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대열 대기자

[중앙뉴스 칼럼= 전대열 대기자 ]몇 년을 두고 하루도 빠짐없이 언론을 장식하는 언어가 ‘검찰개혁’이다. 박근혜정권을 다룰 때에는 아주 잘 벼린 칼이 되어 이것저것 상관하지 않고 저미더니 조국에게 겨눠진 이후 갑자기 튀어나온 게 검찰개혁이다.

검찰의 힘이 너무 세서 힘을 빼겠다는 게 검찰개혁으로 알려졌는데 어느 부분 일리가 있었다.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다시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여 왔으며 그로 인한 폐해가 적지 않았다는 것은 국민들도 모르지 않았던 사안이다.

특히 수사의 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은 마치 검찰의 하수도구인 양 수족처럼 부려졌다. 이에 대한 경찰의 끈질긴 호소와 노력으로 일정 부분 경찰의 독립적인 수사권을 보장해주는 법적 조치가 이뤄진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우리 속담에 오뉴월 화롯불도 쬐다가 그만두면 섭섭하다고 했는데 경찰을 마음대로 요리하던 검찰로서는 서운할 수도 있었겠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기에 그 정도로 서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조국사태가 벌어지면서 검찰의 수사가 현 정권과 정면 대결하는 것으로 확대 인정되면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느냐 하는 오만함이 권력과 검찰의 갈등으로 번졌다.

검찰총장 윤석열은 이 싸움의 선봉장이 되어 문재인정권의 타도대상이 되었고 추미애가 법무장관이 되면서 가장 보기 싫은 공방전이 전개되었다. 국민들은 윤석열을 응원하고 문빠와 대깨문으로 표현되는 친문세력은 대규모 집회를 통하여 윤석열 내치기에 생사를 걸었다. 윤석열의 대통령 되는 길을 열어준 것은 전적으로 조국사태로 비롯된 추미애의 직무정지 징계 때문이었으며 이를 방조한 문재인의 묵인 덕분이라고 보면 된다. 결국 자리에서 물러난 윤석열은 엉뚱하게도 한 때 적이었던 제일야당의 부름을 받아 대통령후보가 되었고 당선까지 하는 영광을 입었다.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5월10일이면 야당으로 전락한다.

6월1일에는 전국 지방선거가 실시되어 일방적으로 휩쓸어왔던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국민의힘에게 넘겨줄 수도 있는 위기의식에 빠졌다. 그러나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석은 임기가 끝나는 2년 후까지 과반수 의석을 유지하게 된다. 300명 정원의 국회의원 숫자는 150명 이상이면 무슨 법이라도 통과시킬 수 있는 의결권을 가진다.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은 172명으로 자체 의석만으로도 법안 통과에 아무 지장이 없지만 우군을 모두 합치면 180석 정도로 추계되고 있어 아무 걱정이 없다. 이를 노린 게 ‘검수완박법’이다.

길게 풀면 검찰수사권완전박탈이다. 지금 검찰은 대부분의 수사권한을 경찰에게 넘기고 6대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행사하도록 권한이 대폭 줄었다. 그런데 이제 정권을 이양하고 야당으로 돌아갈 더불어민주당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정권이양일 이전에 검찰개혁의 마지막 카드로 수사권 박탈이라는 소 잡이 칼을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지 못한 나라는 영국과 카나다 등 8개국뿐이고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는 막강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지고 있다.

이런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5년 동안 정권을 휘둘러온 문재인 정부다. 지금 검수완박법을 다수의석을 이용하여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즉시 선포하면 효력이 발생할 것이다. 물러나는 정권에서 만든 법이라 선포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정부를 이끌어갈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의 칼을 쓸 수가 없다. 아니 칼이 없는 것이다. 검찰출신 집권자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오직 경찰에게만 의지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현재의 야당인 국민의힘은 결사적인 반대를 외치고 있다. 현재의 여당에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이 있다. 소수당인 정의당에서도 반대의 기치를 들었다. 정치권의 움직임은 절대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으로 물러나기 전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악 소리 나는 법을 만들 수 있다. 당사자인 검찰은 일사불란하게 반대를 외친다.

김오수는 윤석열의 뒤를 이어 검찰총장에 취임하여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거취가 주목되는 입장에 처해 있다. 그는 당연히 문재인 추종자다. 그런데 김오수가 앞장서 검수완박을 거부한다. 전국 검사장회의를 소집하여 절대반대를 외치더니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총장의 사퇴는 검찰 전체의 뜻을 여과 없이 전하는 행동이다.

김오수 역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항하는 검찰의 전통을 이어가는 셈이다. 새로이 법무장관에 지명된 한동훈은 검수완박을 야반도주라고 맹타했다. 엄청난 죄를 벗어나기 위해서 자기들의 범죄를 수사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떤 변명으로도 검수완박은 검찰개혁과 거리가 먼 도피행위라는 사실을 국민은 다 알고 있다.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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