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김경배]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음주가무(飮酒歌舞)를 즐겨하며 이웃 간 화합과 단결을 도모했다.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 등은 온 부족민이 모여 큰 잔치를 벌이는 부족의 가장 큰 행사였다.
중국의 역사서인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따르면 이들 행사에서는 며칠씩 음주가무(飮酒歌舞)가 계속되었다고 하는데 우리 민족의 음주가무는 이처럼 유별난듯하다. 쉽게 말해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즐기며 집단으로 벌였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민족을 ‘춤의 민족’이라한다. ‘춤’이란 백과사전의 표현을 빌리면 가락에 맞추거나 절로 흥겨워서 팔다리나 몸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동작을 일컫는데 흥(興)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흥겹지 않은데 춤추고 싶은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초창기 흥에 겨워 추던 춤이 시간이 흘러 한(恨)스러운 춤으로 변한 것은 일제강점기 때가 아닌가 싶다. 나라 잃은 설움이 우리 민족 대표 노래인 ‘아리랑’과 더불어 한(恨)의 민족을 대표하는 모양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해방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고 그 풍요 속에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신세대는 이러한 한(恨)이 낯설기만 하다. 오히려 춤과 노래로 지구촌에 한류(韓流)를 전파하고 한국문화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한(恨)의 민족’에서 다시 ‘흥(興)의 민족’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떼창과 떼춤으로 그 흥겨움을 더하며 그 속에서 공동체의식을 느끼고 같은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나’나 ‘너’가 아닌 ‘우리’라는 이름으로.
한편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 하나가 ‘막춤’이다. 아무 장소에서나 분위기만 맞으면 어떠한 형식 없이 출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특별히 춤에 대해 배운 것 없어도 흥겹게 자신의 감정을 뱉어내며 추는 춤이다.
최근 자유한국당 여성당원들의 엉덩이춤이 대중에게 회자되고 있다. 사실 춤이란 꼭 고상할 필요가 없다. 어떤 춤을 추던 그것으로 본인이 즐거우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판에서의 춤은 무엇인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정치행사에서 엉덩이춤을 춘 그 분들도 한 가정에서는 어머니요 또 다른 한편으로 아내인 분들이다. 정치가 그분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도 자식이나 남편 앞에서 그렇게 쉽게 엉덩이춤을 출 수 있었을까?
그러한 측면에서 한국당 지도부는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설령 그 분들이 자의적으로 원해서 한 행동이라도 이를 보고 희희 낙낙할 순 없는 일이다. 황교안 대표나 한국당 지도부 부인들이 이러한 행동을 벌였다면 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정치란 국민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기쁨을 주는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정치행사장에서 내 아내가, 내 어머니가 엉덩이춤을 추는 것을 직접 보았다면 그것만큼 참담한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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