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보수 뼈때리기①] 겉핥기식 평가 넘어 ‘박정희 신화’ 깨야
[진중권의 보수 뼈때리기①] 겉핥기식 평가 넘어 ‘박정희 신화’ 깨야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5.15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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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신화
산업, 반공, 권위주의
2020년 대한민국과 안 맞아
서사없는 보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총선 끝나고 한 달이 지났다. 70년간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보수정당이 참패했고 이로써 행정, 지방, 입법 등 모든 정치 권력을 내놓게 됐다. 그럼에도 원인 분석과 평가는 다 똑같고 고만고만하다. 공천, 막말, 코로나19 등 너무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왈가왈부하고 있다.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다.

역사적으로 파고들어가는 좀 더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그 역할을 맡았다. 

외부자로서 보수 정치의 폐부를 찌르고 뼈를 정조준해서 때렸다. 총선 실패의 미시적인 원인들(탄핵/황교안/코로나19/유튜버)을 이슈별로 짚긴 했지만 분석의 틀을 보수 위기의 근원에 맞췄다. 요약하면 시대는 완전히 변했는데 한국 보수가 박정희 신화로 대표되는 과거 질서와 낡은 이념에서 못 벗어났고 새로운 서사를 찾지 못 했다는 것이다.

진중권 전 교수가 보수의 낡은 이념에 대해 가차없이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진 전 교수는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했다. 토론회는 이번 선거(관악을)에서 낙선한 오신환 미래통합당 의원이 주최했고 진 전 교수를 섭외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진 전 교수는 “여기 와있을 것이라고 상상을 못 했다. 사실 나는 보수정당에 별로 관심없고 내 관심사는 이른바 진보진영이 왜 이렇게 망가졌는가에 있다. 다만 바깥에서 본 보수정당에 대한 답답한 마음들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전달해드리는 정도로 해보겠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 보수는 故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건국과 산업화라는 일종의 거대 가치에 너무 기대고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사회는 너무 많이 바뀌었다. 주류 질서 자체가 교체됐다.

진 전 교수는 “이미 한국의 운동장은 기울어졌는데 이걸 보수주의자들만 모르고 있었던 것 아닌가”라며 “박정희 신화를 갖고 보수세력은 우리 사회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었다. 문제는 뭐냐면 정보화 사회로 넘어가면서 박정희 신화라는 게 벌써 토굴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경제발전 모델이라는 게 사실 박정희 대통령의 사... 서거 자체가 하나의 우리 사회에서 타당한 모델로서 더 이상 기능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그 밑바탕에 뭐가 있냐면 농경사회 사람들이 산업사회를 바라보는 그런 경이로움 이게 거의 신화와 같다. 그래서 박정희가 신격화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부터 서서히 헤게모니는 바뀌고 있었다. 

진 전 교수는 독일 유학을 마치고 1997년 귀국했는데 “독일에서 돌아왔을 때만 해도 그들이 386(1960년대생으로 80년대에 운동권이었던 세대)이었는데 이들이 586이 됐다. 이들이 한국사회의 주류로 들어섰다”며 “데모만 하지 않았냐고 하는데 이들과 같이 대학을 다니고 이들의 운동에 공감했던 세력들이 2000년대 들어와서 벤처니 IT니 인터넷 기업들이 주력이 되고 한국사회의 경제 주체가 바뀌어버린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렇게 토목건설 위주의 경제 기반이 IT와 지식기반산업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부정부패의 양상만 봐도 헤게모니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진 전 교수는 “권력 집단의 커넥션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게 되면 잘 보인다. 비리의 양상을 보면 된다”며 “지난번 정권 잡았을 때 기억나는 비리가 엘시티다. 건축과 관련된 인허가 비리다. 전통적으로 이쪽이나 저쪽이나 영호남이나 건설업자들에게는 이런 비리들이 충분히 있어왔다. 산업화 사회의 비리 양상이다. 정권과 관련된 국책사업이라고 하면 4대강처럼 공구리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진 전 교수는 “요즘 비리 양상을 보면 신라젠, 라임 등 산업 자본이 아니라 금융 자본쪽으로 변화됐다. 이들이 이걸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책사업도 태양광, 배터리사업 등 이런 것들이다. 정경심 펀드 같은 것도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게 이것들과 연결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저 사람들(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주류 세력) 진보라고 하는데 내가 볼 땐 진보가 아니다. 그 사람들은 이미 바꿀 것보다 지킬 게 많아졌다. 그냥 보수를 장악했고 신보수”라고 규정했다. 

거대한 주류 질서가 바뀌었다는 걸 통합당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현재의 문재인 정부 세력이 옳고 정당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진 전 교수는 “생산, 소비, 매체 등 모든 면에서 주류가 바뀌었고 이들이 헤게모니를 잡고 있다. 영화, 음악 등 모든 문화의 시작 뿐만 아니라 학계도 그렇다. 요즘 교수들 어용이라 부르는 분들이 엄청 많이 활동하고 있다. 민주당이 하기 좀 뭐한 것들을 대신 처리해준다. 이런 청부업자로 변했다”면서 “이 사람들은 아직도 운동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이제는 자기 기득권을 아들과 딸한테 세속해주는 단계까지 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권 시절의 망상이랄까. 아직도 자기들이 개혁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진보하고 혁명한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통합당의 현실에 대해 맹렬히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일찌감치 진 전 교수는 총선 직후 더 이상 한국 정치체제가 거대 양당이 아닌 민주당 위주의 1.5당 체제로 재편됐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일본의 자민당(자유민주당)과 같다. 한국사회의 펀더멘털도 그렇게 짜여졌는데 진 전 교수는 헤게모니를 놓친 보수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라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주전장(주된 싸움터)”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문장으로 표현했고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많이 반복했다. 

진 전 교수는 “결국 보수가 주전장을 내줘버린 것”이라며 “사양 산업에 붙잡히고 집착하다가 밀려버린 보수가 됐다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그동안 보수가 상당히 무능했던 것이다. 사회과학이 필요하다고 본다. 보수가 돌아가는 것에 대해 사회과학이 있어야 하는데 보니까 음모론이더라”고 밝혔다.

이어 “차이나게이트니 투표 조작이니. 저쪽에서는 뭘 갖고 싸우냐면 빅데이터로 선거운동을 했다. 이런 격차가 있다. 故 노무현 대통령은 인터넷으로 대통령이 됐다. 그 이후에는 빅데이터를 이용한다든지 정보화 사회의 테크놀로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보수는 태극기 뭐 이런 것들”이라며 “중도층이 보더라도 아 저기 장난 아니다. 집권 세력에 대해 굉장한 반감을 갖고 있고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 위선과 저들의 문제점을 분명히 봤고 어떻게 저들이 뻔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너네들에게는 권력을 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보수가 붙들고 있던 이념 자체가 요즘 시대와 맞지 않다.

진 전 교수는 “경제적 관념과 정치적 관념이 낙후돼 있다는 것”이라며 “산업화, 권위주의, 이념으로 보면 반공인데 이걸 가지고 버텨왔다. 요즘 보면 산업화가 아니라 정보화이고, 권위주의가 아니라 쌍방향 소통이다. 예전에 여러분들이 북풍으로 아주 많이 재미를 봤었는데 요즘 북풍으로 가면 불리하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관에서만 봐도 북한의 모습은 옛날 같은 모습이 아니다. 뭔가 분단의 아픔 이런 거지. 북한이 나쁘다? 이런 게 아니다. 근데 그걸 계속 붙잡고 가려고 했다. 결국 지지층 자체가 노쇠화해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진 전 교수는 “보수의 정체성은 박정희 시절의 산업전사와 반공전사였다. 이런 정체성에 집착을 하다 보니까 새로운 세력들을 보수주의자로 소급하는 데에 실패했다”며 “옛날에는 보수와 진보가 선거 때 나눠지는 분기점이 40대 초반이었다. 이제는 50대로 올라간다. 50대도 내가 보기엔 후반이다. 내년 즈음에는 60대까지 올라간다. 여러분들을 지켜주는 전통적인 지지층들은 곧 돌아가신다(사라진다)”고 묘사했다.

결국 새로운 서사가 없는 게 문제다. 컨텐츠가 없다. 아직도 박정희 신화에 알게 모르게 의존하고 있다. 

전 전 교수는 “박정희 신화는 진작 물건너 갔다. 이제는 어울리지도 않는다. 요즘 젊은 세대는 1987년 이후 자유주의, 민주주의, 21세기 이른바 포스트 모던의 자율주의다. 이런 사람들을 옛날 국가주의 이념으로 갖고 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대안 서사가 나와야 한다. 그걸 만들어내지 못 했다”고 운을 뗐다. 

지난 보수정권 10년이 잘 보여준다. 

진 전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고도성장에 집착했다. 747 성장을 말했다. 7% 성장하겠다는 것은 이걸 한국경제를 갖다가 옛날에 개발도상국 시대로 돌리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며 “결국 경제적 측면에서의 박정희주의라는 것이다. 요즘 시대엔 정권이 바뀌면 성장률이 1%씩 떨어질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외형적 성장이 아니라 내적 성장을 해야 하는 건데 이걸 설명하기 위해 이야기를 줘야 하는데 그걸 못 하니까 과거로 돌아가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의 통치 방식은 3공 모델(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이 1972년 유신체제로 전환되기 전까지의 시기) 그 자체다.

진 전 교수는 “박근혜 때는 이제 정치적 상부구조를 가지고 옛날로 돌아가버렸다”며 “박근혜 통치 방식은 완전히 3공 방식이다. 나는 블랙리스트 4관왕이다. 문제는 타격이라도 줘야 하는데 타격이 하나도 안 됐다. 거의 타격이 없었고 훈장만 됐다. 이분 머릿 속에 비전이 없고 옛날 청와대에서 봤던 게 그 방식이고 아마도 지금 자기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래서 진 전 교수는 “보수정권 2개가 경제의 토대를 옛날로 돌렸고, 통치 방식을 옛날로 돌렸다가 결국 더 이상 적합하지 못 하니까 탄핵 사태로 귀결된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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