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한국전력 차장’도 ·· 직장 갑질 당한다
20년차 ‘한국전력 차장’도 ·· 직장 갑질 당한다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4.30 0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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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글 작성 이후 공식 문제제기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ABC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년차 공기업 차장급 노동자도 고통을 호소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지 9개월이 흘렀음지만 아직도 한국 직장인들은 힘겹다.

한국전력 차장급 직원 A씨는 지난 26일 직장인 앱 <블라인드>를 통해 “결재 과정에서 1시간은 기본. 오전 8시부터 점심시간까지 3시간을 내리 깬다. 그 과정에서 X끼야, 야이 X 등 모욕적인 말을 한다. 주말에 집에 못 가게 일을 강요하고 새벽까지 일을 시킨다. 하루 하루 지옥”이라며 “우울증 약도 정신과 처방도 무용지물”이라고 밝혔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경기도 수원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민원실에 마련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의 풍경. (사진=연합뉴스)

A씨는 ‘한전 사내문화의 민낯’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고 “가슴 떨리고, 두렵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가, 울었다 웃었다 사람이 이상하게 변해간다”면서 “20년 근무했지만 이런 경우 처음이다. 정말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심지어 “이런 갑질 과정에서 폭행이 3번에 걸쳐 일어났다. 처음 한두 달 전에는 폭언과 함께 등짝을 손으로 퍽 하는 소리가 나도록 세게 가격했고 두 번째는 보고서를 말아서 제 이마를 찍고 밀치고 나서 던졌고 세 번째는 모두가 보고 있는 중앙 탁자에서 첫 번째 폭행과 같이 등짝을 2번 가격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더 이상 못 참겠다면서 블라인드 글을 게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정식으로 신고하고 싸우려 한다. 노조없는 차장이 본사에서 혼자 싸울 것을 생각하니 겁이 나고 오히려 내가 처벌받지 않을까 두렵고 승진하려면 참으라는 주위 만류도 있지만 더 이상 견딜 수 없기에 맞서보려고 한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간호사 태움 문화(괴롭힘)로 인한 극단적 선택, 한진그룹 오너가의 조현민(에밀리 리 조)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과거 직원 폭행 등 전국민을 경악케 한 사건들로 인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까지 만들어졌다. 

근로기준법 76조2에 따르면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다.

위와 같은 일을 당하면 피해 노동자는 신고할 수 있는데 핵심 구성요건은 △지위관계의 우위 사용 △업무상 적정 범위 초과 △신체적·정신적 고통 및 근무환경 악화 등이다.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면 △개인사에 대한 악소문 △정당한 이유없이 업무능력 조롱 △사람들 앞에서 모욕감 주거나 욕설 △업무와 무관한 사적 심부름 △회식 강요 등이 있다.

피해 노동자가 사용자에 위와 같은 사실을 신고하면 사용자는 아래와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①지체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 실시  
②피해 노동자의 요청이 있을시 또는 그러지 않더라도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 시행
③사실 확인이 될 때에는 지체 없이 가해자에 대한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 조치를 실시하고 사전에 피해 노동자의 의견 경청
④신고한 피해 노동자 등에 해고나 불리한 처우 금지

이를 위반하면 109조 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한전 홍보실에 따르면 △A씨의 건이 감사실에 접수됐고 △절차에 따라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사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뒤 노골적인 폭언은 사라졌지만 주요 공기업에서 여전히 군대식 위계조직 문화가 그대로 잔존하는 측면이 있다. 

한편,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피해 노동자에게 △싫어하는 티를 내는 대화 녹취 △밥을 혼자 먹은 카드 명세서 보관 △업무 공유에서 제외된 메일 자료 보관 △험담하는 메신저 창 띄어두는 모습 동영상 촬영 등을 해두면 좋을 것이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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