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MBN에 ‘전쟁 선포’ ·· 장제원과 언론인의 ‘설전’을 따져봐야
홍준표, MBN에 ‘전쟁 선포’ ·· 장제원과 언론인의 ‘설전’을 따져봐야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2.02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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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수석대변인과 기자들의 언쟁을 통해 본 MBN 출입금지 조치와 성희롱 문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회 정론관에 폭풍이 몰아쳤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과 MBN 기자들 간의 강한 언쟁이 발생했는데 양측은 한치의 양보없이 강경했다. 

장 대변인은 2일 14시40분 정론관에서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며 MBN의 당사 출입금지 조치와 전면적인 취재 보이콧을 선언했다. 

장 대변인이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자 마자 MBN 소속 A기자와 B기자가 강하게 항의했고 장 대변인은 “MBN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며 출입문 쪽으로 걸어 나갔다. 장 대변인을 따라 나서던 A기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 길들이기하는 것 아니냐”고 외쳤고 뒤에서 따라가던 MBC 소속 C기자는 “정정보도 요청하거나 MBN 측에 정식 항의한적 있나. 출입금지만 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B기자도 “정식으로 공문 보냈냐”고 따졌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MBN 소속 A기자·B기자와 말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MBN 소속 B기자·A기자와 말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장 대변인은 잠시 멈춰서 “공보실장! 공문 보냈나?”라고 확인하는 질문을 했고 공보실장은 공문을 보냈다고 답했다. B기자는 “언제 어떻게 보냈냐”며 “이게 뭐하는 거냐. 확인도 안 하고!”라고 고성을 질렀다. 

사건의 발단은 MBN이 홍준표 대표에 대해 수년간 성희롱을 저지른 사람처럼 보도한 것에서 불거졌다.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1일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여성단체의 성범죄 추방 시위에 동참했고 이 자리에서 미투 캠페인 차원으로 “홍준표에게 수년간 성희롱 당해왔다”고 발언했다. 

MBN은 이 발언을 타이틀로 그대로 가져와 <류여해도 #ME TOO 동참? 홍준표에게 수년간 성희롱 당해왔다>는 기사를 송출했다. 해당 기사는 MBN <뉴스 와이드>의 단신형 기사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는 바로 삭제돼 웹상에서 찾아볼 수 없다.

해당 기사는 수 년간 성희롱을 당해왔다는 타이틀을 두괄식으로 소개하고 홍 대표의 “주모” 발언을 예시로 들며 류 전 최고위원의 말을 그대로 전한 내용이다.

홍 대표는 2일 9시 중앙당사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준비 중인 MBN 기자들을 쫓아내면서 “MBN은 오늘부터 출입금지. 기자 철수하라. 앞으로 당사 출입도 못 한다. 이제 안 되겠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 직후 홍 대표는 9시53분 페이스북을 통해 “류 전 최고위원을 안 것은 지난 4월 대선 때 방송 출연할 때부터 인데 어떻게 수년간 성희롱을 했다는 보도를 할 수 있나”며 “나를 이런 식으로 음해하는 가짜 언론은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다”고 밝혔다.

홍 대표가 페이스북에 MBN의 보도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캡처사진=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홍 대표가 페이스북에 MBN의 보도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캡처사진=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홍 대표의 불만은 바로 한국당의 방침으로 이어졌다. 한국당 원내행정국은 MBN을 대상으로 △당 출입금지와 전용 부스 철거 △모든 구성원의 취재거부 △시청거부 운동 독려 공지를 내렸다. 장 대변인은 이런 사실을 14시40분 정론관에서 논평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날 MBN은 카메라 기자와 취재기자가 바로 정론관에 찾아와 장 대변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MBN은 카메라 기자와 취재기자가 바로 정론관에 찾아와 장 대변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장 대변인은 보도당하는 입장으로서 얼마나 아프게 다가오는지, 그런 차원에서 이번 조치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장 대변인은 보도당하는 입장으로서 얼마나 아프게 다가오는지, 그런 차원에서 이번 조치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원내 제1야당이 특정 언론사 취재를 전면거부하고 당사 출입을 금지한 조치는 분명 최고수위의 강경한 대응이다. A기자와 B기자는 장 대변인에게 한국당의 그런 조치까지 이르게 된 절차적 정당성을 따졌다. 사실상 홍준표 대표가 이날 아침 9시53분 페이스북에 항의글을 올린 이후 전격적으로 조치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취지다. 

B기자는 “한국당이 홍준표의 사당이냐”고 따진 것도 그런 차원이다. 30분 가까이 진행된 설전의 쟁점은 이런 거다. △정정보도 요청→언론중재위원회 제소→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얼마나 준수했느냐의 여부 △MBN의 해당 보도를 악의적인 가짜뉴스로 볼 수 있나 △강경한 조치를 취할만큼 그동안 MBN이 한국당에 의도적으로 나쁜 보도를 자행했나 등이다. 

정치세력이라면 순진하지 않은 이상 사기업도 아닌 본질적으로 공적 견제를 받아야 할 제1야당이 언론사에 이렇게 강경하게 나올 리가 없다. 즉 장 대변인은 ‘그럴만했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설파했다. 장 대변인은 “여러분들이 보도를 당하는 우리 입장에서 문제점은 없었는지 반성할 부분은 없었는지 생각해달라”며 A기자에게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당위를 강조했다.

하지만 1일과 2일 네이버 노출을 기준으로 JTBC를 포함 여러 언론이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장 대변인이 악의적이라고 판단했던 “수년간 성희롱”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쓴 보도도 ‘머니S’에서 2일 9시34분에 송고됐다가 현재는 삭제됐다. 

2일 네이버에 검색된 관련 보도 목록. (캡처사진=네이버)
1일 네이버에 검색된 관련 보도 목록. (캡처사진=네이버)
1일 네이버에 검색된 관련 보도 목록. (캡처사진=네이버)
2일 네이버에 검색된 관련 보도 목록. (캡처사진=네이버)

B기자는 장 대변인에 “해당 기사는 정당 출입기자가 쓴 게 아닌데 MBN 전체 구성원을 가짜뉴스 생산자로 몰아가는 발언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항의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한국경제 소속 D기자는 “타사 문제지만 국회 출입기자로서 오보나 실수가 있을 수 있는데 그때마다 그렇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물었고 장 대변인은 “단순 오보나 실수 차원이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가짜뉴스와 허위사실 유포 행위는 문제가 맞다. 심각한 범죄행위이자 언론이 경계해야 할 가장 큰 지점이다. 그럼에도 류 전 최고위원의 표현이 실제 있었던 게 사실이고 그것을 취재원으로 삼아 타이틀로 그대로 뽑은 기사 정도를 가지고 악의적인 가짜뉴스로 단정짓고 가짜 언론사 취급하는 것은 분명 과해 보인다.

장 대변인은 “최근 여성 성희롱 문제가 얼마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고 미투 캠페인도 일어나고 있는데 수년간 성희롱한 사람으로 몰아가다니”라며 최근 강하게 불거지고 있는 서지현 검사의 성범죄 피해 폭로 이후 사회적 분위기를 신경써서 실시한 조치라는 점을 암시했다.

즉 여성들 스스로 성범죄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미투 캠페인과 맞물려 홍 대표가 그 비난 대상에 오르는 것에 대해 치명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당무감사에서 당협위원장직이 박탈되고 최고위원직까지 제명되어 앙심이 많은 류 전 최고위원이 앞으로도 전투적으로 홍 대표를 공격할 것이고 이를 언론이 보도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 차원의 ‘홍 대표는 성희롱범이 아니다’라는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도 보도되어야 여론 지평에서 덜 피해볼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출입기자들의 지배적인 반응은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MBN과 같은 덩치가 큰 매체에 대해 당사 출입금지 조치를 하는 것은 분명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홍 대표가 강한 반발심을 드러내자마자 일사천리로 이뤄진 중대 조치를 봤을 때 홍 대표의 사당화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1야당의 대표가 2018년 대한민국의 ‘성 인식’ 수준을 맞추는 것이 근본 해결책 

문제는 그동안 홍 대표가 당연하게 여겨온 성 인식을 성찰해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일텐데 괜히 언론을 상대로 시비를 걸어서 해결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홍 대표는 이미 전국민이 다 아는 것처럼 공개적으로 “이대 계집애”와 “주모” 발언을 해서 홍역을 치렀는데 아직도 “성희롱 한 일도 없고 36년 공직 생활동안 여성스캔들 한번 없는 나”라고 스스로를 묘사했다. 

홍 대표 자신은 그런 표현들을 성희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홍 대표가 이날 오후에 아내에 대한 사랑을 전제해서 성희롱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표현했다. (캡처사진=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홍 대표가 이날 오후에 아내에 대한 사랑을 전제해서 성희롱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표현했다. (캡처사진=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하지만 류 전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분께서 말씀하시길 작년부터 올해까지 저를 성희롱했으면 수년이 꼭 틀린 말이 아니라고 하는데 친구분들 어떤 생각인가”라며 “하긴 지난 연말에 제가 성희롱 대상이 아니라고 성희롱 했고 올초에 방송에 나와서 제가 먼저 손잡았다고 모욕했으니 2017년부터 2018년까지네”라고 밝혔다.

한편, 김동균 정의당 부대변인은 논란 직후 “홍 대표의 똥볼차기”라는 제목으로 논평을 내고 “그간 내뱉은 말들을 팩트체크 해보면 진실이 얼마나 될 것 같은가”라며 “자유한국당 구성원들은 일베에서나 떠돌던 낭설을 가지고 와서 공공연히 떠든 것도 한 두 번이 아니고 지난 정권에서 국가기관을 동원해 마구잡이로 살포하던 추잡한 말들은 또 어떤가”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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