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도 국회회담에 긍정적 입장, 한국당의 미묘한 입장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라는 무적 카드의 명분으로 회의적 입장
김성태 원내대표 별도의 남북 국회 연석회의 제안한 바 있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대통령의 정상 외교에 들러리로 야당이 따라갈 수 없다는 명분을 들어 청와대의 평양 회담 초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남북 국회회담 행사를 별도로 잡아 개최한다는 카드에 대해서는 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7일 오후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으로부터 문희상 국회의장이 받은 답신에 따르면 “(문 의장의) 국회회담 개최 제의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 확인됐다.

이어 최 의장은 “(남쪽) 국회에서 논의 중에 있는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 대한 비준 동의 문제가 하루빨리 성사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대북 문제에 대해서 오래 전부터 입장이 일치했다. 여기에 바른미래당까지 남북 국회회담은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은 국회회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변화될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사진=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대북 문제에 대해서 오래 전부터 입장이 일치했다. 여기에 바른미래당까지 남북 국회회담은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국회회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변화될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왼쪽부터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문 의장은 일단 국회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남북 국회회담 실무TF’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판문점 선언과 남북 정상회담, 미북 회담에도 북한 비핵화는 구체적 성과가 없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진척이 전혀 없는데 국회까지 나서 성급한 남북관계 개선에 발벗고 나서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며 “남북 국회회담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가시화되고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개선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여건에 따라 여야간 충분한 협의 하에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기본적으로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평양 회담에도 동행했을 만큼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비롯 국회회담에 우호적인데. 여기에 바른미래당까지도 28일 최고위원회의 결과 보도자료를 발송해 “우리 당도 (국회회담에) 함께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국회의장실과 함께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에 실질적인 비핵화의 진전이 앞으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문점 선언·평양 선언·남북 군사합의서 등을 포괄적으로 비준하는 방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국회에서 의논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고 27일 원내정책회의에서는 “판문점 선언에 대한 비준 문제에 대해서 국회가 논의하기 위한 나름의 전제조건이 있다”며 △비용추계 △북한의 비준 절차 △북핵 능력에 대한 불능화 조치 동시 진행 등을 제시해 정부여당의 역할을 주문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과 상관없이 남북 국회 교류는 할 수 있다고 본다. 일단 한 번 만나는 것의 의미가 있고 향후 서로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인지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판문점 선언 비준에 대해서는 “평양 회담을 가기 전에는 한국당이 워낙 완강하니까 우리는 법적 효력이 없는 결의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2차 북미 회담까지 가시화 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지가 실질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시점이 된 것 같다. 탑다운 방식이라 과거처럼 어그러지기는 어렵다. 그래서 비준 논의를 해볼 시기는 됐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대북 문제에 대해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입장이 확연히 달라진 지점이 국회회담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어쨌든 한국당 외에 원내 4당이 적어도 국회회담에 대해서는 입장이 일치한 것이다. 

사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 평양 동행이 필요하다면 정상회담 수행이 아니라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를 비롯한 의회 제 정당 연석회의를 별도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송희경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28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북 국회회담을 꼭 그렇게 비핵화가 먼저 실천되는 것을 확인해야만 하겠다는 그 여부는 아직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이) 정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정부여당이) 북한 국회의 위상을 잘 알고 있다. 사실상 남북 국회회담이라는 게 무의미하다. 우리나라 국회처럼 행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게 북한 국회에 있다면 (비핵화 조치 이전에 남북 국회회담이) 의미가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결정에) 전혀 영향을 못 준다”며 “(그래서) 국회회담은 (비핵화 조치가 취해진 이후에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만큼 별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한국당이 △국회회담 △경제협력 △판문점 선언 비준 △군사적 긴장완화 등 모든 것의 전제조건으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똑같이 내걸고 그 전까지는 아무 것도 협력하지 않겠다는 강경 노선이 되풀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변인은 “(4가지에 협력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똑같은 것인지에 대해) 다 한꺼번에 맞물려 가는 것이니까. 김성태 원내대표의 입장은 정확히 모르겠는데 지금까지 우리 당의 의원들이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런 것이다. 북한이 그동안 8번 약속하고 8번 파기했는데 이번에도 파기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최소한 신뢰가 갈 수 있는 김 위원장이 의미있고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 카드를 내놔야 (뭐든) 가능하다. 그런 실질적인 조치가 되면 판문점 선언 비준도 해줄 수 있는 것이고, 군축 협상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명 남북 국회 연석회의를 역제안한 바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최종적인 입장을 어떻게 결정할지 주목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분명 남북 국회 연석회의를 역제안한 바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최종적인 입장을 어떻게 결정할지 주목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국당이 대북 관련 모든 의제에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라는 단일한 전제조건을 내거는 정치적 전략이 구사되는 모양새지만 여기서 초보적인 국회회담의 경우 조건의 수위가 완화될 수 있는지 여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평양 회담 전 청와대의 동행 요청을 거절할 명분으로 김성태 원내대표가 분명 국회 차원의 별도 연석회의를 정치적으로 거론한 바 있기 때문이다. 향후 원내 5당이 최초로 대북 문제에 대한 입장 일치를 이뤄낼 가능성이 없지 않은 배경이 여기에 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