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김상미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세계 최대 다국적 종합 반도체 회사인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중국으로부터 승인받아 날개를 폈다.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사업부를 90억달러(약 10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지 14개월 만이다.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3위였던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일본 기옥시아를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세계 최대 다국적 종합 반도체 회사인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중국으로부터 승인받아 날개를 폈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세계 최대 다국적 종합 반도체 회사인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중국으로부터 승인받아 날개를 폈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지난 22일 중국의 반독점 심사 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으로부터 인텔 낸드 및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 인수에 대한 합병 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계약을 발표한 이후 해당 사업장이 있는 한국 미국 등 7개 국가의 당국으로부터 차례대로 관련 허가를 받아왔다. 지난 7월 싱가포르 정부의 승인을 받은 뒤 마지막으로 중국 당국의 허가만 남겨둔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으로 SK하이닉스의 인텔 인수에 대한 승인이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인텔이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자국 반도체 공급망을 견고하게 하기 위해 전향적인 선택을 했다며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을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는 미중 경쟁관계가 득이 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가 실리를 챙겼다는 것이다. 자국 내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외교·무역 분쟁 탓에 기업 투자가 위축되면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멀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는 이날 인수 대금 마련을 위해 미국과 중국 법인에 8조 원 가량의 유상증자 및 금전대여를 실시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법인을 통해 인수대금 일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태원 SK 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 정부를 적극 설득했다”고 말했다.

중요한 인수 절차는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 규모는 약 10조원으로, 한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80억달러)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사업 인수가 마무리되면 삼성전자를 포함한 한국 기업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어선다. SK하이닉스가 1위 삼성전자를 본격적으로 추격하는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결단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됐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서버용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 부문엔 낸드플래시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도 포함돼 있는데 특히 기업용 SSD의 경우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가동하는 데이터센터 서버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세계 기업용 SSD 시장은 2019년 105억달러(약 12조원)에서 2024년 307억달러(약 3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용 SSD에서 인텔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개발 과정에서 쌓은 솔루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업용 SSD 시장 세계 2위(29.6%)에 올라 있다. SK하이닉스(7.1%)와 합치면 삼성전자(34.1%)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선다.

SK하이닉스가 일본 기옥시아에 지분 투자한 것까지 감안하면 SK하이닉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미국 사모투자펀드인 베인캐피털 등과 함께 총 4조원을 기옥시아에 투자했다. 현재 기옥시아의 기업 가치는 34조원 정도로, 투자 당시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단일 반도체칩으로는 최대 용량인 24Gb(기가비트) DDR5 제품의 샘플을 출하했다. 극자외선(EUV) 공정을 활용한 10나노 4세대(1a) 기술이 적용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의도 순조롭게 되고 있다”며 “낸드플래시뿐 아니라 D램 시장에서도 기술 주도권을 갖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도 중국 정부로부터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승인받은 SK하이닉스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24일 장중 13만원대를 회복했다. 이날 오전 9시 12분 현재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1.96% 오른 13만원에 거래됐다.

SK하이닉스가 장중 13만원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6월 7일(장중 고가 13만원) 이후 반년여만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2일 중국 정부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틀째 오름세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에 필요한 총 8개 경쟁 당국의 규제 심사를 거쳤으며, 중국 승인이 마지막 관문이었다. 또 최근 마이크론의 실적 호조와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같은 시간 삼성전자도 1.13% 올라 8만800원에 거래됐다. 삼성전자는 전날에도 장중 8만원 대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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