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자 ‘문모닝이 친문으로’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자 ‘문모닝이 친문으로’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7.03 2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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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박지원의 악연
북한 전문가 박지원 
이인영 통일부장관 내정
서훈 국가안보실장
정의용·임종석 외교안보특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17년 5월 대선 전만 하더라도 박지원 전 의원(4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아침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을 비판했다. 악연의 역사는 길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3일 오후 박 전 의원을 차기 국가정보원장으로 지명했다.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자는 故 김대중 대통령의 곁에서 비서실장으로 재임한 바 있고 대북 유화 정책의 시초였던 햇볕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다. 故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때부터 여러 차례 북한에 방문한 적이 있고 그만큼 언론에서도 박 내정자를 대북 정보통으로 인정했다.

박 내정자는 19대 국회에서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바 있고 정보위원회 소속으로 대북 정보를 취급한 적도 많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박 내정자에 대해 “국정원이 국가안전보장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는 한편 국정원 개혁을 지속해서 추진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박 내정자는 30년 정치 경력에 여야를 막론하고 친분이 두텁고 여의도 ‘정치 9단’이란 닉네임이 말해주듯 인사청문회 통과가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원 전 의원이 국정원장으로 내정됐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박 내정자를 발탁한 게 의외인 것은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박 내정자는 정치 후배인 문 대통령과 2003년부터 악연 관계였다. 당시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권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2000년 남북 정상회담 관련 대북송금 특검 논란이 있었을 때 박 내정자에 대한 수사를 막지 못 했다. 故 노무현 대통령은 어차피 한나라당의 문제제기로 검찰 수사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을 했고 대북송금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김대중 정권의 실세였던 박 내정자는 정상회담 전후로 북한에 자주 방문했다. 특검 수사 결과 박 내정자는 SK로부터 7000만원, 금호로부터 3000만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알선수재죄·직권남용·외국환거래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징역 3년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박 내정자는 녹내장으로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데 옥살이 중 오른쪽 눈도 잃을 뻔 했고 그런 점이 참작되어 2007년 2월 사면(수감생활 1년5개월 만에)을 받아 출소했다.

새정치민주연합 2기 당대표 선거가 있었던 2015년 연초 둘은 치열하게 경쟁했다. 정치적으로 노련한 박 내정자는 경쟁 후보인 문 대통령에 대해 네거티브를 펼쳤고 ‘영남 친노 패권주의’로 몰아갔다. 박 내정자는 문 대통령에 패한 뒤 2016년 1월 비주류 비문 세력들과 함께 탈당했고 곧바로 안철수 대표와 함께 구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된 뒤 조기 대선 정국에서도 두 사람의 기상도는 매우 흐렸다. 박 내정자는 당시 국민의당의 당대표이자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아침 회의 때마다 문 대통령을 거론하며 공격했다. 이때 ‘문모닝’이란 별명이 탄생했다.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승리한 뒤 박 의원은 태세 전환에 들어갔다. 문재인주의자로 불리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진행하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2017년 10월부터 고정 패널로 출연했고 주로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에 도움이 되는 발언을 많이 했다. 방송에서 박 내정자는 ‘평양대사관’을 맡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고 실제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특사단에 포함되어 북한에 다녀왔다.

(사진=연합뉴스)
박지원 내정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악연이 깊지만 2017년 대선 이후 사이가 좋아졌다. (사진=연합뉴스)

결정적으로 2019년 8월부터 시작된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 당시 박 내정자는 소속된 민주평화당 지도부의 입장과는 결을 달리해 조 전 장관을 옹호했다. 이때부터 문 대통령과의 화해 무드가 완벽하게 조성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박 내정자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위원장) 등과 함께 남북관계 대표 전문가로 공인되어 문 대통령이 가끔 불러 자문을 구하는 대상에 포함됐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서 남북관계가 급경색됐을 때 박 내정자는 6월17일 북한 전문 원로들과 함께 청와대로 초청받아 문 대통령에게 어드바이스를 줬다.

한편, 지난달 17일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이 대북관계 악화에 책임지고 자진 사퇴한 뒤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쇄신 바람이 일고 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이날 박 내정자 외에도 △통일부장관에 이인영 민주당 의원(4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서훈 현 국정원장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에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명했다. 

이에 대해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새로 지명된 인사들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안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면서도 “남북관계 악화의 과정에서 책임있는 위치에 있었던 서훈 국정원장이 국가안보실장으로, 정의용 안보실장이 외교안보특보로 이동하는 것이 최선의 인사였는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의당이 남북관계가 위기로 가는 과정에서 외교안보라인의 전면적 교체를 주장했던 이유는 그간 북미관계만 바라봤던 소극적 외교 노선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한반도 평화전략으로 노선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실제 정책을 이끌어온 인사들이 자리를 옮겨 이동한 이번 인사가 이전 소극적 외교 노선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을지 평가가 필요한 지점”이라고 환기했다.

특히 김 대변인은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에 종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북관계를 먼저 개선시킴으로써 북미관계가 전향적으로 나아가는 견인차의 역할을 해야 한다. 북미관계의 중재자 역할은 이제 탈피해야 한다”며 “정의당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새 통일외교안보 책임자들이 이러한 한계를 넘는 의지와 비전이 있는지 철저히 확인하고 검증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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