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난해 FDI 유입액 G20중 17위…올 상반기 전년대비 15.6% 감소

[중앙뉴스= 박광원 기자 ]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전세계 주요국들의 투자유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6% 감소했으며 이에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최근 감소하고 있는 한국의 해외투자 유치 대응책을 위해 미국‧프랑스의 범정부 차원의 투자유치 활동, 독일‧일본의 핵심 산업에 대한 투자 인센티브 강화, 아일랜드의 빠른 국제 정세 대응 등을 주요 벤치마킹 사례로 꼽고 새정부 차원의 투자유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공=전경련)
(제공=전경련)

2017년부터 2021년까지 G20 국가의 해외직접투자 유입 순위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2017년 15위에서 2021년 17위로 순위가 2단계 하락했다.

OECD에 따르면 G20 국가 중 2021년 한국보다 적은 FDI를 유치한 국가는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튀르키예(터키), 이탈리아 3개국이었으며 한국은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았던 남아공, 프랑스, 일본 등에도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산업부가 발표한 해외직접투자 유치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액(신고기준)은 2021년 상반기 대비 15.6% 감소한 110.9억달러에 그쳤다.

이에 비해 올 1분기 한국에서 유출된 해외직접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123.9%) 늘어난 254억달러를 기록했다. 직접투자의 국내 유입보다 해외 유출이 더 큰 투자역조 현상은 2021년 사상 최대치인 807.6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이후 7년간 5배 증가한 수치로 투자처로서 한국의 매력이 경쟁국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과 프랑스는 범정부 차원에서 해외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 성과를 낸 대표적인 국가다. 미국은 2006년부터, 프랑스는 2018년부터 각각 ‘Select USA’, ‘Choose France’라는 이름의 국제 콘퍼런스를 매년 개최해오고 있다.

양국 모두 추진 첫해 해외투자 유입액이 전년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으며(미국 109%, 프랑스 116%), 현재까지 연평균 증가율로 글로벌 FDI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FDI 증가율은 캠페인 첫해인 2006년부터 최근 2020년까지 연평균 11.7%를 기록해 4.4% 증가율을 기록한 글로벌 FDI를 크게 상회했다.

프랑스의 ‘Choose France’는 올해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이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대표 정책 중 하나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서 열리는 본 캠페인에는 세계 주요 기업의 CEO들이 초청되고 대통령과 장관들이 직접 프랑스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발표한다.

올해 역시 마크롱 대통령이 자리한 가운데 67억유로의 투자와 4000개의 일자리가 신규 유치됐다. 2021년 기준 누적 1607건의 투자, 4만5008개의 일자리가 본 캠페인을 통해 발생, 유지되고 있다. 실제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이 기간 결정됐다.

오바마 정부 시절 시작된 미국의 ‘Select USA Summit’은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10년 이상 지속되어오고 있으며 매년 최고위층이 참석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첫 대면 회의로 전환된 올해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돼 51개 주의 정부 인사와 관계자, 기업인이 참여해 100개 이상의 투자 세션이 진행됐다.

올해 행사에는 70개 국가에서 2000명 이상의 해외 인사가 참석했고 총 590억달러 규모의 투자와 5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유치됐다.

두 캠페인의 공통적인 성공 요인은 크게 3가지로 대통령이 일선에 적극 나서는 대표성, 지역별 투자혜택 등이 총망라된 정보제공, 정부‧기업‧지자체 등 주요 인사가 한자리에 모인 네트워크의 장 마련을 꼽을 수 있다.

일본과 독일 등은 자국 경제의 핵심이 되는 첨단 전략산업에 대규모 기금을 출연하는 방식으로 투자 장벽을 낮추고 있다. 특히 우리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반도체와 2차전지 산업에 기금이 집중된다는 점, 공급망 혼란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연구개발에서 생산시설로 지원 영역이 확대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2014년, 총리 직속 투자유치기관 ‘대일직접투자추진회의’를 설치했고 2021년 11월에는 ‘반도체 생산기업 지원’ 명목으로 6000억엔(한화 약 6조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이 중 약 4760억엔(약 4.5조원)을 TSMC 구마모토 반도체 공장(2022년 6월), 약 929억엔(약 8900억원)을 키옥시아 미에현 반도체 공장 건설 프로젝트(2022년 7월)에 투자해 총 프로젝트 비용의 각각 50%, 30%를 지원하기로 했다.

독일 정부는 핵심 산업 육성과 낙후지역 개발을 목표로 기금을 조성해 2차전지 산업의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독일 경제에너지부는 배터리산업 육성을 목표로 10억유로(2019년, 약 1.4조원), 낙후지역의 첨단산업 유치를 목표로 3억유로(2021년, 약 4000억원)를 투자하는 등 대규모 생산시설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국제 정세 움직임을 기회로 바꿔 투자유치에 성공한 아일랜드도 눈여겨 볼만 하다. 아일랜드는 브렉시트로 영국을 떠난 국제자본 유치에 발빠르게 움직여 글로벌 금융기관의 유럽본부를 가장 많이 유치한 국가가 됐다.

아일랜드의 해외투자 총괄 기관인 ‘IDA Ireland’는 유럽 다른 국가보다 먼저 ‘FDI 기업들을 위한 조언(Brexit advice for FDI)’ 등의 보고서를 마련해 탈(脫)영국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행정, 물류 관련 액션플랜 및 아일랜드로의 이전에 대한 지원책을 공유했다.

그 결과 아일랜드는 브렉시트와 관련한 70여건의 투자와 5000여개의 일자리를 유치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 JP 모건, 시티은행 등을 필두로 135개 글로벌 금융기관이 유럽본부를 영국에서 아일랜드로 이전했다. 이는 정세 변화에 대한 아일랜드 정부의 빠른 대응과 함께 조세제도 등 기업활동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아시아 정세를 감안하면 브렉시트 당시 이러한 아일랜드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실제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으로 시작된 글로벌 기업의 탈홍콩 움직임이 중국정부의 권위주의적 코로나 대응을 겪으며 탈상하이로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은 올 3월 한달간 약 8조5000억 원어치의 중국 본토 주식을 3~4월간 약 17조원어치의 중국 국채를 처분했다. 2021년 말 아시아 증권사업금융시장협회가 진행한 조사에서는 48%의 국제 금융기관이 ‘홍콩에서 직원을 철수시키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전경련 김봉만 국제본부장은 “최근 한국의 투자역조 현상은 기업경영환경의 악화와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 붐이 동시에 발생하며 심화된 것”이라며 “최근 아시아 정세를 고려해 중국을 떠나는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본부를 유치하기 위해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인접 국가들이 적극 투자유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 정부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직접 투자 유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정부가 들어선 만큼 대대적인 규제개혁 및 지원으로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이를 글로벌 기업들에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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