전 코치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심 선수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에 따르면 조 전 코치는 심 선수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되자 성폭행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조 전 코치는 담당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심 선수는 팬의 진정어린 편지(폭행당했음에도 선수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 보고 큰 힘이 됐다)를 보고 용기를 내기 시작했고 변호인단을 통해 성폭행 관련 추가 고소를 진행하고 언론 보도까지 허용하기로 맘을 먹었다.

심 선수의 결단 배경에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막고 재발방지책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변호인의 설명이다. 사태의 심각성이 알려지자 마자 2018년 초부터 뜨거웠던 미투 정국 때처럼 여론은 들끓었다.

변호인단은 문체부도 사태가 이지경이 될 때까지 전혀 대책을 내놓지 못 한 책임이 막중하다며 정부 관리 하의 선수촌에서 그런 짓이 발생했기 때문에 대한체육회 등 당국의 잘못이 크다는 입장이다. 이런 문제제기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대한체육회는 그동안 뒷짐만 지며 범죄 지도자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강하게 받고 있다.

그런 배경에서 노 차관은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같은 사건을 예방하지도 못 했고 사건 이후 선수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 한 정책 담당자로서 피해 당사자와 가족 국민께 깊은 사과드린다”며 “성폭력이 아닌 일반 폭력 사태만 파악하고 (체육계 전반의 예방) 대책을 세웠는데 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 이는 피해자가 엄청난 용기를 내지 않으면 내부의 문제를 알 수 없는 체육계의 폐쇄적인 구조 때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일단 체육계 내에서 성폭행이 얼마나 발생했고 묻힌 것은 없는지 또 그 구조적 원인과 제도적 허점 특히 가해 지도자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와 금방 복귀하는 현실 등 모든 것을 전수조사하고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노 차관의 메시지다. 3월 안에 조사를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노태강 차관은 전수조사 방침을 밝히기 전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노 차관은 “체육계의 눈높이가 아닌 일반 국민들과 시민단체의 눈높이에 맞춰 나가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구체적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영구 제명의 경우는 어떠한 경우에도 다시 활동할 수 없게 하겠다. 또 경기 단체나 체육회, 학부모 등을 통해서 징계 사실을 알리고 홈페이지에 상시 게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런 사례가 발생한 협회에 대해 최악의 경우 대한체육회 가맹 단체에서 제외하고 선수 관리를 체육회가 직접 하는 방식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전 코치가 국내에서 여건이 어렵게 되자 해외 국가대표팀으로 활동을 모색했던 것처럼 국제 스포츠계와 협조해서 그것을 방지하는 문제도 논의된다. 

노 차관은 “(국내 체육계 범죄 경력자를 해외 스포츠 당국과 협력해서 재취업 못 하도록 한) 실제 사례는 없었다. 다만 선수에 대한 성폭행 문제는 세계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에 해당 단체나 국제연맹, 올림픽 위원회에 통보하면 해당 국가에서 활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8일 보도 이후 조 전 코치에게 당한 폭행 피해자 3명의 선수들은 기존의 합의 의사를 깨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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