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트럼프와 김정은의 기 싸움 속에서
[칼럼] 트럼프와 김정은의 기 싸움 속에서
  • 전대열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2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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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전 대 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중앙뉴스=전대열 칼럼니스트] 싱가포르에서의 첫 번째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후 북한 비핵화문제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트럼프로서는 나이어린 김정은을 쉽게 다룰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것 같고, 김정은은 젊음과 패기로 낚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원래 국가 간의 단독정상회담은 이슈에 대한 충분한 사전논의를 거쳐 실무진의 조율로 대강의 문제가 합의된 다음 열리는 것이 관례다.

북미정상 역시 같은 길을 걸었지만 내밀한 부분에 대해서는 협의만 오락가락했을 뿐 완전 합의에 이르렀던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기에 덩치 큰 폼페이오는 괜히 평양만 들락거렸지 이렇다 할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했고, 그의 파트너인 천안함 폭파의 주인공으로 지목된 김영철 역시 아무런 소득 없이 왔다 갔다 했을 뿐이다.

그런 와중에도 남북 간에는 군사합의에 따른 GP폭파, 방송시설 철거, 철도연결 착공식 거행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진합태산(塵合泰山)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작게 보이는 일일지라도 여러 차례 반복되다보면 그대로 굳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로 통일의 길로 한 발짝씩 접근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폐기다. 이를 위해서 전 세계는 유엔을 앞세워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조치를 강행하고 있지 않은가. 북한제재는 벌써 수년을 두고 점진적으로 수위를 높여가고 있어 북한경제의 몰락은 시간문제다.

다만 숨통을 터주는 나라가 제재에 동참한다고 하면서도 다리만 건너면 되는 중국이다. 중국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사이에 둔 북중 국경을 넘나드는 밀무역을 비공식적으로 용인하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교착상태에 빠진 미국과 북한은 이를 타개하려는 부단한 물밑 협상을 벌여왔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외교라인이 막히자 미국의 CIA와 북한의 통일전선부가 나서서 문제의 가닥을 풀고 있다고 한다. 그런 노력이 효과를 냈음인지 이번에는 김영철이 워싱턴을 방문하고 북한외무부상 최선희는 유럽에서 비건 특별보좌역을 만난다는 뉴스가 날개를 달았다.

이런 사전예비회담들이 모두 다음 달로 예정되어 있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두 번째 정상회담을 위한 조율과 조정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일이다. 두 정상의 만남은 문재인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 산물이지만 문재인은 그들의 회담준비에 대해서만은 어떤 접근도 할 수 없는 처지다.

한반도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회담임에도 불구하고 남쪽 당사자인 한국의 대통령이 자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자리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제정치의 힘의 논리지만 자주독립국가로서는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한국이 처해있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우리는 역사상 수많은 불행을 겪어왔으며 중국의 속국노릇도 하고, 일본의 식민지도 경험해야 하는 약소국의 설움을 이겨내야만 했다. 해방정국을 맞이하면서 미국과 소련의 국제정치의 농간만 아니었다면 우리는 한민족 고유의 정체를 내세운 통일 독립 국가를 건설해냈을 것이다.

이마저도 꺾인 것은 유엔의 5년 신탁통치를 거부한 민족진영의 지도자들이 오판한데 있지 않을까. 당시 반탁만이 민족지상의 권리인양 착각하게 만들었던 민족지도자들은 결국 38선을 갈라놓고 북한은 소련군이, 남한은 미군이 점령하여 3년간의 군정치하에서 살아야 했던 것을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유엔의 5년 신탁통치는 38선을 인정하지 않는 통일국가를 전제로 한 통치행위일 것이기에 미국과 소련이 개입하지 못하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이승만과 김일성은 군중을 동원하여 각기 자기에게 유리한 정치지도를 그려냈고 결국 그들의 소망대로 분열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남북에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지금 와서 그들의 잘못을 논해서 뭘 하랴.

다만 원폭을 보유한 북한이 인민의 고달픈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전쟁으로 치닫는 것만은 우리 민족 전체의 불행이요, 세계의 불행이 될 것이기에 이를 방지하려고 이리 닫고 저리 뛰는 것이다.

우리가 직접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이해(利害)문제에 민감한 북미정상들의 두 번째 만남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 치열한 기 싸움을 하고 있는 듯하다. 세 번째 회담까지 의식하고 있는 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이번 두 번째 회담에서 대강의 북핵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는 일찍이 북핵 해결에 따른 시간을 재촉할 필요가 없다는 느긋함을 보여줬지만 협상술의 일종일 뿐이다. 김정은 역시 초조해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정상의 신체에 대한 표현은 대단히 조심스럽지만 키다리와 뚱보답게 느긋하고 넉넉하며 감쌀 줄 아는 포용력을 보여주는 듯해서 보기에 좋다.

북미정상이 만난다면 베트남의 하노이나 다낭일 것으로 추측된다. 베트남 역시 남북으로 분열되었던 나라로서 치열한 전쟁경험을 치렀다.

북미가 모두 수교하는 나라여서 여러 외교채널이 가동될 수 있는 적당한 장소로 채택된 것 아닐까. 한국 역시 베트남과는 은원(恩怨)이 엇갈리는 쓰라림도 있었지만 지금은 국제결혼을 통해서 많은 소통을 하고 있으며 박항서 축구를 계기로 상당히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한마디로 분위기가 좋다. 베트남 국민 역시 북미정상회담이 베트남에서 타결되어 핵 위험이 없는 평화구축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기 싸움을 버리고 양보를 거듭하라고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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