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검찰’과 ‘경찰’을 위하여
국민의 ‘검찰’과 ‘경찰’을 위하여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6.22 0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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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와 법무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 검찰의 1차 수사지휘권 폐지, 국회 입법 사항, 검경의 볼멘소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기소가 분리되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검찰이 수사를 아예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의 수사를 보완하고 중대 범죄 분야에서는 직접 수사를 할 수도 있다.

말이 많았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물로 21일 행정안전부와 법무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은 아주 간명하게 “검찰이 독점해왔던 수사 개시권을 경찰에게 부여한다”고 했지만 이 문제는 아주 오랫동안 논의된 핫 이슈이기 때문에 여러 차례 협의 끝에 구체적인 방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조국 민정수석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자부 장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번 합의문을 직접 설명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조국 민정수석, 박상기 법무부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의 3자 협의체를 통해 10차례 이상 협의했고 합의문은 여기서 도출됐다”고 밝혔다.

검경은 일단 표정관리를 하며 모두 불만족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재의 핵심은 치안권과 사법권이고 그런만큼 일반 국민에게 얼마나 공적 이익이 제대로 돌아가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총리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쟁점으로 △검경의 관계 설정 △적정한 권한 배분 △권한남용에 대한 제어장치 마련 3가지를 거론했다. 

이 총리는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수사와 공소제기 및 유지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관계”라며 “경찰이 1차 수사에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갖고 검찰은 사법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야한다”며 합의문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어 “검경이 지휘와 감독의 수직적 관계를 벗어나서 국민의 안전과 인권의 수호를 위해 협력하면서 각자의 책임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낙연 총리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이번 합의문의 내용을 요약해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실 그동안 이 문제의 핵심은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얼마나 내려놓고 양보하느냐로 이해되어 왔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를 지휘할 수 있고 △기소를 독점하고 있고 △각종 영장 청구권(체포·구속·압수수색·감청)을 갖고 있다. 이중 검찰의 첫 번째를 내려놓게 하고 이에 대한 우려 지점을 보완하는 게 이번 합의문의 골자다.

먼저 경찰은 일반 형사 사건에 대해 독립적으로 수사를 시작하고 끝낼 수 있게 됐다. 경찰이 수사해보고 유죄로 판단되면 검찰에 송치하고 그게 아니면 수사를 종결할 수 있다.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을 갖게 된 것이다. 이것은 검찰의 ‘1차 수사 지휘권’의 폐지를 의미한다.

검찰은 송치된 사건을 들여다보고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부패 범죄·경제금융 범죄·공직자 범죄·선거 범죄 등 특수사건 및 인지된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도 1차 수사를 할 수 있다. 또한 경찰 수사가 미흡하거나 또는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 파악되면 시정 조치와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이낙연 총리와 박상기 장관, 김부겸 장관, 조국 수석이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경찰은 숙원사업이었던 1차 수사권을 온전히 얻게됐지만 대신 △자치경찰제를 2019년 내에 서울·세종·제주 등에서 시범 실시하고 2022년까지 전국으로 확대 △수사과정에서 인권 옹호를 위한 제도 강구 △수사 직무 외에 종사하는 경찰이 수사에 개입하지 못 하도록 함 △경찰대학교의 개혁방안 마련 및 실시 등 4가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물론 기존대로 경찰에 접수되는 모든 사건에 대해서 검찰이 인지하고 수사 지휘권을 행사했던 것도 아니고, 법률가인 검사들이라 하더라도 그게 행사돼서 용의자와 피의자에 대한 인권이 확실히 보장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22일 jtbc <뉴스룸>에서 “경찰이 내부적으로 개혁에 박차를 가해서 인권 침해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은 해야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검사의 수사 지휘가 그런 역할을 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겠다”며 “실제 수사 현실을 보면 현재도 검사의 수사 지휘가 그렇게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서 인권 침해를 막거나 부실 수사를 막거나 하는 방향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제부터라도 검찰이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부당한 인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시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했다고 보는 게 이번 합의문의 실질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합의문에 따르면 검사는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법령위반·인권침해·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신고가 들어오거나 인지되면 경찰에 사건기록 등본을 송부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검토 뒤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 시정 조치도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은 미란다 원칙(용의자를 연행할 때 그 이유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을 미리 고지해야 함)처럼 피의자에게 위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검사는 경찰의 인권 침해적 또는 부당한 수사권 행사의 사례를 발견하면 징계를 요구하게 되고 징계위원회는 무조건 열리도록 되어 있다.

조국 수석이 합의문 서명식을 마친 뒤 경찰의 1차적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당장 합의문이 실현될 경우 국민들의 입장에서 크게 살펴볼 것은 아래와 같이 3가지가 있다.

①같은 사건으로 경찰과 검찰에서 여러 번 수사를 받는 일이 감소하고 한 곳에서 효율적으로 수사를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검사와 경찰관 각각에게 육하원칙을 반복해서 진술하지 않아도 된다.  
②모든 사건에 대해 단독으로 경찰이 종결지을 수 있기 때문에 격무에 치이기 마련인 경찰이 부실 수사를 해서 범죄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성과를 과시하기 좋은 사건의 경우 죄의 경중이 높지 않음에도 과도하게 수사할 가능성이 있다.
③보통 경찰 단계에서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지만 앞으로 경찰이 사건을 마무리해서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기 때문에 검찰 송치 이전의 변호사 선임이 늘어날 수 있다.

합의문에는 이미 위와 같은 시뮬레이션을 대비한 부칙과 단서조항이 마련돼 있고 아직 국회에서의 논의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추가 보완과 수정이 가능하다. 

검경은 모두 합의문에 볼멘소리를 내는 모양새다.

경찰은 검찰의 3대 권한 중 하나만 내려놓았음에도 이게 여전히 행사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 입장에서 보통 사건이 아닌 주요 사건의 경우 이제 무조건 검찰에서 독점하게 되는 것이고 그런만큼 검찰의 영향력은 더 커지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있다. 특수사건이라는 명분을 내밀어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행사하게 되면 못 하게 될 수사 범위는 없다. 또한 수사의 핵심은 강제성이고 그런만큼 영장 청구권이 검찰에 독점돼 있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경찰의 수사권이 온전히 행사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하지만 헌법 12조 3항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 청구권은 개헌하지 않는 이상 애초에 정부 방안으로 손보기가 불가능하다. 다만 합의문에 “검사가 정당한 이유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경찰은 관할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혀놨다. 그럼에도 경찰이 직접 법관에 영장을 청구할 수는 없으니 어쨌든 검사의 권력은 본질적으로 변함이 없다.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담화 및 서명식이 끝난 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부터),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 3인인 조 수석, 박 장관, 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반면 검찰은 최종 법률적 단죄가 내려지는 법원에서의 판단이 중요한데 경찰의 기초 수사가 법적으로 미비하게 이뤄지면 송치 이후에 그걸 처음부터 손보고 보완하기 어려워서 비효율적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법률가인 검사가 판례를 통한 법적 유무죄 적용에 필수적인 수사를 더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는 것이다. 1차 수사로 마무리된 사건 완성본이 검찰에 도달했을 때 그걸 파악하고 보완 수사를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알맹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인식도 있다. 특히 경찰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검찰의 징계 요구권은 경찰청장의 불수용에 막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국회의 대타협으로 형사소송법 196조를 개정해야만 검경 수사권 조정의 문제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소관하고 있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기간이 곧 종료되고 지방선거 후폭풍으로 자유한국당은 이날 관련 논평을 내지 못 할 정도로 입장 정리가 안 되어 있다. 

추후 정부가 합의문을 법률안으로 성안해 국회에 제출해도 이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3월 문 대통령의 개헌안이 3차까지 발표됐고 이게 동력으로 작용해 국회의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탔지만 최종적으로 5월24일 국회에 제출된 대통령 개헌안은 바로 폐기 처분됐다. 이후 개헌 동력은 완전히 상실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률안의 운명도 이와 유사하지 말란 법은 없어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대 야당을 향한 적극적인 설득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민주당 소속 정성호 사개특위 위원장은 사개특위 활동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합의문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검경 수사권 조정 이슈는 개헌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문제와 연동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각각 결론이 도출되는 시기가 다르더라도 한 세트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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