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빈의 정치경제학④] 더 이상 ‘보편적 복지’ 말하지 않는 이유
[홍기빈의 정치경제학④] 더 이상 ‘보편적 복지’ 말하지 않는 이유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12.05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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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증세 불가
사회적 약자에 줄 재정도 부족
기본소득에 긍정적
노인 정책 시급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무상급식 이슈를 꺼낸지 10년이 흘렀다. 그 이후 우리 사회에는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 보편적 복지 정책이 많이 도입됐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격차가 심한 편에 속하고 살기 팍팍하고 삭막하다.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11월20일 저녁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인권중심 사람’ 강의실에서 열린 <거대한 경제 전환이 필요한 이유> 특강에 연사로 나서서 “2010년대 초반에 보편적 복지라든가 스웨덴 모델을 우리나라에서 해봐야 하지 않는가라고 생각해서 이야기를 하고 다니고 책을 쓰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제 홍 소장은 2011년 책 ‘비그포르스 복지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를 번역 출간하고 스웨덴 모델을 전파하고 다녔다.

홍기빈 소장은 더 이상 보편적 복지를 대안 모델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기빈 소장은 더 이상 보편적 복지를 대안 모델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러나 지금은 스웨덴의 보편적 복지국가 모델을 말하지 않는다.

홍 소장은 “우리나라에서 보편적 복지가 안 된다. 왜 안 되느냐. 중산층이 세금을 안 낸다”며 “해보니까 안 되겠더라. 보편적 복지는 다같이 복지를 누린다는 개념인데 그걸 북유럽 사람들이 1930년대 이후부터 해와서 성공적으로 한 매커니즘은 복지 수혜를 받는 사람이 중산층까지 확장되기 때문에 복지 정책을 지지하는 계급 동맹이 넓어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야 “조세 기반도 넓어진다. 재정 기반이 당연히 넓어지고 사회적 지지 기반도 마찬가지다. 복지를 소수에게만 줄 경우보다 많은 사람들이 받을 경우 사회에 목소리를 내게 된다”는 것인데 홍 소장은 “강연에서 보편적 복지를 말하고 다닐 때 사회복지사 한 분이 현실을 모르고 있다면서 면박을 줬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당신들 기초수급자들이나 차상위 계층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 지금 이 사람들에게 줄 돈도 부족해서 난리다. 이 사람들에게 쓸 재정도 부족한데 무슨 얼어죽을 보편적 복지냐. 별로 삶이 괴롭지 않은 중산층에게 다 해줄 이유가 뭐냐고 면박을 주더라”라며 “사실 장애인, 가난한 사람들에게 퍼부어줄 돈도 부족한 판에 왜 중산층에게도 다 줘야 하는가”라고 전했다.

그때 홍 소장은 “교과서적으로 대답했다”면서도 “시간이 지나고 보편적 복지에 해당하는 몇몇 정책이 실현됐다. 아동수당, 기초연금, 고은맘카드 등 이런 정책들이 2010년대에 확충됐는데 중산층이 세금을 안 낸다. 박근혜 정부 때 연봉 7~8000만원 되는 사람들에게 한 5~7만원 더 내는 조세 개편을 하려고 했는데 민주당이 세금 폭탄이 라고 난리를 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도 그들이 세금을 안 내려고 한다. 동시에 1대 99를 말한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거둬야지 왜 돈도 없는 나한테 그러냐고 그런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유리지갑인지 뭔지 하는데 제일 싫어한다. 지갑은 유리지갑이 되는 것이 맞다. 국세청에서 유리가 돼야 세금을 가져가지 시커멓게 만들어놓으면 어떻게 걷는가. 근로소득자를 놓고 봤을 때 연봉 3000~1억원 사이에 있는 중산층들이 내는 실효세율을 계산해봤는데 5.7%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제를 다 빼고 나면 보험금 만큼도 안 낸다. 그 상태에서 무슨 유리지갑인가. 땡전 한 푼도 없으면서”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되면 홍 소장은 “사실상 세금을 안 내고 있는데 세금 얘기만 나오면 죽어도 못 낸다고 한다. 도저히 증세가 안 된다. 제일 끔찍한 것은 보편적 복지를 했는데 증세가 안 되면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중산층으로 부가 역이전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가난한 사람들이 가져가야 할 복지 재정이 중산층으로 간다”며 “공무원 카드의 돈이 다 어디서 나오겠는가. 아동수당이나 기초연금도 마찬가지다. 복지 사각지대 말들은 많이 하는데 그거 중산층한테 다 뿌리고 있다. 그럼에도 10년 정도 지나서 보니까 중산층 증세가 불가능하겠더라.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보편적 복지 이야기 안 하려고 한다”고 공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 소장은 중산층의 조세 저항이 너무 심하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홍 소장이 보편적 복지 정책 전체를 다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 홍 소장은 “1인당 월 60만원~58만원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시작은 10만원에서 20만원 정도로 할 수 있다”며 “이념적이거나 이것 자체에 대단한 가치를 부여해서 무슨 기본소득당을 만드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미래 사회를 상상하게 만드는 차원에서 좋다”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이자 기업인 출신인 앤드류양이 기본소득 정책을 제대로 설계하고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홍 소장은 최근 들어 청년 정책에 대한 이슈화가 많이 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시급한 쪽이 노인이라고 주장했다.

홍 소장은 “청년이 너무 과대 대표되는 것 같은데 지금 제일 심각한 문제는 노인”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몸이라도 튼튼한데 70세 넘은 사람들은 아무런 희망이 없다. 절반 정도가 빈곤에 시달린다. 살아있는 게 재앙이고 죽지 못 해서 살고 있다. 표도 안 된다고 생각돼서 관심도 못 받는다. 어차피 노인 정책 내봐야 다 자유한국당 찍는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의당이고 민주당이고 노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하는 걸 본 적 있는가. 중산층에게 퍼줄 돈이 있으면 노인 정책을 꾸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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