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도착한 두 정상, 막판까지 치열한 회담 준비, 회담 직후 떠날 것으로 보도된 김정은 위원장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싱가폴에 두 정상이 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 시간으로 10일 15시반 싱가폴 창이공항에 도착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시간 뒤인 21시반 싱가폴 공군기지에 도달했다.

김 위원장은 스위스에서 유학 생활을 하긴 했지만 북한의 1인자가 된 이후 중국과 남측 판문점 외에 외국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이번 싱가폴 방문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고 더군다나 1948년 9월9일 북한 건국(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후 미국 정상과 만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적대국이었던 미국과의 첫 관계를 트는 일이라 북한 입장에서 매우 중대한 외교적 행위다.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에어차이나 항공기에서 내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6·12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이스타나궁에서 리셴룽 싱가폴 총리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위원장은 싱가폴 중남부에 위치한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 짐을 풀었고 바로 대통령궁으로 가서 리셴룽 싱가폴 총리와 회동하면서 “북미 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면 싱가폴 정부의 노력이 역사적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 총리는 “싱가폴이 한반도의 정세 변화를 오랜 기간 지켜봐왔고 주민들의 갈등과 희생 그리고 진전을 봐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샹그렐라 호텔에 짐을 풀었고 11일 리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도 11일에는 개별 일정을 소화하고 12일 10시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오후 싱가포르 파야레바 공군기지에 도착,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두 정상은 통역사만 배석한 단독 회담을 진행한 뒤 확대 회담을 한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정상회담 직후 14시에 김 위원장이 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두 정상이 논의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하루 더 머무를 가능성도 있다. 

성킴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한반도 보좌관은 싱가폴에서 기자들을 만나 “내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양국이 끝까지 내부 회의(의제와 전략)에 매진할 것이고 참모 간의 막판 물밑 접촉은 있을지 몰라도 두 정상이 사전 만남을 갖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틀 전부터 회담 장소에 도착해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양국이 만나는데 중간에 싱가폴이 껴있고 북미는 상호 전쟁을 치른 적대국이라 경호와 보안에서 매우 철저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뉴욕·싱가폴·판문점 3각 회담을 진행한 북미 양국은 두 정상이 만남을 예정대로 치르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합의에 이르렀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체제 보장이라는 큰 틀에서 빅딜이 필요하고 주요 사안은 정상 간의 결단이 필요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캐나다 G7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을 위대하게 만들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을 두고 “단 한 번의 기회(one-time shot)”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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