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몰아붙이기
영남파 프레임 역이용
협상력 어필
차기 지도부 구성 문제
김종인 비대위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위기의 미래통합당을 수습할 리더로 주호영 원내대표(5선)가 선택됐다. 

8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통합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 의장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가 열렸다. 상호 정견 발표 및 토론의 과정이 진행됐고 결과는 점심 시간 브레이크를 지나 14시에 발표됐다. 통합당은 구 자유한국당 때부터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러닝메이트로 선출해왔다.

주 원내대표는 이종배 의원(3선)과 짝을 이뤘고 재석 84명의 당선인 중 59표를 받았다. 경쟁자였던 권영세(4선)·조해진(3선) 후보는 25표를 받았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21대 국회 첫 통합당 원내사령탑을 맡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토론의 흐름은 주 원내대표가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권 후보가 여유롭게 관록의 유머를 구사해서 현장에서의 웃음을 많이 유발했고 그만큼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주긴 했으나 주 원내대표의 내공을 뛰어넘지는 못 했다. 

주 원내대표는 내리 5선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김종인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문제 △대여 협상력 △당의 뿌리 조직 재건 △영남당 프레임 방어 등 사안별로 효과적인 공수 화법을 구사했다.

일단 주 원내대표와 이 정책위의장은 20대 국회에 이어 이번에도 당선됐지만 상대 후보들은 낙선해서 공백기가 좀 있었다. 

권 후보(서울 용산)는 이번 총선에서 서울 비강남권 유일한 통합당 생존자라서 주 원내대표(대구 수성갑)에 가해진 영남당 프레임을 꺼낼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런데 역으로 주 원내대표가 주도권 토론을 진행하던 중에 “오늘 이 자리에서는 안 나왔지만 자꾸 내가 당선되면 영남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이런 이야기를 밖에서 누가 하는지는 모르지만 들리고 있다”며 “근데 우리 당의 책임있는 자리가 당대표,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상임위원장 등 숱하게 많은데 우리 당이 어려울 때마다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준 영남 지지층에게 매번 영남 패싱이네, 이러면 영남당 된다네. 이런 말 자체가 우리를 가두는 자해적 자학적 발언”이라고 먼저 언급했다.

이어 “당내 자그마한 선거를 하면서도 자꾸 당 전체 이미지를 그렇게 가져가는 게 맞는지 본인(권 당선인)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질문을 던졌다. 

권 당선인이 통합당의 핵심 지지층이 영남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수도권 원내대표가 최소 필요조건이라고 답하자 주 원내대표는 말을 끊고 “누구는 그런 발언이 해당 행위 아니냐. 자기를 지지하는 세력을 모욕하고 폄훼하는 정당이 어떻게 잘 되느냐. 작은 선거의 이익을 위해 저런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흥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정리했다. 

당권 지도부를 꾸리지 못 한 상황에서 펼쳐진 통합당 원내대표 선거. (사진=박효영 기자)

자기 약점을 스스로 거론하며 선수치기도 했지만 반대로는 권 후보의 약점을 잘 공략했다.

주 원내대표는 “사실 권 후보가 원내대표로 안 나갈지 알았다. 어느 자리에서는 내가 나갔으면 좋겠다고 한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고. 좀 당황스럽지만 8년 공백기가 있다”면서 “내가 헤아려보니까 4~5선(급의 중진 당선인들)만 (권 후보와) 의정 활동을 같이 했고 초선 재선 3선은 전혀 모르는 상황이더라. 너무 공백기가 긴데 첫 원내대표로 나오는 게 좀 무리가 아닌가”라고 부각했다.

이어 “조 후보도 4년 공백이 있다. 21대 국회 2~3년차에서는 어느정도 국회 상황이 익숙한데 지금 뭐 현안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이리 성급하게 결정하게 됐는지”라고 덧붙였다.

권 후보가 오히려 국회 밖에서 공부를 더 많이 했고 다양한 경륜과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고 응수하자 주 원내대표는 “권 후보께서 8년 동안 국회 밖에서 있으니까 국회가 더 잘 보이더라. 그럴 수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안에서 놓치는 걸 볼 수 있는데 수도권 민심은 수도권 밖에 있으면 잘 안 보이고 수도권 안에 있어야 보이는 건지. 한 쪽은 밖에 있어야 잘 보이고 한 쪽은 안에 있어야 잘 보이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허를 찔렀다. 

이어 “필요에 따라서 한 쪽은 내가 수도권에 사니까 수도권 민심을 더 잘 알고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고 그렇게 얘기하고. 또 국회 운영과 관련해서는 국회 밖에 있어야 더 잘 보이니까 또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한 쪽으로 논리를 몰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이쪽 유리하고 저쪽 유리하게 가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주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자신있게 해명하면서 보는 관전자들로부터 밀리는 이미지를 갖지 않게 하려고 애를 썼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사실관계와 논리에 기반해서 대여 협상력을 발휘하겠다고 역설했다. 

주 원내대표는 “180석이 갖는 의미는 명확하다. 개헌을 빼고는 모두 다 할 수 있는 그런 의석이다. 이 의석이 되지 않을 때도 과반이 되지 않는 여당이 밀어붙일 때는 대단했다”며 “권 후보는 당의 사무총장직을 두 번 역임하면서 주로 우리 당의 조직관리 경험이 많지만 나는 원내대변인,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 원내대표(바른정당)를 하면서 주로 상대당과의 협상에만 내 시간을 많이 쏟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세월호 협상은 100여차례 이상 미팅이 있었고 세월호 진상조사, 배상법 등 저쪽 파트너가 세 번 바뀌면서 저들이 해냈던 것이고 공무원연금법 협상도 OECD 국가에서 공무원 파업없이 이룩한 유일한 협상”이라며 “협상의 힘은 철저한 팩트와 논리 이걸 준비해서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주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권 후보와 조 후보가 보수우파의 실질적인 정책 시그니처와 컨텐츠로 승부를 봐야지 단순히 협상 기술에만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방향을 어필했고 동시에 그게 국민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자 주 원내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쪽에서 숫자로 밀고 들어오면 막을 방법이 없다. 마지막 우리 보루는 국민 여론의 힘”이라며 “우리가 대안을 철저히 사실관계와 논리에 근거해서 준비를 하고 그 다음에 그것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우리의 대안이 맞다는 걸로 협상력을 이끌어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대응했다. 

한국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이번 총선 못지 않게 참패했다. 기초의원부터 광역단체장까지 낙선자들이 너무 많아서 기본적인 뿌리 조직이 흔들렸다. 어찌보면 평소에 조직 관리가 잘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실패했을 수도 있다. 주 원내대표는 직능단체에 초점을 맞춰 그 대목을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선거에 참패한 이유는 기본을 안 지켜서 그렇다. 지금 여기 전국단위 직능단체 행사에 가보면 우리 당 의원들 오시는 분들이 없다. 저쪽은 여럿이 가 있다. 평소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정책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당 차원에서 우리가 표가 있다고 생각되는 지역별, 세대별, 성별, 직능별 평소에 조직이 다 갖춰져야 하는데 우리는 선거 때만 찾아간다”며 “하다 못 해 1년에 한 두번씩이라도 간담회를 열고 도와달라고 해야 하는데 우리가 그런 지점에서 일종의 직능단체나 이런 데를 보면 일종의 먹튀적 성격이 있다”고 자성했다.

이어 “선거 때만 도와달라고 하고 끝나면 찾지도 않고. 나는 승리하는 방법은 조직이 갖춰야 될 기본을 다 갖춰야 된다고 본다. 내가 의원 된지 16년째인데 당원 교육 한 번 받아본 적이 없다. 우리는 우리 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신문과 방송 보고 알지 우리 스스로 보수의 가치가 왜 중요하고 상대당의 가치보다 우월한지 논쟁하고 따질 수가 없다”며 “이런 것 하나 하나 빈 곳이 없도록 다 챙겨야 된다. 정책도 거기서 맞춤형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조직 재건과 정책 역량을 연결지은 건데 주 원내대표는 “정책을 우리 머리로만 생각한다. 나도 여의도연구소장(현 여의도연구원)을 거쳤지만 빨리 바꿔야 된다. 지금 빅데이터도 있고 민심을 측정하는 과학적인 장치들이 있는데 거기에 따라 맞게 대응해야 하는데. 그것이 그냥 우리 생각 이러니까 당신들 따라오시오. 이런 식으로 당을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후보자 토론회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통합당의 총선 참패 이유에 대해서는 정당성과 명분없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반대만 해왔던 ‘발목잡기’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 삭발, 단식, 보이콧, 장외투쟁, 농성 등 방식의 극단화만 부각됐지 내용적인 설득 포인트가 부재했다. 그런 의미에서 주 원내대표가 밀고 있는 사실과 근거에 기반한 대여 협상의 기술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단 통합당은 당 지도부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대여 대응 방향을 잘못 잡아서 총선에서 졌지만 그 결과 당 지도부가 퇴장한 상황이라 시급히 수습해야 한다. 근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공천 과정에 개입하지 않은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느냐 조기 전당대회로 가느냐 아니면 또 다른 관리형 비대위원장을 물색하느냐. 이런 중대한 결정을 놓고 또 다시 국민 보기에 볼썽사나운 계파 싸움이 이뤄지는 것처럼 언론 지면상에 도배됐다. 

주 원내대표는 “당의 차기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서 8월 이전의 조기 전대냐 비대위냐. 이런 선택이 주어졌을 때 나는 조기 전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며 “바로 전대에 들어가면 여러분들 겪어보셔서 알겠지만 교과서에는 전대가 생각의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로 되는 과정이라고 돼 있지만 당의 실제 전대 과정은 분열적 요소가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조기 전대에 비판적인 이유가 참패 직후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부각되는 것을 막자는 것인데 나아가 주 원내대표는 “개원 협상이 언제 돼서 언제 국회가 개원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민주당과 국회에 집중해야 될 과정에 8월 목표로 전대를 한다면 21대 국회 전반기를 허비하는 그런 결과가 되기 때문에 조기 전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주 원내대표는 김종인 비대위로 가자는 입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비대위라면 관리형 비대위냐 혁신형 비대위냐인데. 관리형 비대위는 전대를 관리하기 위한 것인데 조기 전대가 바람직하지 않다면 또 9월에는 정기국회에 들어가기 때문에 어느정도 기간을 가지고 가는 것이 맞다”며 “그런데 공천없는 기간에 비대위원장을 맡으려는 분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 차선으로 김종인 비대위면 괜찮겠다고 그렇게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이 좀 달라졌다.

주 원내대표는 “저희들 나름대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당헌당규가 개정되지 않은 상태(당헌 부칙에 2020년 8월31일 내에 새로운 지도부 선출하도록 명시)에서 이뤄지다 보니까 8월 이전에 비대위가 끝난다고 하니까. (김 전 위원장이) 못 받겠다고 해서 홀딩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심재철 전 통합당 당대표 권한대행을 비롯 ‘김종인 비대위파’는 사실 초기와 달리 좀 분화됐다. 

김 전 위원장이 4월22일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임기 무기한 보장(2022년 대선 1년 전인 2021년 상반기까지) △전권 보장 등을 요구했고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를 대권 주자로서 폄하했는데 그때부터 비박계(박근혜 전 대통령) 의원들의 상당수가 돌아섰다. 

주 원내대표는 탄핵 국면 때 구 새누리당을 탈당해서 2017년 바른정당 지도부에까지 갔다가 복당했던 비박계 중의 비박계이자 명확한 김종인 비대위파다. 반면 홍 전 대표의 경우는 김종인 비대위파였다가 돌아섰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김 전 위원장의 무리한 요구가 부각될 때도 그것에 비판적이기 보다는 김종인 비대위가 무산됐던 당내 역학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 상태를 어떻게 풀 것이냐. 양자 협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선자 총회에서 어떻게 할지 의사결정을 하고 저쪽이 받을 수 있을 것인지를 결정하되 내가 이번 선거 과정에서 파악한 분들은 꼭 숫자로 헤아려 보지는 않았지만 기간을 조금 주고 비대위로 가자는 의견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찬회나 의원총회 과정에서 이 상태를 놓고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조속히 지도부 형태를 마감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미 김종인 비대위는 통합당 전국위원회에서 승인됐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이 조건 불충분으로 거절했다. 주 원내대표는 분명 임기를 좀 보장해서 김종인 비대위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좀 더 다수인 것 같다면서 자기 입장을 피력했다. 그렇다면 그것은 당내 역학관계로 인해 당헌 부칙 개정(비대위 임기 보장)이 부결됐던 상임 전국위원회를 다시 열자는 의미다. 다만 당선인 총회를 통해 컨센서스를 이뤄낸 뒤 그렇게 하자는 전제조건이 붙었다. 

주 원내대표는 당대표 권한대행까지 겸직하게 되어 차기 지도부 결정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홍 전 대표를 비롯 차기 당권 및 대권 주자들이 주 원내대표의 입장 표명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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