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은 왜 ‘소방관 국가직화’에 매달리는가
이재정은 왜 ‘소방관 국가직화’에 매달리는가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4.16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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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산불 이후 여론 불붙어
국가직화를 해야 할 이유
한국당의 반대 명분 다 반박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쯤되면 소방관 국가직화가 이뤄질 법도 하지만 아직 요원하다. 국회에서 오랫동안 논의됐음에도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막혀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지역별 소방관의 열악한 환경이 부각됐었고 소방관 GO 챌린지 운동(소방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서 머리에 밀가루를 뒤집어 쓰는 이벤트)이 일었다. 

나아가 강원도 대형 산불 이후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 국가직화를 요청하는 게시글이 24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국민 여론은 80% 이상이 찬성하고 있지만 한국당의 반대 명분은 크게 2가지다. 

먼저 경찰은 자치 경찰제로 가는데 소방은 국가직화로 가는 게 맞느냐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국가기관 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명분에 기대어 한국당은 작년 말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의결을 막았다. 현재는 여론이 더욱 거세졌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거나 “취지에는 동의”한다는 수준까지 왔지만 그렇다고 선뜻 찬성한다고 볼 수 없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나 “뭐든지 국민 여론에 밀리니까 못 한다는 얘기는 못 하고 찬성하는데 하고 몇 가지 이유를 들지 않는가. 정치는 어쨌든 명분 싸움을 할 때 그 명분을 무너뜨리게 되면 또 다른 명분을 찾거나 따라야 되는 여론의 압박을 받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드러낸 명분을 압박해야 된다”며 “여론이 계속 모이고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기자와 만나 대화하고 있는 이재정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이 의원은 2016년 7월 국회의원으로서 처음 입법을 했는데 그게 소방관 국가직화 5법(소방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국가공무원정원법·지방교부세법·소방재정지원특별회계 설치법)이다.

1973년 지방소방공무원법에 따라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됐는데 갈수록 대형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지방 정부의 재정 상태에 따라 소방관의 처우 격차가 벌어지게 됐다. 국가직으로 일원화하자는 필요성이 제기됐던 배경이 여기에 있다.

2017년 기준 인구 대비 소방 인력은 △한국 5178만명(5만2000명) △일본 1억2645만명(15만4200명) △미국 3억2663만(30만3800명) △독일 8059만명(5만6000명) △영국 6477만명(4만9000명)이고 한국의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수는 전국 평균 1100명쯤 된다. 무엇보다 정부에서 할당 인력을 인정해준 소방공무원 규모가 있는데 그게 지역별로 채워지지 않는 곳이 많다. 지방 정부의 재정 여건이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전남의 경우 47%의 소방 인력이 부족하다. 24시간 비상체제인 소방대원의 근무형태로 보면 초과수당을 지급해줘야 하지만 이 부분도 돈이 없어서 불가능하다.

관련해서 2017년 문재인 정부 집권 직후 소방청은 42년 만에 독립 기관으로 홀로 섰다. 그 효과는 강원 대형 산불 때 바로 나타났다. 소방차 870여대와 소방관 3000여명이 고속도로를 달려 현장에 파견됐고 화재 진압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전체 소방력의 15% 가량이 일사분란하게 투입됐기에 가능했다. 입법으로 국가직화가 완료된다면 소방관의 처우가 향상되고 지휘계통의 효율성은 좀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의원은 “(될 것 같다 아니다가 아닌) 돼야 된다지만 그쪽에서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고 내건 명분들이 사실상 극복된 명분이다. 지방자치에 역행한다는 것이라든지 기본적으로 지방자치의 본질을 모른다. 그 틀만 끼워맞춰서 사실상 착시 현상을 보이게 만드는 것”이라며 “경찰은 자치로 가는데 소방은 국가직으로 가느냐고 하는데 사실 소방 서비스는 국민의 안전이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국가직화에 부정적 입장은 아닌데”라면서도 “경찰직은 자치 경찰로 보고 자치 권한을 확대하는데 소방직을 국가직화하면 역행하는 것도 있어서 이것이 지방자치 권한을 어디까지로 둘까 논의할 것도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아예 다른 문제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검찰과 같이 국민 인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 있는 수사권을 갖고 있고 그런 만큼 명백한 권력기관이지만 소방청은 권력기관이 아닌 공공 안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정치권에 진출한 사람들 중에 소방대원 출신은 없는 반면 경찰과 검찰 출신은 매우 많다면서 권력 지향적인 기관과 아닌 기관의 시스템을 다르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자치 경찰제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이 의원은 “부처간 조율이 안 됐다는 부분은 사실상 작년 법안소위 때 다 됐고 솔직히 말하면 비공식적으로 한국당과 작년 4~5월에 소방관 국가직화를 위한 협상을 하고 있었다. 우리도 부랴부랴 해서 그때 당시에 정부가 (부처간 조율을) 끝냈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 11월28일 열린 행안위 법안소위 회의에서는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소방청이 재원 문제에 대해 합의했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소방안전교부세를 45%로 통일하고 부칙 조항에 35%를 담자는 게 골자다. 

당시 소위에 참석한 신열우 소방청 차장은 “소방은 신분을 왜 꼭 국가직화해야 되느냐 이렇게 이야기 한다면 지금 문제가 되는 게 시도지사한테 소방을 맡겨 두니까 (중앙 정부가) 교부세를 내려줘도 그것으로 인력을 뽑거나 장비를 사지도 않고 다른 데 써버려도 처벌할 방법이 없다”면서 “(국가직화가 되면) 국가와 지방이 같이 재정을 부담하고 소방치유센터나 복지 문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수월하다”고 밝혔다.

국가직화는 장비 업그레이드를 위한 예산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대형 산불을 겪고 최문순 강원지사는 카모프 헬기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 카모프 헬기는 야간 비행이 가능하고 대용량 소방용수 기능을 탑재한 특수 헬기로 도입 비용은 250억원 가량 된다. 전국의 카모프 헬기 29대 중 담수 용량이 3000L가 넘는 경우는 중앙본부, 대구, 인천, 울산, 경기, 경북 등이다. 강원도에는 없다. 

이 의원은 지난 12일 방송된 <다스뵈이다>에서 소방관 국가직화가 왜 필요한지 자세히 설명했다. (캡처사진=딴지방송국)

법안소위위원장인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회의 당시에 송언석 한국당 의원 등이 의결에 회의적인 입장을 지속적으로 보이자 “우리 행안위에서는 통과시키고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번 더 교섭단체 간 협의가 있을 수 있으니 그렇게 논의해 주시라. 우리 행안위가 그래도 소방관들의 입장을 좀 더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합의하고 법사위에서 한 번 더 전체적으로 조율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렇게 양해해주면 의결하도록 하겠다”고 당부했다.

그때 김한정 민주당 의원도 “지난 2년여 동안 행안위에서 심도있게 논의해왔고 국민적 공감대도 확보돼 있다고 판단된다. 여러 아쉬운 점들은 또 이후 절차에서 반영하도록 하자”고 거들었지만 끝내 의결되지 못 했다. 

표결을 하려고 하자 송 의원을 비롯 당시 한국당 의원 4명(송언석·유민봉·윤재옥·홍문표)과 바른미래당 의원 1명(권은희)은 이석했다. 국회법에 따라 소위 정원 10명 중 과반 이상이 참석하지 못 했기 때문에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에 부치지 못 한 것이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지난 12일 방송된 딴지방송국 <다스뵈이다>에서 “(원내 지도부의 전화를 받고) 이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버린 것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5명이 나가버리니까. 의결을 할 정족수가 안 돼서 무산됐는데 이게 그들이 잘 쓰는 무산시키는 방법이다. 회의록 에는 말만 남고 나갔다는 기록은 없다. 누가 반대해서 부결됐다고 하면 회의록에 남는다. 그러면 그걸 찾아보고 기자들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근데 나가버리면 안 되는 건 마찬가진데 회의록에 안 남아서 기자들이 왜 이게 완 됐는지 모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23일 행안위 법안소위가 열릴 예정이고 다시 의결 절차를 밟을 예정인데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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