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위원회 주선
배달앱의 역설
김원장 기자는 왜 발끈하는가
배달앱은 정당한 중개수수료를 받는가
광고료 아니면 수수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소상공인들과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배민)이 만났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선했다. 중개 수수료든 광고료든 배민 체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소상공인의 절규가 커져가던 시점이라 이목을 끌었지만 ‘의견 수렴의 장’을 만든다는 말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6일 15시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미스터피자 가양점에서 <배달앱 상생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 점검을 위한 현장간담회>가 열렸다.

미스터피자 영업점 현장에서 열린 간담회. (사진=박효영 기자)

정진명 뚜레쥬르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이 자리에서 30분만에 자영업자를 위한 배달앱의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제안을 드리자면. 배달앱에서 기사냈을 때 자영업자와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했는데 그것은 단순히 말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뭔가 어떤 협의체를 어떻게 구성해서 개선방안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확답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야 연말까지 보름에 한 번이든 한 달에 한 번이든 만나서 결과물에 대한 것을 좀 더 공유하고 발표할 수 있고 실질적인 뭔가가 이뤄져야 한다. 확답을 해줘야 이 자리가 큰 성과의 자리가 될 것 같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현재 배민 이사는 “최근 저희가 못 한 것이 업주들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 하고 오픈서비스라고 하는 체계를 발표함으로 인해서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를 만들었다. 저희의 가장 큰 과오이자 잘못”이라면서도 “굉장히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그 안에 있는 마진율도 너무나 다르다. 사실 그 모든 부분들을 배달의민족이란 서비스 내에서 다 담아내기에 의견을 수렴하기에는 어려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양해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이 이사는 “10만명 이상의 업주들이 계신데 다양한 사업들을 하고 계신다. 치킨을 팔고, 중국 음식을 팔고, 커피를 배달하기도 하고, 원래 배달이 안 됐던 가게지만 배달을 통해서 매출을 늘려가기도 한다”며 이해관계의 다양성을 재차 강조했다. 

배민은 작년 12월 5조원의 몸값을 받고 독일 기업 DH(Delivery Hero)와 인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DH는 국내 배달앱 시장 2위와 3위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소유하고 있는데 1위 배민까지 차지했다. 동일 기업이 시장 점유율 99%를 손에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교과서에 나오는 완전 독점이다. 아직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함 심사가 남아 있지만 일단 배달앱 시장의 판도는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시장 장악력을 키운 배민은 비슷한 시기 기존의 월 광고료를 내는 ‘울트라콜’ 시스템에서 건별 수수료 산정 시스템인 ‘오픈서비스’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전국의 소상공인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까지 공공배달앱을 만들 수도 있다면서 목소리를 냈다. 배민은 버티지 못 하고 바로 철회했고 원상복귀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이사는 “저희가 5월1일부로 원상복귀를 했다. 대다수 업주들이 울트라콜에 대한 원복을 해달라고 말씀하셨고 저희가 오픈서비스로 개편하자마자 10일 내로 원복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해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왼편에서 마이크를 들고 말하고 있는 이현재 이사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배민의 수수료 시스템 변천사를 알아야 한다.

경제통으로 알려진 24년차 언론인 김원장 KBS 기자는 4월4일 페이스북을 통해 “배민의 수수료는 진짜 0%일까?”라며 “2015년 영세 자영업자의 고혈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결국 배달의 민족은 수수료 0%를 선언했다. 매출보다 고객 확보가 중요하다고 했다”고 운을 뗐다.

①건별 수수료 징수 
②울트라콜 위주+오픈리스트 
③오픈서비스 개편+울트라콜 폐지 
④울트라콜 위주로 원상복귀

배민 모바일 앱의 화면. 맨 위에 오픈리스트가 있고, 그 아래에 울트라콜이 있다. (앱화면캡처=배달의민족)

2015년 이전까지는 그냥 ①이었다.

이후 배민은 수수료 0%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②으로 전환했다.

김 기자는 ②에 대해 “배달의민족 앱을 켜서 치킨을 주문해보자. 오픈리스트가 뜬다. 지역 내 배달치킨점이 수도 없이 올라온다. 돈을 내고 하는 일종의 광고다. 광고료 명목으로 내가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하면 배민이 매출의 5.8%를 가져간다. 결국 수수료는 다시 5.8%가 됐다. 치킨 한 마리를 팔아 25%가 남는다면, 그중 5분의 1을 배달의 민족이 그냥 가져간다. 기가 막힌 수익률이다. 2000원 정도의 배달료는 별도”라고 정리했다.

이어 “수수료 아닌 수수료는 또 있다. 오픈리스트를 쭉 내려가다보면 울트라콜 서비스가 나온다. 일명 깃발 꽂기다. 내가 깃발을 넓게 멀리 꽂을수록 우리 가게의 주문이 늘어난다. 물론 깃발 하나에 월 8만8000원을 낸다. 그야말로 땅따먹기다. 100개 이상 깃발을 꽂은 점포도 있다. 참여하지 않으면? 역시 그만큼 주문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② 체제로 4년이 흘렀다. 이제 광고료를 많이 지불해서 깃발을 많이 꽂는 업체만 매출을 많이 얻는 방식이 고착화됐다. 

이에 배민은 작년 12월3일 “울트라콜은 등록하는 만큼 고객에게 노출됨에 따라 소위 깃발 꽂기라는 과열 광고가 경쟁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지역의 경우 한 명의 사장님이 수십 개의 울트라콜을 등록하고 반복해서 노출해 지역 내 주문을 독차지하기도 했다”며 “이러한 지역이 많아질수록 신규 사장님과 상대적으로 광고비 지불 여력이 부족한 사장님의 경쟁력은 낮아져만 갔다”고 문제점 진단을 한 뒤 ③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배민은 ③ 체제에 대해 크게 아래 3가지라고 홍보했다.

Ⓐ수수료 6.8%의 오픈리스트 폐지 및 수수료 5.8%의 오픈서비스 출시
Ⓑ울트라콜 등록 갯수 가게 당 3개로 제한 
Ⓒ우리가게쿠폰 및 신규 아이콘 상품 구매 비용 전면 무료화

김원장 기자의 모습. (캡처사진=KBS1)

김 기자는 Ⓑ에 대해 “신규 깃발꽂기는 3개만 허용하기로 했다. (배민은) 광고를 많이 못 해도 음식 맛이 좋은 가게의 주문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미 꽂은 깃발의 기득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깃발 10개 꽂은 점포에 대해 매월 88만원을 계속 받겠단 뜻이다. 반면 오픈리스트 아래에 노출되는 울트라콜의 주문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 8만원 가량의 울트라콜 수수료만 냈던 점포들도 오픈서비스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수수료는 껑충 높아진다. 가입 안 하면 안 될까? 피할 수 없다”며 “5년 전 현장을 취재할 때 한 교촌 대리점 사장님은 동네 치킨점주들이 단결해 탈퇴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 반란은 불가능하다. 한 두 점포가 이탈해서 재가입하면 주문은 이들에게 쏠리고 결국 이 시도는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 같이 안 하면 좋지만 다들 가입하니 나도 해야 한다. 그야말로 죄수의 딜레마”라고 덧붙였다.

③ 전면 시행 예정일은 4월1일이었다. 3월말 즈음 코로나19와 총선 이슈로 언론 지면이 도배될 때에도 소상공인들의 원성이 뉴스로 나오기 시작했다. 울트라콜이 사실상 폐지 수순에 접어들고 모두가 ③으로 강제 편입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에 대한 반발심이 상당했다. 

Ⓐ라는 게 수수료가 인하됐다고 하더라도 건별 수수료 체계로 돌아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을지로위원장과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우원식 의원은 “수수료가 과도하다. 우리가 상인들의 카드 수수료 1%를 낮추기 위해서 몇 년 동안 엄청난 노력을 했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상인들 살리자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낮춰서 크게 성공했다고 그랬는데 배달 수수료 올라가는 것 보고 우리가 뭐 했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며 “수수료가 높으면 이제 공공배달앱이나 저가형 배달앱이 나와서 또 경쟁이 될 것이다. 경쟁에서 소비자를 뺏기지 않으려면 거기서 또 광고료가 들어간다. 배달 비용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에 이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배민 측에 답변을 요구하고 있는 우원식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이날 이 이사는 ‘소통을 하겠다’와 ‘이해관계자의 다양성’이라는 2가지로 모든 답변을 대신했다.

이 이사는 “협의체를 말씀드렸다. 저희가 이번에 얻은 교훈과도 연결돼 있다. 결과를 아직은 우리가 이렇게 하겠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는데 좀 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받기 위해서 사장님 광장이라는 실제 업주들이 쓰는 여러가지 공지사항을 전달받는 곳이 있는데 그 안에 실제 채널들을 오픈할 것”이라며 “업주들이 향후 김봉진 대표(우아한형제들)와 만나는 자리도 있을 거고 그분들의 의견들을 온오프라인으로 정리해서 서비스 불편을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 의원은 “적정한 수수료가 되어야 할텐데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라며 “5월부터 원복했고 3가지 문제가 제기됐다. 하나는 깃발 문제이고, 두 번째는 영업 지역을 1km에서 3km로 늘려서 경쟁이 격화되는 문제, 세 번째는 방금 나왔던 영역을 침범(음료만 배달하는 소매업)하는 문제”가 있다고 정리했다.

이어 “그런 것들에 대해 어떤 생각이 있는지 근본적으로는 이런 문제를 다루기 위해 대화의 틀을 만들어야 할텐데. 그것에 관해 여기서 다 말씀하시기 어려울테고 가서 상의를 해야겠지만. 지금 이렇게 상인들의 불편으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그렇지 않다거나 이런 방안을 갖고 있다거나 이런 점에 대해 대답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 이사는 “적정 수수료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당장 여기에서 이게 적정 수수료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앞으로 저희가 업주들과 만나는 장을 통해서 그런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업주들마다 사업의 형태도 다르고 마진율도 다르다”며 “사업의 구조가 접대 홀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배달 음식만 하는 분들도 있다. 사실 저희가 이번에 받은 교훈이 너무나 다양한 이런 형태들이 어떤 틀거리 안에서 다 담아내기 어렵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 논의해서 만들어가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반대로 소상공인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미스터피자 가양점을 운영하고 있는 허석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매출 증대 차원에서 배달앱을 이용하긴 하지만 마케팅 비용이나 수수료 부담이 커서 수익은 되레 악화되고 있다. 자영업자와 협의해 합리적인 수준의 상생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도 “자영업자들의 평균 순수익은 8% 이하인데 배달앱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전체 매출의 최고 16%에 달한다. (수수료를) 순수익의 3분의 1 수준 이하로 줄이는 등 자영업자의 부담을 낮춰 달라”고 촉구했다. 

물론 배민이 시장에서 각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의 편리함에 있다.

정의당 소속 이기중 관악구의원(서울시)은 4월9일 페이스북에서 “요 며칠 공공배달앱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는 배달앱을 안 써봐서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인가 싶어 사람들에게 배달앱을 왜 쓰는지 물어봤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이용자 편의와 혜택이다. 전화를 안 해도 된다.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뭘 시킬지 고르기 편하다. 각종 이벤트로 주어지는 포인트와 쿠폰 등”이라고 집약했다.

이 이사도 “배민이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고 지금까지 커올 수 있었다. 스타트업이나 4차 산업혁명이란 이름으로 굉장히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이사는 “그 안에서 저희가 책임감에 집중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고 그런 면에서 실기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배민 '사장님광장'이란 사이트의 모습. (홈피캡처=배달의민족)

김 기자는 소비자 편익에 대해서도 “해당 음식의 소비자 평가를 보고 미리 맛과 서비스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배달 수수료 만큼 가격이 오르고 이는 상당 부분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게다가 모바일의 고객 평가는 점점 정교하게 오염되고 있다. SNS의 식당 평가를 진짜 신뢰하는가?”라고 일축했다. 

나아가 배민의 업력 자체가 중개 수수료로 돈을 버는 것인데 일반 시장의 원칙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시장경제에서 거래를 중개하면 모두 수수료를 낸다. 단 3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다. 중개를 통해 거래가 쉬워지는가? 거래가 늘어나는가? 믿고 그 거래를 할 수 있는가? 배민은 이 3가지 조건을 하나도 충족하지 못 한다”고 설파했다.

이를테면 “배민없이 치킨을 주문하는 게 아주 어려운가? 네이버나 다음에 여의도 치킨 치면 곧바로 수많은 배달 점포와 전화번호가 뜬다. 그냥 누르면 연결된다. 수수료는 물론 0원이다. 거래가 늘어나는가? 답할 필요도 없다. 배달앱 서비스의 탄생으로 당신은 치킨을 더 먹는가. 믿고 거래를 할 수 있는가? 당신은 치킨 주문을 한 뒤 혹시 배달점주가 내 돈을 떼먹을까봐 걱정한 적 있는가”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은 월 평균 83만원을 배달앱 사용료로 지출한다. 

결론적으로 김 기자는 “배달앱은 이렇게 소비자에게 약간의 소비자 후생을 주고 영세 배달 점주에게는 막대한 부담을 준다. 막대한 부담은 막대한 수익을 의미한다”며 “독일 DH가 배민을 전격 인수한 이유다. 40억 달러를 베팅했다. 5조원을 베팅할 만큼 돈이 되는 사업이다. 물론 그 돈은 우리 동네 자영업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