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대열 대기자

[중앙뉴스 칼럼= 전대열 대기자 ]인사청문회라는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아마 20년 정도 되었을 것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주도하는 인사청문회는 국무총리를 필두로 장관으로 지명된 인사들이 주 대상이지만 검찰총장 국세청장 등 이른바 권력기관의 장들도 해당된다.

그 중에서도 국무총리는 대통령 다음으로 행정부의 제2인자라는 상징적 입장 때문인지 국회의 ‘인준’을 얻지 못하면 임명되지 못한다. 총리지명을 받았다가 청문회를 거치며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 낙마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부동산과 재산형성문제, 병역, 표절, 국적 등 평소에는 자질구레한 문제로 눈여겨보지도 않던 것들이 청문회에서는 높은 도덕심을 내세워 날카로운 질의가 쏟아지며 언론을 통한 여론의 향배가 뒤를 따른다.

본인으로서는 매우 억울한 면이 없지 않겠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질의에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청문회 도마에 오른 인물은 여야가 판이하게 다른 입장에서 청문회에 임한다. 여당은 무조건 감싸 안고, 야당은 기어코 꼬투리를 잡아내기 위해서 많은 자료를 모은다. 청문회에 나온 당자(當者)는 의원들에게 책잡히지 않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변명자료를 준비한다.

총리나 장관 지명자들에게는 해당부처에서 청문회 준비단이 구성되어 온갖 질의응답을 사전에 연습하며 지명자를 돕는다. 총리는 인준이 거부되면 즉시 탈락되지만 장관 지명자는 청문보고서를 국회에서 채택하지 않더라도 그것에 상관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수많은 탈락자들이 생긴 장관 청문회지만 그에 못지않게 보고서도 채택되지 않은 장관후보자들이 보란 듯이 임명장을 받고 즉시 업무에 임하는 수도 많다. 결국 국회에서 보고서 채택도 하지 않았다면 그만큼 하자가 있는 인물일터인데도 불구하고 장관으로 일하는 데는 아무 지장도 받지 않는다.

이번에 대통령에 당선한 윤석열 당선인은 오늘 따뜻한 일요일에 차기 내각을 이끌어갈 장관후보자들을 발표했다. 이미 국무총리 후보자는 한덕수를 지명하여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다. 한덕수는 김대중 정부에서 총리로 근무한 바 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주미대사로 일했던 사람이다. 문재인 정권은 김대중과 노무현을 상징적 인물로 떠받들어 왔는데 그 때 총리였던 사람이 이번에는 반대당의 총리로 지명되어 우호적일 법도 한데 그게 아니다. 퇴직 이후 김앤장 법무법인에서 고문을 맡아 연봉 4억씩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게다가 현금 금융자산이 50억이 넘는다고 한다. 일반 국민의 정서로서는 선뜻 받아드리기 어려운 재산이지만 청문회를 통해서 부정 여부를 따져봐야 될 사안으로 보인다. 재산이 많다고 죄가 될 수는 없는 것이기에 형성과정에 대한 소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많은 연봉을 받게 된 연유도 따져볼 사항이다. 법무법인의 업무가 꼭 법률에 한정된 것은 아니겠지만 한덕수는 관리출신일 뿐 법조인이 아니다.

법조인도 아닌 사람을 막대한 연봉을 줘가며 무슨 일을 하였는지 밝히는 것은 국민의 궁금증을 푸는 의미에서도 꼭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에 식상한 국민들이 뽑아줘서 생겨난 정부다. 그가 내세운 캐치 프레이즈도 공정과 상식이다. 이에 걸맞은 철저한 청문회가 되어야만 윤정부의 앞길이 훤히 트일 것이다. 지금 실시되고 있는 한국의 인사청문회는 그동안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며 국민의 뜻과 동떨어진 결과가 강행되어왔다. 그것은 앞서 얘기한바 보고서 채택이 거부된 장관후보자를 임명 강행할 수 있는 맹점에 대해서다. 총리가 계급으로는 높은 직책이겠지만 장관은 총리보다 훨씬 많은 예산과 권한으로 행정을 주무른다.

이러한 장관을 국회보고서도 없이 대통령 맘대로 임명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잘못된 제도다. 그럴 바에야 시간을 낭비해가며 청문회를 왜 하는가. 인사청문회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광범위한 청문회를 시행하고 있으며 외국에 대사로 임명되거나 차관급들도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통과하지 못하면 임명은 불가능하다.

청문회=인준이다. 최고위 공직자를 임명하면서 청문회의 보고서 채택도 거부된 인사를 장관으로 임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청문회 실태는 어느 누구도 납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청문회를 하기 위해서 의원들은 나름대로 시간과 자금을 써가며 단단히 준비한다. 후보자의 하자문제가 국민이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클 때도 부지기수다. 당연히 스스로 물러나야 될 사항인데도 후보자는 끝까지 버틴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형식적인 청문회로 시간만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더냐 싶게 커다란 장관의자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끄럽고 창피해 하지도 않는다. 뻔뻔하게 얼굴도 붉히지 않는다. 장관만 되면 그만이다. 이런 청문회는 윤정부에서는 스스로 고쳐야 한다. 청문회 대상도 늘려 깨끗하고 밝은 인물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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