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 코로나19 사태로 배달앱 시장 성황에 기습 수수료 인상?
배민 수수료에 자영업자들 ‘분통’
“소비자‧자영업자에 득될 것 없는 배달앱 쓰지 말자”…소비자·자영업자 배민 탈퇴 이어져

서울시 송파구 우아한 형제들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서울시 송파구 우아한 형제들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산업계 전반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배달앱 서비스 1위 기업 배달의 민족이 높은 수수료의 신규 요금체계 발표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수료 인상에 부담을 느낀 소상공인들과 소비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잇따른 가입 탈퇴와 앱 삭제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액제를 정률제로 개편하면서 '꼼수 인상'이란 비난 속에서도 배달의민족은 수수료 철회는 거부하겠단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배달의 민족, 코로나19 사태로 배달앱 시장 성황에 기습 수수료 인상?

8일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일부터 배민 광고 정책을 변경했다. 입점업주들에 광고비 조로 받던 정액제(울트라콜, 8만8,000원)요금에서 주문 건당 5.8%의 수수료를 붙이는 정률제(오픈서비스)로 바꿨다.

그러자 소상인들은 '수수료 꼼수 인상'이라며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월 매출 3,000만원의 업체가 메인 화면에 노출되기 위해 기존의 울트라콜 10건을 이용할 경우 88만원을 내야 했지만 정률제인 오픈서비스에선 174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매장 손님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배달앱에 50% 이상 의존하는 업체 입장에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수수료 인상한 시기도 불만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매출이 반토막이 난 마당에 배달앱 이용률이 40% 이상 급증하자,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인상을 단행하면서 ‘괘씸죄’가 추가된 모습이다.

한 자영업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배달앱 이용자가 급증하자마자 배달 수수료를 올리는 건 배달의 민족의 꼼수“라며 "새로운 수수료 개편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준 대표는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외식업주들의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한 발 물러섰다.

서울시 마포구의 한 '배민 라이더스' 본부 (사진=우정호 기자)
서울시 마포구의 한 '배민 라이더스' 본부 (사진=우정호 기자)

배민 수수료에 자영업자들 ‘분통’

배민 측은 이번 광고 정책 변경을 통해 영세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우아한형제들의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전국 14만개 음식점 중 52.8%의 입점 업주가 배민에 지불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개업 1년 이하이거나 연 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 업주 중심으로 이번 정책 개편의 혜택을 받는다고 했다.

건당 5.8%인 주문 수수료는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도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온라인몰의 수수료율이 평균 13.1%인데 이의 절반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는 달랐다. 업주들은 배민이 겉으론 수수료를 내렸다고 홍보하지만 결론적으론 부담이 과중된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A씨에 따르면, 변경 전 ‘울트라콜’로 500만원 팔았을 때 내는 수수료가 25만3000원이었으면 ‘오픈서비스’로는 46만6000원으로 거의 2배가 된다. ‘오픈서비스’는 파는 만큼 더 많이 내는 구조라서 이보다 훨씬 차이가 벌어진 업주들도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배달의민족에 입점한 한 업체는 주문페이지에 '전화 주문해달라'며 공지를 올려놓기도 했다. 새로 선보인 높은 수수료로 부담스러운 배달의민족 앱을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겠다는 방침 때문이다.

업계에선 배민이 향후 상대적으로 수익이 적은 정액제 광고를 폐지하고 주문 건당 전부 수수료를 내는 정률제 위주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써 이번 정책 변경을 했다는 예측이 우세하다. ‘오픈서비스’ 정책 하에선 단골이 ‘찜’ 등을 통해 직접 들어와 주문해도 수수료를 내야한다.

실제 이번 정책 변경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월 정액제(8만8000원) 광고 상품(‘울트라콜’)의 효과 저하다. ‘오픈서비스’를 신청한 업체들을 전부 카테고리 상단 목록에 노출시킨 이후 ‘울트라콜’ 신청 업체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수수료 증가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단가가 낮은 메뉴의 수익이 떨어짐에 따라 전체적으로 메뉴 가격대가 올라가고 ‘박리다매 업체’는 줄줄이 문을 닫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지난해 배민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되며 국내 배달앱 1~3위인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이 한 회사가 됐다. DH가 배달시장을 독점함에 따라 수수료 인상이 뒤따를 것이라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다.

자영업자들은 공정위의 인수·합병(M&A) 승인 이후엔 국내 배달앱 시장의 99%를 차지한 DH에 의해 배달 시장이 좌지우지되리란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배민 측은 “자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오픈서비스’가 광고비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용자들은 식당과 메뉴의 선택권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한 커뮤니티에 '배민 탈퇴 방법'을 알리는 게시물 사진 (사진=커뮤니티 캡쳐)
국내 한 커뮤니티에 '배민 탈퇴 방법'을 알리는 게시물 사진 (사진=커뮤니티 캡쳐)

“소비자‧자영업자에 득될 것 없는 배달앱 쓰지 말자”…소비자·자영업자 배민 탈퇴 이어져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국내 배달앱 업체 1위인 배달의민족 이용자들이 탈퇴하거나 앱을 삭제하는 등 배달의민족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신 '전화주문'을 독려하면서 소상공인을 돕자는 '착한 소비'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개편을 비판하고 소비자에게 전화주문을 요구하거나, 배달료를 할인해주겠다는 자영업자까지 등장했다. 소비자와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탈 배민화' 바람이 불고 있는 양상이다.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직장인 B씨는 최근 휴대폰에 저장된 '배달의민족' 응용 소프트웨어(앱)을 삭제했다. 최근 배달의민족이 입점업체들에 높은 수수료의 새 요금 체계를 적용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B씨는 “배달의민족을 통해 주문하면 건당 수수료가 발생해 자영업자들이 수수료를 내야 하니, 앞으로는 전화를 직접 걸어서 주문할 작정”이라고 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소상공인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지난달 31일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실행회의에서 “김진표 당 비상경제대책본부장도 소상공인 부담을 덜기 위해 배달 앱 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춰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면서 “공정위 등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7일 "단순 플랫폼 독점으로 통행세 받는 기업이 인프라 투자자이자 기술문화자산 소유자인 국민을 무시하고 성공할 수 있을까"라며 "배달앱이 아닌 전화로 주문하고, 점포는 전화주문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운동이 시작됐다"고 사실상 배달앱 '보이콧'에 동참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박태희 우아한형제들 상무는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오픈서비스에 대해 "수수료 방식을 되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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