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외교 책사 ‘최종건 차관’ ·· “미국과 동맹 대화 신설”
문재인의 외교 책사 ‘최종건 차관’ ·· “미국과 동맹 대화 신설”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9.11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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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과 바로 회동
최 차관은 미국 제재 완화론자
김현종 2차장은 한미 동맹 중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미 워킹그룹은 여권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 작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석달 전 연락사무소까지 폭파되는 등 남북 관계가 악화됐을 때 워킹그룹으로 인해 교류협력이 멈춰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미간에 뭔가 실무 기구가 구성됐다고 하면 미국의 컨트롤 장치로 기능할 것이라는 부정적 관점이 대두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한미 외교당국은 가칭 ‘동맹 대화’를 신설하기로 했다. 8월 중순 임명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작품이다. 최 차관은 연일 의욕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4강 대사(미중일러)와 만난 뒤 바로 미국으로 갔다. 

최종건 차관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특파원들과 문답에 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 시간으로 11일 오전 최 차관은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국무부 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만났다. 원래 1시간만 만나기로 했는데 최 차관은 비건 부장관과 2시간 넘게 대화를 했다. 특히 최 차관은 자주 방한하는 비건 부장관에게 다시 한 번 방문해달라고 제안했고 수락 답변을 받아냈다.

최 차관은 회동 이후 특파원 간담회에서 “(비건 부장관과) 외교당국 간 국장급 실무협의체인 가칭 동맹 대화를 신설하는 데 공감했다. 이 협의 채널을 통해 다양한 동맹 현안에 대해 상시적으로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 차관에 따르면 동맹 대화는 △워킹그룹과는 별개의 협의체 △다른 실무 기구들과 차별화되는 한미 동맹 이슈 지속적으로 논의 △미군 기지 이전-방위비 분담금 협상-미국 대선 전후 동맹관계 관리 등의 성격이 부여됐다. 그러나 미국이 사실상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을 좀 더 봉쇄정책에 연루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무엇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코로나 상황만 심각해지지 않으면 올해 안에 방한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 입장으로서는 견제 심리가 발동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비건 부장관은 최 차관에게 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청할 의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G7에서 동맹국을 더 추가해서 G11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드러낸 바 있다. 누가 봐도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어쨌든 외교라인 간의 동맹 대화는 10월 안에 첫 실무 회의가 열릴 것이고 정례화될 계획이다.

최 차관은 비건 부장관에게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틀 내에서 공평하게 방위비를 분담해야 한다며 원론적인 우리측의 입장을 피력했고 “1년 가까이 (분담금 협상이) 진전이 없어서 앞으로 양국 협상 대표 간 의미있는 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차관 간에도 긴밀히 소통하면서 상호 이견을 좁혀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양국의 분담금 협상 실무진이 줄다리기를 하겠지만 동맹 대화 채널에서 최 차관과 스티븐 비건 부장관이 탑다운으로 뭔가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부장관과 최 차관의 모습. (사진=외교부)

중요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 차관을 통해 구사할 외교술이다.

사실 문 대통령이 1974년생 비외교관 출신 최 차관을 임명한 것부터가 외교적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최 차관은 미국(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정치외교 분야 학자다. 문 대통령과 코드가 맞아 2017년 대선 때부터 외교안보 분야 정책 자문을 맡은 바 있고 집권 뒤 청와대에서 △국가안보실 평화군비통제비서관 △평화기획비서관 등으로 일했다. 

최 차관은 △9.19 남북 군사합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남북 협력사업을 위해 미국의 대북 제재에서 틈새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최 차관은 직속 상관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갈등관계를 맺은 바 있다. 김 차장은 한미 동맹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제재 시스템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두 사람의 갈등설이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파다하게 퍼질 정도가 되자 문 대통령은 둘 모두를 중용하는 대신 자리를 떨어트려놓은 것이다.

즉 외교부가 집행권을 갖고 있는 정부부처인 만큼 문 대통령이 최 차관의 기조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너무 과하게 나가면 청와대 안보실 차원에서 견제를 기할 수 있도록 균형을 이뤘다. 앞으로 최 차관의 행보를 통해 문 대통령의 의사를 유추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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