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부탁, 바른정당 출신들의 연쇄 탈당, 이학재 의원과 이지현 전 비대위원의 탈당, 최원선 부대변인의 인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푸념을 했다.
“여기에 있는 언론인들도 안주삼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가. 저 당이 그대로 있을까. 누구는 한국당으로 가고 누구는 민주당으로 가고 공중분해되지 않을까. 그런 얘기들이 자꾸 떠돌면 떠돌수록 저희 당에 대한 안정적인 지지 기반이 확보되기 어려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김 원내대표는 7일 오후 국회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바른미래당에 대한 미래를 회의적으로 단정짓고 쉽게 말하는 언론인들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을 드러내고 희망섞인 부탁을 했다.
이를테면 “바른미래당이 존재할 수 있을까. 원심력이 작용하지 않을까. 이런 기사 대신에 가능하면 바른미래당이 국회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보도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달 18일 이학재 의원이 탈당한 뒤 바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을 때 강한 쓰나미가 몰아친 뒤였다. 유독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들었던 인사들이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보다 더 많이 커다란 둥지로 돌아가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월11일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잔류를 선언하고 통합 신당 창당에 힘을 보태겠다며 “바른정당 탈당과 한국당 복귀가 최선인가? 실패가 두려워 안주하려는 것은 아닌가? 늘 아이들에게는 힘들다고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정작 애비는 이렇게 쉽게 포기해서 되겠는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과 함께 지리산에 다녀왔다. 아무리 춥고 험한 높은 산도 한 발 한 발 내딛으면 정상에 오르지만 어떠한 이유로든지 포기하면 오르지 못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당시 “이학재의 60분 호소” 캠페인을 통해 1인 피켓 선거운동을 하는 등 열심히 뛰었다.
이지현 전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도 지난달 말 탈당했고 한국당으로 복당 신청을 했다. 동시에 당협위원장 공모에도 응했다. 이 전 위원은 서울시의원 재선 출신으로 친 유승민계 인사로 분류된다. 무엇보다 바른정당 싱크탱크에서 중책을 맡았고 바른미래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당을 수습하기 위해 꾸려진 비대위에 합류했을 만큼 죽음의 계곡을 견뎌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던 인물이다.
결국 이 전 비대위원이 서울 강남병에 지역위원장 신청을 했지만 현역 김삼화 의원에 밀려 탈락했던 것이 탈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런 위기감은 하루 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다. 바른정당 때부터 그동안 탈당 러시는 지속돼왔다.
△2017년 5월2일 13명의 1차 탈당(이은재·김성태·박성중·홍일표·김학용·박순자·권성동·홍문표·이진복·장제원·이군현·여상규·김재경)
△2017년 11월8일 9명의 2차 탈당(김무성·김용태·김영우·강길부·정양석·주호영·이종구·홍철호·황영철)
△2018년 1월9일 3명의 3차 탈당(김세연 의원과 남경필 전 경기지사·원희룡 제주지사의 3차 탈당)
△2018년 1월16일 박인숙 의원의 4차 탈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통합하고 바른미래당을 창당한 주역으로서 유승민 의원의 무게감이 있는데 그럼에도 유 의원을 비롯 바른정당 출신들의 추가 탈당설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최원선 바른미래당 부대변인은 9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실 지금 바른정당 출신들이 거의 다 나가고 있지 않은가. 그게 지금 왜냐면 바른정당은 보수를 개혁하겠다고 만들어진 당이다. 그니까 제일 말을 많이 하는 것이 그것이다. 바른미래당은 보수라는 말을 아예 안 꺼내고 있으니까.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불만 이런 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민의당은 다당제나 중도를 위해 나왔던 당이고 바른정당은 보수를 개혁하겠다는 의도가 있어서 만든 당인데 지금 보수 개혁을 하기 위한 터전이 안 만들어졌다고 할까. 그래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솔직히 보수라는 표현 자체를 쓸 수 없는 것이 문제 같다”고 밝혔다.
물론 보수 통합을 명분으로 한국당 복귀를 선언하고 있지만 실상은 당선 가능성이다. 양당 체제에서 바른미래당으로 뭘 해봤자 성공하기 어렵다는 실패의 연속이 변심하게 만들었다.
최 부대변인은 “진짜 그런 분들(보수 통합의 대의를 중시)도 있지만 (탈당하고 한국당으로 복귀하는) 핑계를 대는 분들이 있긴 하다. 지금 보수를 개혁하는 것이 여기서 잘 안 되니까 한국당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근데 나는 한국당에서 과연 개혁을 할 수 있을까. 지금 전혀 개혁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데 나는 그것 때문에 한국당으로 못 간다. 그건(도로 친박 현상) 도저히”라고 역설했다.
더 나아가 “나는 모르겠다. 나는 바른정당이 첫 정당이다. 그래서 되게 이상주의자라고들 하는데 나는 정말 정치개혁을 하고 싶어서 깨끗한 정치를 하고 싶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선거 때도 그랬었다. 당연히 정치는 더러운데 그걸 모르고 들어왔느냐. 이런 얘기도 들었다. 근데 나 하나라도 바꿔보고 싶은데”라며 잔류 의지를 드러냈다.
이 의원이나 이 전 비대위원에 대해서도 “개혁을 위해 진짜 고생 많이 하셨는데 (아쉽다). (그럼에도 나는) 견뎌내야 한다”고 다짐했다.
한국 정치가 양당 체제의 쳇바퀴 속에서 적대적 공존으로 이어져왔고 여기서 분명 보수의 몰락이 파생됐다면 보수 개혁을 위해서는 강력하게 작용하는 원심력을 이겨낼 필요가 있다.
유 의원은 그동안 개혁 보수를 위한 고진감래를 강조해왔다. 2017년 11월 있었던 바른정당 전당대회에서도 개혁 보수의 길이 그토록 힘들다면서 “죽음의 계곡”을 묵묵히 건너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바른정당에서 바른미래당까지 전당대회에 연속으로 출마해서 당대표는 되지 못 하고 계속 최고위원만 하고 있는 하태경 의원도 유 의원과 함께 개혁 보수의 선봉장에 서 있다.
정청래 전 의원은 7일 방송된 MBN <판도라>에서 “바른미래당이 흔들거릴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이탈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하태경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절대 나갈 수 없다. 본인이 해놓은 말들이 있다. 그래서 결국은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내년 총선에 안 될 수도 있다. 근데 그런 것 두려워하지 말라. 어차피 길게 가는 것이다. 하태경 저 정치인은 어려움에도 당을 지킨 사람 이런 이미지가 쌓일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결국 내년 총선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김 원내대표는 “저희 당에 대한 지지율이 그렇게 높지 않은 현실의 가장 큰 원인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라고 생각한다. 저 당이 내년 총선까지 지금 갖고 있는 가치를 유지하고 거기에 깃발을 꽂고 끝까지 지켜내서 한국 정치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의문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저희가 심지를 가지고 끝까지 이 깃발을 지켜낸다면 총선이 다가올수록 저희 당의 지지도가 회복될 것”이라고 확신을 보였다.
이어 “분명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른미래당의 역할에 대해 (국민이) 평가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의 건투를 빌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