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청산 안 하는 게 민심과 뇌구조 불일치
대북 투자론
조대원의 정치 인생
전당대회서 일반 여론조사 반영 많이
당심과 민심의 차이 심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조대원 위원장(자유한국당 고양시정 일산서구 당협위원회)이 전당대회에서 “뇌구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일반 민심과 당심이 다르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사고하자는 차원에서 한국당 구성원들의 뇌구조가 보통 민심과 다르다는 자조섞인 성찰이다.  

22일 16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 사무실에서 조 위원장을 만났다. 조 위원장은 “내가 연설 마지막에 니들은 우리와 뇌구조가 다르다고 했다. 그 말이 참 아픈 말이다. 그런 말을 적어도 그런 자리가 아니라면 전달할 곳이 없었다”고 밝혔다.

조대원 당협위원장은 친박 청산을 전면에 내걸어서 주목을 받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뇌구조가 가장 다르게 느껴지는 대표 사례는 바로 친박 청산 문제다. 조 위원장은 2월27일 전당대회장에서 친박 인사를 면전에 두고 쓴소리를 쏟아낸 바 있다. 대놓고 친박 8적(서청원‧최경환‧홍문종‧윤상현‧이장우‧김진태‧이정현‧조원진)에 대한 정치권 퇴출을 주장했다.
 
“그때 머리가 쭈뼛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 앞에서 모든 권세를 제일 많이 누렸기 때문에 시기 질투를 제일 많이 받았다. 그리고 윤상현 의원이 얼마 전에 나보고 언제 한 번 보자고 연락왔다. 윤 의원은 도리어 나한테 그런다. 그분들 그때 녹취록(김성회 전 의원 등 공천 논란) 까져가지고 오만하지 않았는가. 오만방자하게 행동했다. 그때 친박계 핵심에 들어가지 못 하면 우리는 이류 삼류 당원으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그들은 정치적 책임을 피해갔다. 탄핵 이후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되는 당내 분위기도 없었고 청산되지도 못 했다. 

“자기들끼리 다 한 것이고 권력잡고 휘두르고 다 했다. 그렇게 잘못을 하고 있는데도 자정 작용이 당에서 전혀 되지 않고 그 사람들 온갖 구설수 홍문종 구설수 윤상현 구설수 이런 것들이 오르내리고 있는데도 아무도 제어하지 못 하고. 누릴 거 다 누리고. 대통령이 임기도 다 못 채우고 탄핵당하고 감옥갔다. 옛날 (일본) 같았으면 밑에 그분들 다 (정치적) 할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스스로. 자기 목을 내놓고 스스로 목을 매든지 아니면 낙향하든지.” 

조 위원장은 이 대목에서 국민들이 한국당과의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게 그토록 화가 났기 때문에 면전에 두고 비판을 쏟아냈다.

“지금 홍문종 이런 분들이 나서면 우리 당원들이 불편해한다. 근데 그거를 국민들이 봤을 때 저렇게 잘못했는데도 아무도 제어하지 못 하는 당이라고 하면 비상식적으로 보인다. 뇌구조가 다른 집단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그게 너무 화가 났던 거다. 적어도 니들처럼 이렇게 나서는 사람들을 우리 당에서도 젊은 후배가 잘못했다. 너! 자아 비판하가고 나가! 이렇게 얘기하고 혼내고 고함지르는. 예전에 노 전 대통령이 토의하자고 하면 나는 반대다라고 했듯이. 이게 상식적인 집단 아닌가? 나는 그거를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선배들 앞에서 그렇게 한 게 예의에 옳은 건 아니지만 그런 자리가 아니면 페이스북에 쓰고 해도 도무지 주목을 안 해주니까.” 

조 위원장은 그런 용기있는 결단에 절대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많은 국민들로부터 격려를 받아서 힘이 났다고 말했다. 나아가 2020년 총선에서 친박이 다시 부상하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렇게 했는데 국민들이 열광했고 많은 당원들이 동의했는데 김순례 같은 사람이 들어가서 하고 있으니 홍문종이 다시 목소리를 내지 않는가. 다음에 그런 분들이 다시 나오면 조대원이 가만 있겠는가. 내가 공천 못 받아도 5.18 망언했거나 친박 8적을 당에서 다시 공천한다? 내가 단식할 것이다.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 

(사진=박효영 기자)
조 위원장은 2013년 자서전 <나는 매일 쿠데타를 꿈꾼다>를 출간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조 위원장의 비판은 당 지도부라고 비켜가지 않았다. 황교안 대표는 취임 이후 5.18 망언 3인방(김진태·김순례·이종명) 징계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많이 받고 있지만 항상 “절차대로”를 반복하고 있다. 

“사실 당대표가 됐기 때문에 김세연 의원(여의도연구원장)이 여의도연구원 상근부원장을 제안하면서 만약 들어오면 하고 싶은 말을 하되. 당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거나 당대표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삼가달라고 해서 내가 알겠다고 그랬다. 현재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싶진 않고. 근데 원론적으로 봤을 때 잘못한 것은 빨리 짚고 넘어가는 게 맞다. 그게 덮는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말씀하셨듯이 화해하고 포용하자고 하는데 그러면 잘못한 사람들에게는 화해와 포용의 법칙이 적용되고 (쓴소리나) 바른 말했던 사람들과는 그게 안 되는지. 왜 거꾸로 적용하는지.”  

최근 나경원 원내대표는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나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분열” 발언으로 연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조급하니까 그렇다고 보고 나 원내대표가 왜 욕을 먹냐면. (연설문) 조목조목 보면 옳은 내용이 많다. 많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한 말(대북 투자에 적극 나서야)과 그 전에 한 말이 입장이 바뀌었다. 그러면 바뀐 것에 대해 설명을 하고 왜 이렇게 바뀔 수밖에 없었는지 사과를 하든 아니면 그 부분에 대해 더 연구를 해보니 이렇다고 더 강한 주장을 하든 해야 하는데 그런 거 없이 구렁이 담 넘듯이 입장이 바뀌니 국민들이 봤을 때 헷갈리는 거다. 사람은 입장이 한결 같아야 하고 정 내가 초선 때 원외위원장 때 잘못 판단했다면 해명과 사과 정도는 있어야 한다.” 

나 원내대표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시절이던 2015년 7월23일 중앙일보에 <북한이 대동강의 기적 이루도록 지원하자>는 기고문을 실었다. 당시 남북 관계는 최악이었고 북핵 실험도 자행됐었다. 나 원내대표는 그때와 달리 지금 북한에 그 어떤 제재 완화나 투자를 해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 위원장은 그러한 대북 강경론으로의 입장 변화에 대해 꼬집은 것이고 본인 스스로도 대북 투자론을 설파했다.

“통일은 진보만 하는 게 아니다. 나는 통일에 대한 열망이 더 큰 사람이다. 늘 얘기하지만 통일돼야 할 것 아닌가. 남북 대화하자.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돼야 겠지만. 우리 아내와 그런 얘기했지만. 북한 도로를 왜 닦아 주느냐. 러시아도 돈도 못 받고 다 쫓겨났다고 한다. 그러길래 내가 뭐라고 했냐면 여보! 통일되면 그 땅이 다 우리 땅이야. 우리 헌법 3조에 보면 대한민국은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를 영토로 한다고 돼 있다. 북한 땅도 우리 땅이다. 말은 우리 땅이라고 하면서 탈북자들 중국에서 넘어오면 우리 국민들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막 반대하고 한다. 탈북자도 우리 국민이다. 투자 하나도 안 하고 어떻게 하는가.”

조 위원장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 보수가 북한이 망하길 바라는 태도로만 일관하면 북한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을 중국에 다 뺏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리 투자하고 준비해야 해야 하고 특히 보수의 퍼주기 주장에 대해 명확히 반대했다.  
 
“한국당 내에서 그런다. 우리의 목표가 통일이냐 아니면 북한 정권 붕괴냐? 지금 하는 짓은 딱 북한 정권 붕괴만 본다. 붕괴되면 중국 애들이 청천강 이북까지 내려온다. 중국은 자기 자산이 많이 들어가 있다. 투자도 많이 해놨고 북한에 기름도 공짜로 준 게 아니라 전부 광산 채굴권, 항구 이용권 이런 걸 다 갖고 있다. 갑자기 북한 정권이 무너져서 혼란기가 오면 자국 국민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북중 방위조약인가 군사동맹이 돼 있다. 그럼 자동적으로 들어온다. 원래 요동땅은 우리 땅이다. 잃은지 1000년 밖에 안 됐다. 그러면 그 땅을 영원히 중국에 안겨줄 것인가. 이런 걸 고민해보자. 우리가 북한에다가 최소한 좀 돈을 깔아놓고. 공짜돈이 아니다. 분명 헌법에 북한 땅도 우리 땅이라고 그랬다. 그걸 왜 퍼주기 한다고 그러는가?” 

조 위원장은 어렸을 때부터 정치인이 꿈이었다. 그 꿈의 크기는 원대하다. 

“나는 사실 13살 때부터 꿈이 대통령이었다. 통일된 조국을 강대국 반열에 올려보고 싶다. 대구에서 (전당대회) 연설했을 때 다음에 대구 올 때는 단순히 최고위원 후보가 아니라 통일에 서명을 하는 지도자가 돼서 오겠다면서 지켜봐달라고 했다. 13살 때부터 그런 꿈을 꾸고 왜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돼도 너무 힘이 없는 힘센 이웃 국가들의 간섭을 받는 이런 나라인가. 이런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도 참 서글플 것 같다. 이런 생각을 가지면서 우리도 언젠가는 뻗어가서 힘센 국가 강대국이 돼봐야겠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무척 고단했고 지금도 빛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조 위원장은 스스로 뿌리부터 정체성이 보수라고 말하고 있지만 불이익을 감내했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애정이 많다. 

“15년 동안 제일 높게 한 것은 (중앙당) 부대변인이었다. 국회의원 공천을 3번 신청했다가 2번은 면접도 못 봤다. 오늘도 누가 나와 얘기하는데 형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기질이 비슷한데 노무현보다 더 한 것이 노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공천을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가 줘서 했고 장관도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가 시켜줬다. 그런데 형은 땡겨준 사람이 없다. 그리 말하더라. 내가 조금이라도 줄을 섰다고 생각했다면 이렇게 말을 함부로 못 한다. 보스가 있다면 내가 생각하기에 이게 옳다고 하면 저런 싸가지없는 자식이라고 했을텐데. 나보고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사진=박효영 기자)
당심과 민심의 불일치를 가장 많이 우려한 조 위원장. (사진=박효영 기자)

조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줄을 대고 끈을 잡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천성 그런 성격이 못 된다. 소신껏 정치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고 미국 명문대에서 정치학·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브레인이지만 한국당의 스펙왕들을 이기려면 결국 줄을 잘 서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고 자조했다. 

“2008년 총선할 때 TK(대구경북) 쪽에서는 늘 줄 찾고 그러니까. 나는 하도 서류심사에서 떨어지고 하니까. 교회 아는 분이 이상득 의원(이명박 전 대통령 친형으로 당시 최고 실세)에게 연결돼서 조대원 정도면 좀 괜찮지 않느냐. 군대를 육사(육군사관학교) 갔다오고 신체 건강하고 공부도 잘 했고 미국가서 뉴욕대 나오고 텍사스대 나오고 뭐 이렇게 했으니까 좀 지켜봐달라고 그랬다던데. 그 분이 한 말씀이 사실인지 모르지만. 이 의원이 우리 당에 그 정도 안 갖춘 사람이 어딨어? 그랬다고 했다. 검사장이나 서울 법대 나오고 하버드 나오고 이런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그니까 전부 다 법조당이라고 한다. 조대원 정도는 흔하다는 거다. 조대원이 부각된 것은 잡초처럼 커왔기 때문이다. 고시원 생활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그랬다.” 

조 위원장은 15년 이상 정치권에서 활동하면서 지금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해 8명 중 7위 5.7%(1만5443표)를 했지만 결과가 의미있었고 국민 속에 각인됐다고 보는 것이다. 

“조경태 의원은 4선을 했다. 정미경 후보는 원체 TV에 많이 나온 분이다. 김순례 후보와 나는 1% 차이 밖에 안 난다. 그 분은 노토리어스(악명높은)한 걸로 알려져서 받은 건데 우리 당이나 지지층 중에 (김순례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그룹이) 그 정도 되는 거고. 조대원은 거의 알려지지 못 했던 사람 아닌가. 이제 국민이 정확히 (출마한지) 일주일만에 지지해준 것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내가 뭐 투자한 것에 비해 많이 (좋은 결과를) 뺏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했지만 다른 분들처럼 오래 물량공세를 많이 해서 준비하지는 못 했다.”

조 위원장은 당원 투표에 3%대(6700여표)의 낮은 득표를 했지만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10.7% 4위를 달성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그랬듯 당심과 민심의 불일치를 상징하고 있다. 그래서 조 위원장은 한국당이 전당대회에서 적어도 50% 이상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했어야 했다고 역설했다.
 
“원래 야당같으면 절반 정도 반영된다. 안 그러면 진짜로 미국처럼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도 했는데 100% 일반 여론조사로 하자고 할 수도 있다. 이번에 봤지만 전당대회 투표율이 25.2%였는데 시도의원이나 국회의원을 뽑을 때 투표율이 50% 넘긴다. 25% 밖에 안 되는데 일반 당심을 다 반영한 것일까. 샘플이 늘어나면 날수록 김진태나 김순례 부류의 캐릭터를 갖고 있는 분들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봤을 때 현재 우리 당이 처한 상황을 봤을 때는 일반 여론조사 비율을 더 높였어야 한다.”

당심과 민심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그랬어야 했다는 것인데 조 위원장은 만약 그랬더라면 전당대회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심과 민심이 이반돼 있다. 이게 비슷할 때는 같이 가도 된다. 원체 이반돼 있을 때는 결국 우리가 국회의원 되고 대통령 되는 거는 민심을 얻어야 되는 거지 당심을 얻어서 되는 게 아니다. 민심에 근접하도록 당심을 맞춰야 한다. 당심 수준이 그만큼 안 된다면 그만큼 교육을 해서 끌어올려서 맞추던지 그게 안 되면 당심 비율을 낮추고 민심 비율을 높여야지. 가끔 뭐 오랫동안 이 당을 지켜온 우리가 뭐 어떻고 하는데. 한 달에 1000원이나 더 내는가. 그래서 태극기부대 사람들이 6개월 전에 들어와서 6000원 낸 걸로 투표권 받아 가는 거다. 1만 몇 천명이. 그런 걸 따져봤을 때 적어도 일반 여론조사 비율을 50%는 반영해야 한다. 진작 오픈 프라이머리를 했으면 조대원 같은 사람이 원내 최고 지도부에 진입됐을 것이다. 그렇게 됐다면 더 센세이셔널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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