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당이 보는 ‘원종건 사태’ ·· “예견된 일” 이해찬 대표가 책임져야
미래당이 보는 ‘원종건 사태’ ·· “예견된 일” 이해찬 대표가 책임져야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1.29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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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미투처럼
원종건은 누구인가
이해찬 대표와 민주당의 책임
왜 예견됐는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년 전 서지현 검사의 용기로 시작된 미투 정국 때에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국민적 관심이 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28일 하루종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2호인 원종건씨가 랭크됐을 정도다. 그냥 자극적으로 소비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김소희 미래당 공동대표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모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원씨에 대한 폭로) 원글을 봤다. 할 말이 없다”며 “저런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페미니즘을 입에 올릴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허탈감을 보였다.

이어 “나도 같은 여자로서 저 정도의 수위로는 절대 거짓 폭로를 할 수 없다”며 “출마를 앞둔 사람에게 저렇게 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라는 법적으로 세게 걸리는 일인데 그럼에도 오픈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대의를 위해 그랬다는 걸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김소희 대표가 인터뷰를 마치고 나와 국회의사당역 안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소희 대표가 인터뷰를 마치고 나와 국회의사당역 안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동석한 오태양 미래당 공동대표도 “쉽게 말해서 인재(人材)가 인재(人災)가 된 것”이라며 “저희가 초기부터 기성 정당의 청년 인재영입이 가진 한계와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고 환기했다.

이어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잘못을 넘어서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이라며 “개인이 자격을 반납한다고 했는데 당 지도부 차원의 굉장히 큰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해찬 대표(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가 조치를 취하고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며 “이 대표가 자신있게 공개적으로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위를 빌려서 (인재영입 이벤트를) 했기 때문에 최고위원회 차원에서 뭘 해야지 손절만 할 일이 아니”라고 재차 주장했다.

원씨는 2005년 공익 예능방송에 출연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 꿋꿋이 이겨내는 이미지로 각인된 인물이다. 원씨의 어머니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각막을 기증받고 앞을 볼 수 있게 되자 사회에 도움되는 삶을 살아가자고 다짐했던 모자였다. 실제 원씨는 벙어리 장갑에 담긴 장애인 차별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2016년 ‘설리번’이란 단체를 설립해서 엄지 장갑으로 바꿔 부르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누구나 훈훈해하는 이런 스토리 덕에 방송 출연이 잦았고 작년 12월29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민주당의 영입인재 2호로 스카웃됐다. 원씨는 사람들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알고 있었고 특히 정치적 올바름에 부합하는 말을 대외적으로 표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원씨는 지난 6일 보도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질문을 받고 “도덕적 해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동시에 “(검찰도) 공평과 정의의 관점에서 수사를 하는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조국 수호의 서초동파와 조국 반대의 광화문파로 쪼개진 형국을 인지하고 있었고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을 정무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무엇보다 원씨는 무척 민감할 수 있는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페미니즘의 목소리가 이 사회에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살펴보면 반영률 자체는 높지 않다. 21대 국회가 반드시 해야 할 숙명이자 시대정신”이라고 확언했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 기조로 인해 20대 남성의 지지 철회 현상이 심화됐다고 자체 분석을 한 만큼 원씨가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호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페미니즘이 정치적 올바름의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과감했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여성들이 말하는 페미니즘과 원씨가 말하는 페미니즘이 다르다”며 “단순히 이런 연인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여성 인권이나 성평등과는 상관없다고 본 게 아닐까 싶다. 문제의식이나 자기성찰이 없다”고 지적했다.

원씨는 23일 갓 영입된 정치 신인임에도 총선 지역구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선수를 쳤을 정도였다. 본인의 삶과 성향이 실제 어떤지와 무관하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환호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오태양 대표는 원종건 사태에 대해 이해찬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태양 대표는 원종건 사태에 대해 이해찬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러나 전 여자친구였던 A씨가 27일 저녁 포털사이트 다음 ‘쭉빵카페’에 폭로글을 올린 것과 28일 오후 보도된 <일요신문>의 취재 내용에 따르면 원씨는 아주 파렴치한 성범죄 가해자였다. 

원씨는 △강제 성관계 △성관계 영상 촬영 요구 및 실제 촬영 △콘돔 미착용 성관계 강요 △가스라이팅(심리 조작을 통한 상대방 통제) △A씨에게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 모욕 발언 △여러 여성들에 대한 여성혐오적 발언 △이별 무기화 성폭행 △“나같은 셀럽은 어디서 못 만나” 발언 등을 일삼았다.

현재 A씨는 △해바라기센터나 여성의전화에서 상담받고 성폭력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받았고 △1년 동안 원씨의 행태를 기록해놓은 다이어리 증거 등을 갖고 있다. 

원씨는 28일 아침 국회 정론관에서 급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열고 “영입인재 자격을 스스로 당에 반납하겠다”며 “명예로운 감투는 내려놓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겠다. 홀로 진실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 대검찰청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한 만큼 형사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는 처지에 놓였다. 

민주당이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 대표는 “(원씨가) 어떻게 나올까 예의주시했는데 반나절만에 바로 기자회견을 했다는 것은 민주당이 손절했다는 뜻”이라며 “그건 잘 한 처사라고 볼 수도 있지만 왜 책임을 개인만 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인재영입을 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본인들의 사과가 같이 있어야 했다. 원종건 검색어에 이미 미투가 있었다. 아마 버텼다면 계속 추가 폭로가 나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당은 왜 원종건 사태가 예견된 일이었다고 판단하는 걸까.

김 대표는 “스토리 중심으로 개인이 그렇게 영입되는 것 자체가 뭔가 사고가 예견됐다고 볼 수 있다”며 “민주당이 집권 여당만 세 번 했음에도 선거 때마다 청년 정치인을 영입하는 것 자체가 당내 조직 안에서 청년 정치인을 키울 생각이 있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20대 총선 이후 4년을 준비해서 분명히 (당내에서 청년 정치인이) 나올 수 있었는데 나만 해도 정치를 하면서 느낀 게 정치적 훈련없이 조직없는 사람들이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은 너무 무모하고 한 마디로 나가 죽으라는 얘기”라며 “원씨에 대해 지역구 전략 공천을 준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민주당 핵심 세력의 스피커 역할로만 소비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한계가 있었음에도 감동 스토리로 포장했다”고 평론했다.  

물론 안희정 케이스도 있지만 원씨와 같이 큰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영입된 인재는 충분히 훈련되거나 검증되지 못 했기 때문에 사고가 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오 대표는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출마 후보) 자격 심사 대상자들 중에 정봉주 전 의원(2018년 성추행 시도 미투 폭로로 서울시장 후보 출마 포기)이 있다”며 “민주당 지도부가 이번 교훈을 살려야 한다. 여기서 민주당이 적어도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일관된 원칙이랄까. 국민과 피해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기준을 제시하지 못 하면 성범죄 의혹 비호 세력으로서 국민적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고언했다.

오 대표의 우려가 통했는지 민주당은 28일 정 전 의원에 대해 불출마를 권고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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