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인권위원장의 굳은 의지
초중고대 최대 수준의 전수조사
정부 부처와 협의하고 파견받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3개 정부 부처(문화체육관광부·교육부·여성가족부)에 이어 체육계의 천태만상을 뜯어고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선수의 일상을 전인격적으로 지배함으로써 피해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일생 동안 지속되는 스포츠 분야 폭력과 성폭력의 특수한 구조”를 뿌리뽑겠다고 밝혔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최대 규모의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인권위는 산하에 스포츠 인권 특별조사단을 신설하고 1년 동안 △기획조사 △진정사건 조사 △제도개선 업무를 수행하도록 할 것이고 모든 체육계 종목에 대한 전수조사를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로 실태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3개 부처 담당 공무원을 파견받을 예정이다. 

인권위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만들어진 준헌법기관으로 3부(입법·사법·행정)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독립적인 곳으로 여러 조직들의 개인에 대한 인권 침해를 감시하고 시정권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최 위원장은 “민간 전문가와 선수 당사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고 실태조사를 통해 실상을 파악하고 확실한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2008년 중고등학교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고 스포츠 인권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지켜지도록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가이드라인만 제대로 이행됐더라도 현재와 같은 상황에 이르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권고 이행 여부를 감시하지 못 한 인권위에도 책임이 있다”고 고백했다.

체육계 성범죄 문제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인권위는 현장에서 피해가 접수되면 전국적 단위의 해바라기센터와 연계하기로 했다. 체육계 전문 접수 시스템도 마련되는 것인데 여기서 피해 사례들이 확보되면 전담 조사기구가 적극 나서게 된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무력감을 느끼지 않도록 피해 발생 즉시 상담‧조사‧인권 교육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국가 감시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한 최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 위원장은 “인권위원장으로 오기 전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으로 10년간 활동했는데 초등학교 학생 선수 뿐 아니라 학부모도 성희롱 및 성추행의 대상이 되는 사례들을 보면서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며 “이번 조사는 모든 체육 관련 시설을 대상으로 하고 선수촌과 초중고(6만3000명) 대학교까지 샘플링해 조사할 예정이다. 일단 특조단을 1년으로 설정했지만 이 기간 내 안 된다면 2년으로 연장하겠다”고 공언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최 위원장은 “인권위는 조사단 구성을 현재 25명 내외 규모로 요청했다. 인권위 내부적으로 담당자가 오늘부터 작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다음주나 2주 뒤 쯤에는 조사단 구성 관련 윤곽을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른 부처가 하는 전수조사 규모와 실체적인 방식이 공유된 것은 없다. 조사가 중복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 위원장은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특조단의 목표에 대해서는 “피해자 구제는 기본적인 목표이고 근원적인 원인을 규명해 제도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라며 “현재 폭력과 성폭력 문제가 함께 나타나고 있고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이성간 뿐 아니라 선후배 사이 동성간 성폭력 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여가부는 성폭력과 여성이라는 주무 부처로서의 범주가 있고 문체부는 셀프 조사라는 한계가 있다. 인권위는 인권 보호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스포츠계 폭력과 성폭력 진상 조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만큼은 인권위가 호락호락하다가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전반적인 모니터링은 물론 상설 스포츠 인권 전담기구의 경우 여러 지부가 만들어져 있는데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관련 모델을 정부에 권고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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