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2아웃에 뒤집은 ‘여영국’ ·· 4.3 재보궐의 ‘의미’
9회말 2아웃에 뒤집은 ‘여영국’ ·· 4.3 재보궐의 ‘의미’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4.04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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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역전극 정의당과 여영국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3시26분. 그야말로 9회말 2아웃 기적같은 역전승이었다. 정의당의 여영국 당선자는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자에게 개표율 99.98% 때까지 지고 있다가 막판에 뒤집었다. 표차는 504표(0.54%)다.

여 당선자는 3일 밤 국회 입성을 확정지었다. 

승리를 확정짓고 손을 번쩍 든 여영국 당선자와 정의당 지도부. 왼쪽부터 심상정 의원, 여 당선자 아내, 여 당선자, 이정미 대표, 윤소하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경남 창원 성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故 노회찬 의원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여 당선자는 개표 초반이었던 이른 저녁에 대략 40% 대 50%로 10%를 지고 있다가 5%까지 격차를 좁혔지만 패색이 짙었었다. 대부분의 언론은 강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이정미 대표를 비롯 정의당 지도부와 여 당선자의 캠프 분위기는 침울했다. 

한국에서 경남 지역이 갖는 정치적 함의는 독특하다. 영남 중에서 대구 경북(TK)과 달리 부산 경남(PK)은 확실히 보수와 진보 지지층이 혼재돼 있다. 흔히 낙동강 벨트(부산 북구·강서구·사상구·사하구/경남 김해시·양산시)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세가 높은 편이다. 울산 북구와 창원 같은 경우도 노동자의 도시로 불리면서 진보진영이 강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작년 6.13 지방선거에서 김경수 경남지사도 개표 초반 때는 밀리다가 역전승을 거뒀다. 

여 당선자도 마찬가지였다. 진보세가 높은 지역의 투표함이 하나 둘 개봉되면서 끝내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여 당선자의 득표율은 45.75%였고 강 후보는 45.21%였다. 워낙 아쉽게 됐으니 한국당은 재검표를 요구했지만 여 당선자의 승리는 바뀌지 않았다.

이 대표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여 당선자와 기쁨의 포옹을 했다. 

여 당선자는 보도자료를 내고 “반칙 정치, 편가르기 정치의 한국당에 대해 우리 창원 시민들이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권영길과 노회찬으로 이어지는 진보정치 1번지, 민생정치 1번지의 자부심에 여영국의 이름을 새겨 넣어줬다”며 “국회로 가서 가장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해서 민생 개혁을 반드시 주도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해찬 대표는 4.3 재보궐 선거 이후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쇄신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 당선자는 지난달 25일 민주당 소속 권민호 후보와 단일화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승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던지는 민심의 메시지를 읽어낼 필요가 있다. 

결과가 확정된 직후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재보궐 선거의 민심을 받들어 민생 안정과 경제활성화에 더욱 매진하겠다”며 “(경남) 통영 고성에서 당당하고 씩씩하게 선거에 임한 양문석 후보 수고 많았다. 양 후보는 민주당의 불모지에 가까운 지역에서 큰 성과를 남겼다. 아쉽게 당선되지는 못 했으나 변화를 바라는 민심을 확인했다”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했다.

이번 4.3 재보궐은 기초의원 선거를 포함 총 5군데(창원성산·통영고성·전북 전주시·경북 문경시 2곳)에서 치러졌는데 민주당은 한 석도 가져가지 못 했다. 10개월 전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80% 대를 육박했고 그 기세로 지방선거에서 전국을 휩쓸었던 민주당인데 이번에는 40% 대로 반토막났고 유권자의 마음은 여권에 매서워졌다.

몇몇 언론과 평론가는 국회의원 선거의 결과만으로 1대 1 무승부였다고 규정했지만 이번 4.3은 여권에 대한 민심의 심판적 성격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경기불황과 민생의 어려움이 갈수록 부각되는 상황에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후보자 등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차가운 민심으로 드러났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TK와 PK 지역의 바닥 민심은 촛불 이전의 정체성으로 완연히 되돌아가고 있다. 504표라는 미미한 차이의 의미를 청와대와 민주당은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선거는 당위의 게임이 아니라 정체성의 발현 과정이다. 시민들에게 탄핵 이전의 한국당 지지 명분을 준 것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의 의미는 정의당의 승리이자 동시에 민주당의 패배일 수 있다”며 선거 결과를 해석했다.

한겨레도 사설을 통해 “유권자의 절묘한 선택에 담긴 민심을 무겁게 되새기길 바란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임기 3년차 문재인 정부를 향한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면서 “창원성산 보선에서의 정의당 승리로 정권심판론을 내건 한국당에 민주당은 참패를 면하는 체면치레를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평론했다. 

특히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통영시장(강석주)과 고성군수(백두현)에 당선됐던 것에 견줘보면 PK 지역에서 지지 기반이 약화됐다고 볼 수 있다. PK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 추세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당 안에서조차 내년 4월 총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걸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고언했다. 

지난 선거와 이번 4.3 재보궐 선거의 결과로 여권에 대한 민심의 이반을 확인할 수 있다. (표=박효영 기자)

이제 2020년 총선(4.15)까지 1년 남았다. 여권이 경기 불황 등으로 10개월 만에 반토막난 국민 지지세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아니면 한국당 등 보수 야당이 반사 효과를 굳히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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