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의지 드러냈던 ‘박원순’의 죽음
대권 의지 드러냈던 ‘박원순’의 죽음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7.10 0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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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이 걱정했던 7시간
미투 고소장
대권 의욕 드러냈지만
성평등에 앞장선 변호사였는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은 9일 18시 즈음이었다. 결국 박 시장이 숨진채 발견됐다는 속보가 10일 자정을 넘긴 시각에 타전됐고 전국민이 6시간 동안 박 시장의 안위를 걱정했다. 경찰과 소방 인력 770여명이 투입되어 수색에 나섰고, 언론들은 꽤 많은 오보를 쏟아낼 정도로 격양됐었다.

박 시장은 서울 종로구 북악산 성곽길(숙정문과 삼청각)에서 수색 7시간 만에 발견됐다. 소방구조견이 가장 먼저 발견했고 소방대원 및 기동대원들은 박 시장의 얼굴과 명함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 현장에서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약 3시간 가량 현장 감식을 진행한 뒤 시신을 수습하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했다. 현재까지 타살 흔적은 보이지 않고 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박 시장이 투신을 했는지, 목을 맸는지 어떻게 최후를 맞게 됐는지에 대한 부분은 고인과 유족의 입장을 고려해서 비공개하기로 했다. 

故 박원순 서울시장은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8일)에도 '서울판 그린뉴딜' 기자 설명회를 열었을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사진=연합뉴스)

박 시장은 9일 10시40분 “건강 문제로 쉬겠다”는 입장을 시청에 통보한 뒤 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공관을 나섰다. 

박 시장의 딸은 17시 즈음 아버지가 유언과 같은 메시지를 남기고 떠났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박 시장이 택시를 타고 종로구 와룡공원으로 이동했고, 11시 즈음 걸어서 북악산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포착했다. 박 시장의 스마트폰은 15시50분 성북구 핀란드 대사관 주변에서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힌 뒤 전원이 꺼졌다.

박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으로는 성추행 미투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이 작용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에 박 시장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된 것은 사실이고 조사 중이지만 세부 사안에 대해서는 고인의 명예가 있기 때문에 지금 확인은 어렵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시신을 이동시키고 있는 경찰청 과학수사대 대원들. (사진=연합뉴스)

2017년부터 박 시장의 비서로 근무했던 알파씨는 8일 밤 변호인과 함께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알파씨는 근무 기간 내내 박 시장으로부터 수 차례 성추행을 당했으며 텔레그램으로 사적인 사진을 전송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에 텔레그램 대화록을 증거로 제출했고 자신 외에도 추가 피해자가 존재할 것이라고 진술했다. 피고소인 박 시장이 사망함으로 인해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수밖에 없다. 박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혐의에 대한 진상규명 자체가 불가능해졌고 알파씨는 더 큰 고통에 직면하게 됐다.

그동안 박 시장은 여권의 대권 잠룡으로 불렸다. 올 초 코로나19 초기 정국에서 신천지 이만희 교주에 대한 살인죄 고발장 제출 등 대권 주자로서 존재감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최근에는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에 맞서 전국민 고용보험을 어필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과 촛불 정국 당시 대권의 꿈을 갖게 됐지만 2017년 초 저조한 지지율로 인해 불출마 선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초 3선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뒤 박 시장은 같은 해 7월부터 강북구 삼양동에서 한 달간 폭염 옥탑방 체험을 하는 등 대권 행보를 이어왔다. 

최익수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익수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학생 운동, 인권 변호사, 시민사회 운동, 서울시장 3선 등 파란만장한 삶의 이력으로 대권을 준비했던 박 시장이었다. 그러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나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같이 미투로 인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을 견뎌내기 힘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1986년), 서울대 성희롱 사건(1993년~1999년)의 담당 변호사로 변론을 맡았던 박 시장이 미투 가해자로 연루됐다는 뉴스가 알려졌을 경우 그로 인한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서정협 행정1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서 대행은 10일 오전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대응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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