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호평은 집권 초기에만
갈수록 성과는 지지부진
입법 제도화 능력 아쉬워
반사이익은 일반론인가 아닌가
양당 다 회의적으로 보는 유권자
그래도 정권심판론
이해찬과 문재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제 21대 총선이 딱 1년 남았다. 통상 집권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기능을 하는 게 총선이다. 하지만 과거의 문법처럼 여권에 대한 실망으로 인해 유권자의 마음이 야권으로 간다고 볼 수도 없다. 좀 더 복잡해졌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베스트웨스턴 호텔에서 <미리보는 21대 총선:쟁점, 전략 그리고 예측>이라는 주제로 학술회의가 열렸다. 

발제자로 참석한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토론이라고 하지만 의원들이 자기 말씀만 하지 않을까 싶어서. 트럼프 선거 이후 예측을 안 한다”고 말했지만 여러 변수를 짚어냈다.

손병권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동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당장 나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성과에 대한 문제다.

손 교수는 “대통령에 대한 평가라고 하는 것은 일단 국정운영 스타일과 방식, 인사 정책 등이 다 포함된다”며 “지금 민생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게 정권 출범 이후 강하게 등장했지만 실제 성과라고 하는 것이 국민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았다. 각종 인사 문제도 검증 부실이나 안일한 대처라든지 궁극적으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었다. 대통령께서 총대를 매고있지만 국민 모두가 좋은 결과를 내기 바라지만 현재 한반도 문제도 북미 간에 접점을 찾지 못 하는 상황이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별로 도움이 되지 못 하고 있다.

손 교수는 “민주당이 오만해보이는 문제가 있다. 특정 정치인(김경수 경남지사)의 재판 문제를 가지고 사법부를 비난하거나 뭐 20년 집권론 발언들이 나타나고 있어서 결국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집권 초기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고 일부 언론에서는 대선 당시의 지지율로 회귀한 것이 아니냐. 41% 정도로”라고 관측했다. 

그러면 한국 정치의 매커니즘상 야당이 반사 이익을 얻게 되는데 손 교수는 “(4.3) 보궐 선거 결과도 야당에 대한 반사적인 지지가 나타났다고 본다. 일종의 부정적 정당지지 현상이 한국에 강하다. 특정 정당이 잘 해서 야당을 지지한다기 보다는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못 해서 회고적 심판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관계 전문가들이 모여 21대 총선을 전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작년 6.13 지방선거 때만 하더라도 한반도 평화 무드를 타고 여권에 대한 지지율이 80%에 육박했다. 하지만 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고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반토막이 났다.

손 교수는 “현재 국정 동력은 집권 초기보다 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부분적으로 확인된 것이 4.3 보궐 선거 결과지만 지난 장미 대선과 지방선거 당시에 보수 정당에 대해 실망을 하거나 불만을 가졌던 일부 보수 유권자들이 대거 이탈해서 진보진영 문재인 정부로 유입된 지지층이 있는데 그 지지층이 지지를 철회했다고 보여진다”며 “지지율의 흐름을 보면 40%라는 마지노선마저 붕괴된다면 유권자들이 레임덕이 도래했다고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은 이걸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향후 집권 3~4년차에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변화라는 것이 집토끼도 봐야되고 중도층도 잡아야 하는데 그것을 일도양단으로 180도 전환이 아니라 관심을 두는 퍼센트의 변화라든지 그게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요지다. 

그런 문 대통령의 노력 여하에 따라 손 교수는 “(총선 때까지) 정책 영역에서의 획기적인 성과로 드러날 수 있는 예상 분야는 (적극적인 경제 개입책으로) 실업률 통계에 반등이 있거나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가 타결되면서 남북 문제가 활성화된다든지 직설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을지”라고 내다봤다. 

(사진=박효영 기자)
강우진 교수는 촛불의 기대를 받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본질적 위험성을 제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 본질적 위험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의 위임을 받았다고 자임하고 있지만 출범했을 때부터 지지율이 언제든지 출렁거릴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갖고 출발했다. 사실상 촛불 이후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를 지지한 이유를 보면 적폐청산이라든지 과거 개혁이 많았다. 어떤 정권을 만들어갈지 보다 근본적인 개혁 요구가 많았는데 촛불 위임을 제도화하는 제도적 개혁이 지지부진할 때 문재인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가 바로 실망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이런 위험을 안고 출발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국민 여론이 실망으로 전환되기 쉽다는 점에서 “강력한 야당이나 입법적 비토로 인해 국회에서 입법 교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치는 탄핵이 80대 20이라는 압도적인 세력으로 결정됐는데 이게 입법 정치로 나아갈 때는 양면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대통령 하나 갈아치우려고 광장에 모이지 않았다는 어느 시인의 일갈처럼 진보파와 급진파의 강력한 요구를 어떻게 타협하고 제어할 것이냐. 보수파의 강력한 반발에 어떻게 맞설 것이냐. 이 양자적인 강력한 요구를 이겨내고 문재인 정부가 지난 2년간 입법 제도화 능력을 보여줬어야 하는 부분인데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 했다”고 평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금태섭 의원은 여권에 대한 실망이 야권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사진=박효영 기자)

토론자로 참석한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총선의 성격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대체로 집권 4년차에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여권에 대한 평가 성격이 강할 것”이라고 동조하면서도 앞서 두 학자가 거론했던 부정적인 전망이 꼭 야당의 반사이익으로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측면을 환기했다.

즉 “현재 보수 야당이 여당에 실망한 표심을 받아낼 수 있을지. 여기에 대해서는 살펴봐야 한다”며 “20대 총선의 경험을 보면 2015년 말 민주당에 출입하는 경험 많은 정치부 기자들은 사석에서는 그 당시 새누리당이 200석을 이길 것이라고 봤었다. 이게 추상적인 숫자가 아니라 자기들이 하나 하나 선거구를 세어봤을 때. 예를 들면 종로에서 정세균이 어떻게 오세훈을 이기겠느냐. 이런 말을 하면서 200석이 됐는데. 2016년 들어서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금 의원은 민주당 내부의 안일한 인식이 있을 수 있다면서 “어차피 우리가 좀 못 한다 해도 설마 (우리 지지자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넘어갈 것이냐라는 그런 오만한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존체제에서 서로 못 했을 때 유권자의 마음이 어디로 갈 것이냐라는 면으로 바라보게 된다. 더 잘 해서 경쟁하게 되는 상승 작용이 아니라 못 했을 때의 상황을 가늠해보는 일종의 대결 정치체제의 폐해다. 

금 의원은 재차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실패했을 때 과거에는 새누리당이 그걸 받아냈는데 지금 유권자들을 보면 민주당에 실망했다고 한국당으로 바로 가지는 않는다”고 판단했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치의 두 진영에 실망하는 표심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내년 총거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그러지 못 해서 표를 받아내지 못 하면 총선 지나고 나면 우리가 보지 못 한 포퓰리스트가 출현하거나 예상하지 못 한 대한민국의 트럼프가 나타나서 한국 정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토론자의 발언을 듣고 있는 참석자들. (사진=박효영 기자)

금 의원은 그럼에도 “정국 주도권은 여권에 있기 때문에 국정 지지도를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공천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당은 모르겠지만 민주당은 큰 갈등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19대 국회(2012~2016년) 과거에 비해 갈등 요소가 상당히 없어졌다. 생각이 다른 분들(비문재인계의 국민의당 창당)이 많이 나갔고 17~19대 때 내부 갈등으로 인한 심각한 피해 교훈이 있고 20대(2016~2020년)는 초선 의원들이 이미 정치권 경험이 꽤 많다. 극단적인 대립은 없을 것이고 당 지도부도 여러 가지를 겪었다. 공천 계획이 발표되면서 언론에서는 비주류를 잘라내는 것이라고 하던데 심한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자평했다.  

이어 “(현역 의원들에 대한) 공천 물갈이는 평소처럼 일어날 것이다. 다만 계파 공천이나 기준없이 전략 공천이 자행되는 그런 갈등은 안 일어날 것”이라고 공언했다.

결론적으로 금 의원은 “(정치 세력의 언행이 어떻게 비춰지느냐는 측면에서) 태도와 유연성이 유권자의 마음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광덕 의원은 그럼에도 정권심판론이 총선에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주광덕 의원은 그럼에도 정권심판론이 총선에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 다음 토론을 이어간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최근 인사 정책에서 국민 여론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마이 웨이로 가고 민주당이 전혀 견제하지 않는 이유를 방금 금 의원의 말씀을 듣고 확실히 알았다. 우리가 잘못해도 그 표가 한국당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아래 오만함이 있었다”며 운을 뗐다. 

주 의원은 “불가피하게 내년 총선은 정권심판론이 주요 요소로 등장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촛불로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한 촛불 정신을 국민 전체로 통합하는 것보다는 어떤 진영논리나 정파의 이익이 너무 강하게 작용하는 2년의 국정 운영이었다”고 비평했다.  

금 의원의 민주당 공천 진단에 대해 주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지극히 오만한 공천을 해서 120석대로 전락한 그 원인이 뭔가를 보면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다. 이게 항상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원하든 아니든 대통령을 옹립하는 패권 세력들이 결국 공천 과정에서 패권화를 한다. 그게 국민 눈높이에 안 맞기 때문에 비판을 받고 선거에 마지막으로 작용하는 최대 요소이고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에 그런 위험이 많다”고 반박했다. 

강원택 교수는 여권에 대한 실망이 있더라도 떠난 표심을 받아낼 수 있는 정당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강원택 교수는 여권에 대한 실망이 있더라도 떠난 표심을 받아낼 수 있는 정당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금 의원이 거론했던 것처럼 일반론으로서 반사이익에 대해 강원택 정치외교학부 서울대 교수도 동의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임기 중반이라고 대통령과 여당에게 항상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결정적으로 2012년 MB(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도가 거의 바닥이었고 다 망한다고 그랬었는데 유력한 차기 주자였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당명과 색깔을 바꿔서 우리는 걔들과 달라라고 해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금 의원과 너무 생각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민주당이 아무리 못 해도 그걸 받아먹을 정당이 없다. 사람들은 속터져 죽으려고 하는데 그걸 받아먹을 정파가 없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강 교수는 “나는 그게 4.3 창원 보궐 선거가 아닌가 싶다. 나는 한국당이 두 곳(창원과 통영) 다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왜냐면 보궐 선거는 정치적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 그 선거를 통해서 권력이 오가지 않기 때문이다. 즉 정권에 대한 정치적 불만을 표현하기 좋은 게 보궐 선거인데 게다가 노회찬이라는 무게감있는 후보가 나왔다면 그 인물의 무게 때문에 졌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하지만 “여영국이 정치적으로 초선이고 알려지지 않은 분이다. 그런 후보가 나왔는데도 (한국당이) 졌다. 한국당이 이기려면 (민중당 3000여표까지 감안했을 때) 대한애국당과 바른미래당 표까지 합쳐야 이긴다. 문재인 정부에 속터져 죽으려고 하면서도 한국당으로 마음을 주지 못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역설했다. 

물론 강 교수도 “대통령이 총선 평가의 중심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문 대통령은 2가지 형태로 답답함을 주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정책적 결과나 방향에 대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분들이 있다. 또 하나는 상당히 기대감을 갖고 애정을 갖고 쳐다봤는데 뭐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아서 속터지는 분들이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문 대통령이 47~46% 지지율이 나오고 있는데 거의 반반됐는데 여전히 저녁에 술 한잔 하면서 듣는 여론으로 보면 답답하다는 게 훨씬 더 많이 나온다”고 밝혔다. 

촛불 민심에 대해 강 교수는 “촛불의 중요한 화두는 세대 교체다. 그때 나왔던 분들은 젊은 사람들이 엄청 많다. 그들의 답답함과 삶의 불만이 터져나왔는데 그걸 기성 정당과 민주당이 자기것인양 다 먹어버렸다”고 해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강찬호 논설위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대표의 역학관계에 따른 공천 문제를 분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문 대통령에 대한 개인 호감도가 국정 지지율보다 더 높다면서 그 함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논설위원은 “산불나면 당연히 야당의 호재인데 어떻게 여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가.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층이 확실히 있는 것이다. 국정 지지율보다 문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지지율이 15% 가량 더 높다. 42% 정도 국정 지지율이 나온다고 했을 때 문 대통령이 점퍼 입고 그날 밤 막 돌아다니면 개인 지지율이 다소 과열돼서 50% 가까이 나온다. 이런 걸 다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권 정부의 입법 제도화라는 시스템으로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 문 대통령의 개인 플레이로 가고 있기 때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강 논설위원은 민주당의 세대교체와 공천을 놓고 문 대통령과 이해찬 대표 간에 역학관계를 분석했는데 “젊은 의원이 민주당에 없다. 민주당이 반성해야 한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 (민주당의) 세대교체 명분이 너무 좋기 때문에 다 물갈이하고 싶어할 수 있다”며 “실제로 4선 이상이 20명 밖에 안 된다. 3선 이상도 그 정도이기 때문에 다만 여기서 반발이 심할 것이기 때문에 양정철(민주연구원장 내정)과 같은 측근을 통해 물밑에서 여러 작업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민정비서관 백원우가 오는데 민정은 여야 의원 가리지 않고 바닥 정보를 다 수집해놨다. 비리들을 다 갖고 있을 것이다. 이런 분이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와서 다선 의원들을 만날 때 어떤 얘기가 오갈지 굉장히 궁금하다. 이해찬 대표 입장에서 상당 부분 수용할 것이다. 본인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나이와 연배 비슷한 다선 의원들 같이 나가자고 하겠지만 이 대표 나름대로의 분석과 이익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 대표와 문 대통령의 이해관계 공약수가 어느정도까지 스무스하게 넓게 형성될 것이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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