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공식 출마선언, 압도적인 지지율, 이재명이 생각하는 의회와의 협치론, 보수 야당이 장기집권한 경기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떠올려보면 보통 ‘선명함, 강렬함, 당위, 정의감, 적폐청산’ 등 혁명가적 성향이 먼저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야말로 ‘안정적 관리형’이기 보다는 ‘저돌적 돌파형’이라는 것은 전국민이 다 알고 있다.

그런 이 전 시장도 현실 정치인이다. 성남시정을 이끌어오면서 ‘성남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무상교복·산후조리 지원)’라는 시그니처 정책을 일궈냈고 동시에 대한민국에 기본소득이라는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성남시의회는 여소야대(더불어민주당 15석·자유한국당 15석·국민의당 1석, 바른정당 1석)인데 이 전 시장은 어떻게 의회와의 협치를 할 수 있었을까.

이 전 시장이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경기도는) 수도권이라 차별받고 서울이 아니라 소외받고 안에서는 지역 격차에 신음하고 있다”며 경기지사 선거에 공식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전 시장은 경기도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16년 간 장기집권한 구태 기득권세력” 때문이라며 보수 야당의 경기도 장기집권을 비판했다.  

이 전 시장이 공식 출마선언을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전 시장이 공식 출마선언을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출마선언문을 낭독하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본지 기자는 의회와의 협치에 대해 질문했다. 이 전 시장은 ‘정치’의 본질에 대해 설명하면서 행정가로서 의회와의 조화를 어떻게 추구해나갈 것인지 풀어냈다.

이 전 시장은 “남경필 경기지사께서 다수당의 입장을 존중하고 권한을 나누면서 한 경기도 연정은 훌륭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비슷한 상황이 되면 나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은 “만약 경기도로 가면 일단 경기도의회는 여대야소가 될 것이라고 본다. 성남과 같은 데가 어디 있겠나”라고 부연했다. 

이 전 시장은 “원래 정치라는 것이 상대방을 죽이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 둘 다 좋아해서 다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마이너스 경쟁이냐 플러스 경쟁이냐가 중요한데. 못 하게 하기 경쟁이 벌어지면 안 되는 것이고 잘 하기 경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막힘없이 자기 소신을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전 시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막힘없이 자기 소신을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여당과 야당이 있고 집권 행정부와 의회의 다수당이 다를 수가 있는데 가장 좋은 상황이 “당신들이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두 가지가 충돌하면 적절히 타협하면 뭐든지 긍정적 결과를 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전 시장이 문제삼는 상황은 “뭐든지 반대하는 이런 방식으로 가는 것 즉 얼마를 덜 할까를 타협할 수는 없다. 얼마를 덜 할까를 타협하는 것은 얼마나 주인의 뜻(주권자)을 배신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라리 “그럴 때는 주민의 뜻으로 관철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이 전 시장의 소신이다.

이 전 시장은 그런 관점에서 지난 성남시정을 돌아봤을 때 “안타깝게도 성남시에서는 소위 여소야대 국면에서 합리적 타협, 당신들이 원하는 것과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조화롭게 타협해서 하자라는 내 제안이 계속 거부됐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것이 작년에 성남시의회에서 무산된 고교 무상교복 예산이었다.

이 전 시장은 중학생 대상으로 무상교복 사업을 추진 중이었는데 이를 고등학생에게까지 확대하려고 했지만 지난해 12월29일 여소야대 성남시의회의 벽을 넘지 못 하고 끝내 무산(고교 신입생 9500명의 교복 구매비 28억1000만원)됐다. 당시 본회의 의결을 네 차례나 연기하는 등 분투했지만 실패했다.

이 전 시장은 현직 남경필 경기지사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렸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전 시장은 현직 남경필 경기지사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렸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로지 뭘 얼마나 덜 할 것이냐가 문제가 됐기 때문에 결국 주민들의 힘으로 관철해내는 과정에서 조금 갈등요소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게 민주주의의 일부이고 직접 민주주의가 관철되는 과정이라 불가피했다”는 게 이 전 시장의 주장이다.

이 전 시장은 “(경기지사가 되고 여대야소 경기도의회가 구성된다면) 소수가 될 수 있는 야당에 대해 묵살하지 않을 거다. 야당도 도민의 선택을 받은,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들이고 나도 대리인이라 서로 잘 하기 위해서 (경쟁하겠다.) 그들이 대표하는 도민의 의견도 있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만약 입장이 부딪치면 “도민에게 묻고 또 타협하게 된다면 그들도 원하는 걸 하고 우리도 원하는 걸 하는 방향으로 할 수 있다. 그게 정치 아니겠느냐”라고 밝혔다. 

이날 이 전 시장은 슬로건 차원의 도정 방향성으로 △공정한 기회와 경쟁 그리고 정당한 몫을 보장 △31개 시군의 균형 발전 △생애주기별 영역별 최고 삶의 질 △여성과 아동 등 모든 도민이 안전한 경기도 △평화와 경제가 살아 숨쉬는 경기도 등 6가지를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정책 공약은 아니었다. 

이 전 시장은 기자들에게 “복지정책이 먹히느냐 안 먹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복지정책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서 확대돼야 한다. 로봇이 노동력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면 대량 실직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보편복지와 나아가서 기본소득의 도입은 불가피한 것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해나가야 하는 일”이라며 현재 구체적인 경기도 규모에 맞는 복지 정책을 준비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특히 여론조사 지지율은 높지만 전해철 의원에 비해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왜 당원 지지가 덜 할 것이라고 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아무런 근거가 없는 얘기인 것 같고. 당원 지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남경필 경기지사에 대한 종합 평가를 할 때는 “여전히 도정 지지율이 50%를 오갈 정도로 훌륭하게 잘 했다고 생각한다. 대단히 유능하고 역량있는 남 지사와 경쟁하게 된 것이 좋은 일”이라며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다음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약간 짜증섞인 말투로 “나는 공직을 다른 공직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 성남시장을 하면서 대선 후보로 불려나갈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재 문재인 정부 출범한지 1년도 안 됐는데 다음 대선을 이야기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정론관에 부인 김혜경 여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국회 정론관에 부인 김혜경 여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이 전 시장은 그동안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차기 경기지사 적합 후보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가장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노컷뉴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3월23일~24일 경기도 거주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 4.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54%·남경필·18.1%·전해철 8.2%·양기대 4%·김영환 1.7%·홍성규 1.6%로 2위인 남 지사를 3배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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