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 방현옥 기자] 제77회를 맞은 2022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진관사는 특별한 손님을 맞았다. 국외에 거주하는 독립운동가 후손중 미국 국적을 가진 19인과 카자흐스탄 국적의 10인 등 총 29인을 초빙돼 독립운동의 자취를 가진 진관사에서 특별한 스테이 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독립 유공자 후손을 대상으로 한국전통문화체험과 템플스테이에 대한 인식제고 그리고 체험을 통한 한국인의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함양를 위해 국가보훈처와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그리고 진관사가 함께 기획한 행사다.

한문화체험관 흙다움에서 진행된 환영행사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이성채 팀장의 사회로 진관사를 소개하는 영상을 시청하며 시작됐다. 

진관사 칠성각에서 발견된 태극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앞줄 왼쪽부터 계호스님, 법해스님) (사진= 방현옥 기자)
진관사 칠성각에서 발견된 태극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앞줄 왼쪽부터 계호스님, 법해스님) (사진= 방현옥 기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이신 원경스님은 "경사스러운 광복절을 맞아 독립유공자 후손 여러분을 모실 수 있어 매우 기쁘다. 호국불교의 역사를 지닌 한국불교는 독립운동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진관사는 태극기와 독립신문 그리고 백초월 스님의 정신이 살아있는 단 하나뿐인 문화재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오늘의 체험을 통해 선조들의 독립 정신을 기리고 호국불교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고 독립유공자 후손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잊지 말기를 바란다. 불보살님의 가피가 항상 함께하기를 기원한다"는 인사를 했다.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진관사 회주를 맡고 계신 계호스님은 "뜻 깊은 날 독립유공자를 모시게 돼 감사하다. 천년의 역사인 진관사에 광복절을 맞이해 수많은 이름 모를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며 "비약적인 성장을 한 대한민국이 있게 된 것은 독립을 위해 목숨을 버리신 분들의 희생이 있어서다. 여러분들 곁에는 든든한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환영사를 했다.

백초월 스님의 종손이신 백외식 선생은 "오늘은 광복 77주년으로 독립유공자 후손을 뵙게 돼 영광이다. 백초월 스님은 진관사에 거점을 두고 독립운동을 하시다 독립 1년 전 옥사하셨다"며 "한국민단본부를 조직해 상해임시정부와 독립군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고 만주행 화물열차에 대한민국만세라는 문구를 써넣어 체포되기도 했다. 출옥 후에도 군자금을 모으다 재투옥돼 1944년 6월 66세 일기로 열반에 드셨다. 평생 광복운동에 온몸을 불태우셨다"고 강조했다.

선우스님과 함께 차담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 방현옥 기자)
선우스님과 함께 차담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 방현옥 기자)

유공자 후손들을 환영하는 축하공연도 이어졌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판소리 대가로 템플스테이 20주년 홍보대사인 박애리 명창이 모두 함께 하자는 의미로 '너영나영' 곡과 판소리 ‘흥부가’ 중 흥부가 박타는 대목을 들려줘 자리를 빛냈다.

주지스님이신 법해스님이 기념품 전달과 함께 진관사에서 발견된 태극기를 설명하며 "일장기를 덮어 태극을 올려 만든 태극기 특별한 태극기다. 선조들의 구국의 마음을 느끼시고 한국을 마음의 고향이라 여겨주시라" 당부했다.

이어 진관사 총무국장이신 선우스님과 함께 차를 마시는 법을 배우며 차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선우스님은 "먼 곳에서 오신 것을 환영하며 스스로를 귀히 여기는 마음으로 두 손을 사용해 차를 마시자"며 "차가 맛이 없어도 인상을 쓰지 말고 나의 얼굴에 주름을 지게 하지 말고 서로 좋은 말을 하며 살아가자. 내가 내는 소리를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이 바로 나다. 나를 귀히 여기는 방법을 배워가자"고 권했다.

아름다운 명상실에서 명상체험을 하고 있는 독립유공자 후손들 (사진= 방현옥 기자)
아름다운 명상실에서 명상체험을 하고 있는 독립유공자 후손들 (사진= 방현옥 기자)

차담시간을 끝내고 한문화체험관 3층 ‘아름다움’으로 올라가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앉아서 하는 명상체험 후 편히 누워 하는 명상체험도 경험하며 편안한 자세로 나를 만나는 연습, 나를 보는 연습의 시간을 가졌다. 

이후 한문화체험관을 나와 선우스님과 함께 칠성각으로 이동했다. 6.25 사변 때 진관사의 많은 건물이 불탔으나 칠성각은 보존됐고 2009년 ‘칠성각’의 복원을 위해 벽을 해체하던 중 한지로 싸여있는 태극기와 그 태극기 안에 들어있는 신문이 발견된 역사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칠성각 앞에서 선우스님이 태극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방현옥 기자)
칠성각 앞에서 선우스님이 태극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방현옥 기자)

3.1운동의 기록을 담은 독립신문, 신대한신문, 조선독립신문, 자유신종보 등의 항일신문과 태극기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후세에 그 뜻을 전하고자 독립 운동가이신 백초월 스님이 벽내부에 숨겨 놓았다고 추정한다.

최재형 독립운동가의 증손녀로 카자흐스탄에서 온 박타티아나씨는 "차를 마시며 설명을 듣는 차담시간이 좋았고 한국을 여러번 방문 했었는데 한국이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니 후손으로서 영광스럽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 알렉산더 셀던 장은 독립운동가 황보정걸, 황보익준 부자(夫子)의 외손자로 "고통스런 인생이지만 명상시간을 통해 정신적 깨달음을 가질 수 있음을 배웠고 어려움 속에서도 강한 나라로 우뚝선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며 "행운의 여신은 용감한 자의 편을 든다"는 말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이날 스테이에 참가한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 대해 "선열들의 피와 땀·눈물로 쟁취해 낸 광복된 조국, 번영된 대한민국에 귀하신 국외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 분들을 잊지 않고 모실 수 있게 돼 매우 뜻 깊다"며 "숭고한 독립운동의 정신과 그 후손들 모두 대한민국으로 하나가 되는 기회가 됐으며 좋겠다"고 밝혔다.

대웅전 앞에서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방현옥 기자)
대웅전 앞에서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방현옥 기자)

한편 고려 제8대 현종이 1011년에 창건한 진관사는 북한산 서쪽에 자리 잡은 천년 고찰로 많은 이야기와 고즈넉한 분위기 그리고 빼어난 경관을 간직하고 있어서 예부터 서울의 서쪽을 대표하는 절로 알려져 있다. 6.25 당시 폭격으로 일부를 제외하고 소실돼 폐허가 됐다가 복구된 고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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