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권 하향 위해 ‘뭐든 다 했는데’ 정치권은?
선거권 하향 위해 ‘뭐든 다 했는데’ 정치권은?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3.29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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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바른미래당의 만남, 열심히 하고 있는데 한국당 때문에 어렵다는 의원들, 압박하고 있는데 더 압박해달라는 부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우리를 만날 게 아니라 자유한국당을 만나야 할 것 같은데.” “안 그래도 면담 요청하고 있다.”

선거권 연령 하향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그런 국회의 현실을 토로했고 오세정 의원도 자유한국당을 설득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경내 공동집행위원장(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은 이미 한국당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선거권 연령 하향을 위해 삭발을 감행한 김정민씨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28일 오후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만났다.  

28일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면담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사진=박효영 기자)
28일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면담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사진=박효영 기자)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너무 소극적이고 민주당도 적극적이지 않다. 국회의장 주재로 모였을 때도 나는 이 얘기(선거권 연령 하향)를 했다. 아마 이 얘기를 꺼낸 당은 나밖에 없었다. 다른 당들은 적극성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실제 26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3당 교섭단체 회동에서 김 원내대표는 처음으로 이 문제를 꺼냈다. 다만 의사일정 협조와 관련 이 문제를 협상 조건으로 내걸지는 않았다. 

과거 바른정당은 선거권 연령 하향에 소극적이었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정국에서 정책 연대의 주요 조건으로 선거권 연령 하향이 들어갈 정도로 이 문제는 바른미래당의 중점 의제가 됐다. 그럼에도 한국당과 민주당의 책임만 탓하는 김 원내대표에 제정연대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배경내 공동집행위원장(가운데)은 바른미래당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배경내 공동집행위원장(가운데)은 바른미래당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배 위원장은 여러모로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배 위원장은 여러모로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배 위원장은 29일 페이스북에 “하나도 안 고맙고 당연한 건데 밑밥 까느라 이렇게 말한다. <해줘서 감사하다> 하나도 안 미더운데 부담 가지라고 이렇게 말한다. <당만 믿습니다> 열심히 안 하는 거 아는데 더 안 할까봐 이렇게 말한다. <애쓰시는 거 알죠> 뭘 더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말한다. <저희는 뭐든 할 겁니다> 요즘 국회의원 만날 때 주억거리는 말들. 영혼아 괜찮니”라며 정치권과 접촉할 때 감정 노동하는 기분을 느낀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과 민주당에 가보셨나?”라고 물었고 배 위원장은 “이미 요청 중이다”고 답했다. 

배 위원장은 “김 원내대표가 기자회견(23일 국회 앞에서 진행한 삭발식 겸 기자회견)에 와서 4월에 할 거 뭐 있냐 3월에 하자고 말해줘서 힘이 났는데 우리는 그런 의지가 모든 당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다시 한 번 당부했다.

김동철 원내대표(왼쪽)와 오세정 의원(오른쪽)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김동철 원내대표(왼쪽)와 오세정 의원(오른쪽)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김 원내대표는 “아시다시피 국회에는 선진화법이 있어서 어느 한 정당이 반대하면 5분의 3이 충족되지 않으면 법안 상정이 불가능하다. 21대 국회부터는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 여야가 똑같이 과반만 되면 선진화법에 적용 안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선진화법 때문에 한국당이 반대하면 법안 상정 자체가 어렵다는 현실론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그 당이 간절하게 원하면 이 법을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다른 법안을 통과시키겠다 이렇게 돼야 하는데 요즘 한국당은 반대만 있지 뭘 하자는 게 없다. 뭘 주장하는 것은 전부 우리가 하고 있다. 특별 감찰관이나 방송법도 다 마찬가지다. 일자리 관련 법도 우리가 주장하지 한국당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나마 동석한 채이배 의원은 “개헌과 공직선거법을 세트로 추진해나가고 있다. 특위(헌법개정 및 정치개혁)에서 주로 논의하고 있고 종국적으로 가서는 원내대표들 간의 중심으로 협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관련해서는 우리가 개헌과 묶어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동력을 잃지는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채 의원은 면담이 끝난 뒤에도 “특위에 있는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고 안전행정위에서 통과되었듯이 그렇게 전략적으로 하다 보면 아래에서부터 변화가 올 수 있다”며 제정연대에 조언했다. 

채이배 의원은 그나마 가장 적극적으로 현실적인 계획과 의지를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채이배 의원은 그나마 가장 적극적으로 현실적인 계획과 의지를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배 위원장은 “우리는 지난해 1월 18세 선거권 연령 하향 정도는 통과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불발되면서 바닥 민심이 들끓었고 단체가 결성되고 오늘에까지 이르게 됐다”며 좀 더 진정성있게 노력해달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배 위원장은 “지금 청소년들의 절박함은 상상 이상을 뛰어넘고 있다. 삭발까지 했고 국회 앞에 농성장까지 차리게 됐다. 굉장히 지지하는 메시지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진작에 됐어야 했다. 이게 바닥 민심이다. 4월에도 그냥 넘어가게 되면 물론 한국당 때문이더라도 다른 정당을 포함해서 국회 전체가 시민들에게 불신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 문제는 16, 17, 18세 청소년들이 가장 관심있게 보고 있는데 이들도 좀 있으면 다 선거권을 갖게 된다. 우리는 반대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정당을 찍지 않을 거라는 선언을 하고 있다. 국회 안에서 한국당을 움직여야 하는데 우리로서도 그 방법이 잘 안 보여서 찾고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 자꾸 묻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절절한 이야기를 듣던 오세정 의원은 “어떤 정당(한국당)이 막무가내로 나오면 끌고 갈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안 하면 정말 비난을 많이 받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야 할텐데 자기들은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 같다”고 밝혔다. 

면담 말미에 김 원내대표는 “지금 18세 하향 안 들어주면 20세 됐을 때 한국당이 큰 타격을 입을 거다. 그 논리가 좋은 것 같다”며 “그렇게라도 압력을 좀 넣어달라. 희망하는 답변을 못 드려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자리를 떠나는 김 원내대표에게 김정민씨는 마지막으로 “저희가 정말 간절한데 조금이라도 잘 되도록 열심히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면담이 끝나고 대화 중인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면담이 끝나고 대화 중인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면담 후 기자와 만난 제정연대 사람들은 이미 정치권에 전략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줬다. 

22일 한국당 2기 혁신위원회는 혁신안을 만들어 홍준표 대표에 전달했다. 혁신안에는 선거권 연령 하향 뿐만 아니라 피선거권 연령 하향까지 수록됐다. 다만 학제개편도 포함돼 있어서 당장 선거권 연령 하향 추진에 대해서 학제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던 기존의 입장이 지속되는 것인지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배 위원장은 “최근 한국당의 혁신안에 선거연령 하향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학제개편도 들어가 있어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기존에 밝힌대로 학제개편을 조건으로 한다는 것은 안 하겠다는 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당에 정확한 진의를 묻기 위해 면담 요청을 하고 있는데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공식 면담 요청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데도 답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당의 2기 혁신위원장을 맡은 김용태 의원은 혁신안 발표 자리에서 “초중고 학제를 개편해서 한 살 먼저 들어가고 2년 먼저 고등학교를 졸업하도록 만들어서 더 젊은 사람들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짜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 논리는 만 18세가 선거권을 행사하더라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가능하다는 한국당의 반대 명분으로 이용되고 있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선거권을 행사하면 안 되고 “학교가 정치판”이 된다는 구태의연한 편견이 깃든 당의 공식 입장인 것이다. 

배 위원장은 김용태 의원실과 접촉 중인데 “김 의원이 당의 입장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혁신위원장이 당에 말을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한 번 더 공개 면담을 요청해보고 안 되면 압박 논평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위원장은 한국당의 정책위원회에도 물어봤는데 “혁신안에 선거권과 학제개편이 연동되는 게 아니라 각각 따로 낸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며 “당 내부적으로 정확한 입장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는 더 이상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회 근처에서 농성장을 차린 모습. (사진=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페이스북)
국회 근처에서 농성장을 차린 모습. (사진=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페이스북)

관련해서 신보라 한국당 대변인은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당의 입장이 변한 건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이 학제개편 요구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다만 혁신위에서 선거권 하향 문제에 전향적인 입장을 강조한만큼 당내에서도 의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는 (선거권 연령 하향) 적극 찬성이다”고 밝혔다.

한편, 제정연대는 한국당이 계속 반대하는 입장이라면 대통령 개헌안 수정 조문에 따른 것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개헌안을 중심으로라도 정치권이 협상에 임해줬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25일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법제처 심사 결과에 따라 일부 조항을 수정했다. 기존 개헌안의 25조는 ‘18세 이상의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 선거권 행사의 요건과 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로 되어 있는데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 선거권 행사의 요건과 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하고 18세 이상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한다’로 수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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