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별이면 안 되는 이유
취약계층 여성들
기본소득연석회의
선별의 대상으로 여성이 포함될 수 있나?
당원 연수
주거안정대책본부와 의제 조직
온라인 전당대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코로나 시국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보편 지급할지 선별 지급할지 그 자체로 논쟁적이었다. 결국 당정청이 선별론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지원 여성의당 공동대표는 지난 3일 17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1차 재난지원금 당시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위치가 충분히 고려되지 못 했다는 문제의식을 굉장히 강하게 갖고 있다”며 “가구별로 지급되었는데 아무래도 가족의 형태를 꾸리고 있는 세대주의 대다수가 남성이다. 그래서 여성이 충분히 지급받지 못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표적으로 별거, 가정폭력으로 인한 쉼터 피신, 법적 혼인 상태가 아니지만 사실혼 등이 있다”며 “특히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장 심각한데 이미 코로나 때문에 외부활동이 제한된 상태에서 가정폭력은 집 안에서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지원 공동대표의 모습. (사진=여성의당)

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해 이의신청을 하기도 부담스럽다. 

이 대표는 “(가정폭력을 일삼는) 세대주 남성에게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 여성이 전혀 받을 수가 없기도 하고 전체 세대주 중 남성 비율이 80% 정도 되는데 여성이 폭력으로 분리해서 살게 되면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신변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가정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와 공간적 분리를 위해 쉼터 같은 곳에 입소해 있는데 그게 노출되면 다른 피해자들도 위험해진다. 그런 신변 노출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곤궁한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아니라도 번거로울 수 있다. 평범한 여성들이 아버지가 세대주인 집에서 함께 살고 있을 경우 부친에게 별도로 나눠달라고 요청을 해야 하고 안 줬을 때 대응할 방법이 없다.

여성의당은 기본소득당의 제안으로 녹색당과 함께 기본소득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본소득당·녹색당·시대전환·여성의당·미래당이 지난 7월 기본소득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해 비공개) 티타임을 가졌고 그 이후 저희가 (연석회의 출범을 공식화한) 기자회견도 한 번 했고 당 간부들이 모여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워크숍을 진행했다. 또 1차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들이 있었는지 각 정당들이 브리핑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본소득연석회의 출범 기자회견. (사진=기본소득당)

여성의당은 요즘 고민하고 있는 화두가 하나 있다. 

이 대표는 “여성이 선별 지급의 범주로 이해될 수 있는지에 대해 당 차원에서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 실제 캐나다에서 여성 소상공인들이 굉장히 큰 타격을 받고 있는데 이들에게 따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해고 대상으로 여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래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선별 복지가 가능할지에 대해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동,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질병 환자 등 평시에 명백한 취약계층 대상들이 있고 코로나 시국에서는 600만 자영업자, 고용 약자층 등이 있다. 이처럼 여성이 이런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을까. 이 대표는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겪는 불평등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설파했다.

이 대표는 “한부모 가정의 대다수가 부자가 아닌 모자 가구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위기로 국가에서는 유급휴가를 쓸 수 있도록 확장을 하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한부모 가정은 저소득층인 경우가 많다”며 “유급휴가를 쓰면 직장에서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단순히 20~30대 청년들이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만 많이 부각돼 있는데 이미 진입해 있는 30~50대 여성들도 특히 코로나 위기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이 직면할 돌봄 문제도 그렇지만 청소·식당 노동자들이 이번에 대거 해고됐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코로나로 인한 여성 노동자들의 위기는 이미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 대표는 8월달 여성의당 활동 키워드로 △당내 성비위 감사기구 설치 △당원 연수 △주거안정대책본부 출범 △9월5일 온라인 전당대회 개최 등 4가지를 꼽았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범죄 사건 이후 여성의당은 조직내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그 결과 감사기구가 설치됐다.

이 대표는 “당내 성비위 감사기구가 여러 문제를 다 아우르는 기구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가장 기본적으로 조직 내 권력형 성폭력 문제에 대해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지도부 차원에서 성비위 문제에 대해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다른 정당들에 비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성비위 기구라는 게 기존 정당에서는 형식적으로 있었던 지점들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이 감사기구 담당자로 지정되는 제도적인 수준에만 머물렀는데 좀 더 물리적으로 역할을 하려면 조직에서 성평등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중요한 권한을 가진 상태에서 그 기구를 작동시켜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여성의당의 감사기구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중하게 고민했던 지점이 피해자 보호와 재발방지였기 때문에 최대한 당내 권력과 독립적으로 발족을 시켰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성범죄 대응 매뉴얼이 잘 돼 있다고 알려졌는데 조직의 수장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아무 대책이 없었다. 국가인권위원회처럼 고도의 독립성이 보장된 조직 내 감사기구가 있었다면 이런 비극적인 결과를 막을 수도 있었다. 

이 대표는 “여성의당에는 당기위원회가 있다. 당내 성비위 감사기구는 권력형 성폭력에 대응하겠다는 목적에 맞게 당기위원회와도 어느정도 독립성을 갖고 있는 기구로 위치시키려고 한다”며 “사건 접수 과정에서부터 당내 성비위 감사기구가 1차적으로 대응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월간 여성의당 인터뷰들을 보면 여성의당은 무엇보다 당내 교육 기능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대표는 “8월7일부터 8일까지 선관위와 협력해서 (당원 연수를) 진행했다. 1박2일간 굉장히 빡빡한 일정이었는데 한국여성정치사, 선거법, 정치 미디어 리터러시, 여성정치리더십, 여성정책 현황, 여성의당 내부 과제 토론 등을 알차게 잘 치러냈다”며 “당원들은 이번 연수를 통해 정치라는 것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좋은 가이드를 얻게 됐다고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참여 당원들이 △정치 관계법(공직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에 대해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됐고 △언론의 정치 보도 프레이밍 방식에 대해 알게 되어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고 △한국 제헌 국회에서 전원이 남성이었다는 씁쓸한 현실과 더불어 그 전에 1947년 미군정이 통치권을 이양하기 위해 설립했던 과도입법의원단에 여성 의원 4명이 큰 역할(여성할당제+공창제 폐지)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진심 당 전략기획실장이 맡은 선거 전략 특강에서는 부산광역시를 사례로 각 지역구별 소속 의원들 현황과 여성의당의 향후 선거 대비 방법론에 대해 탐구할 수 있었다. 

여성의당에는 10대위원회, 장애여성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간호직군), 레즈비언인권위원회 등 다양한 의제 조직들이 있다. 특히 이 대표는 여성 주거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직속으로 주거안정대책본부를 출범시켰다.

이 대표는 “지금 내 직속으로 설치돼 있는 의제 기구가 디지털성범죄대책본부와 주거안정대책본부 2가지인데 내년이나 올 상반기에 고용안정대책본부도 함께 출범될 예정”이라며 “(주거안정대책본부의) 인원은 구성되고 있는 중이고 당내에 주거 관련 전문가들을 모시고 있다. 부동산, 건축, 행정,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줄 분들을 모시고 있다. 주거 문제 당사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 그래도 올해 기점으로 1인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30%를 초과했는데 실제 당원들 중에도 1인가구가 많아서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 정책적으로 고민해보는 자리를 많이 가져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8월초 출범한 여성의당 2기 지도부. 왼쪽부터 김진아·장지유·이지원 공동대표의 모습. (사진=여성의당)

지난 8월2일 여성의당 2기 지도부가 온라인 투표로 선출됐다. 그리고 약 한 달 후(9월5일) 별도의 온라인 전당대회가 개최됐다. 

이 대표는 “기성 정당들은 당일에 당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는 식의 전당대회를 하곤 하는데 아무래도 올해는 코로나 상황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 하기는 어렵겠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한 달 전에 당대표와 시도당 대표들을 온라인으로 선출했고 당헌 개정도 사전에 투표를 통해 의결 절차를 밟았다. 그래서 전당대회에서는 새롭게 선출된 시도당 대표들, 당대표단이 출범하고 당헌 개정안에 대한 투표 결과를 전당대회 의장이 발표를 할 것이고 1기 지도부의 퇴임사와 새로운 지도부의 취임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풀어냈다.

이어 “총선 직후부터 전당대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서 관련 당규를 마무리짓고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발족해서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며 “(2기 지도부의 임기가 2년인데) 앞으로 어떻게 당을 이끌게 될지 당원들에게 발표를 할 것인데 그것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이틀 뒤 온라인 전당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영상 축사를 보내준 인사만 9명(김상희 국회부의장/심상정 정의당 대표/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홍석빈 시대전환 비대위원장/김소희 미래당 공동대표/성미선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수봉 민생당 비대위원장/손봉숙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장도송 전 조흥은행 연수원장)이었다. 

2기 지도부는 아래와 같이 6가지 비전을 발표했다. 

①4대 가치(여성 정치 세력화/여성주의 입법 활동/남성 지배 정치문화 혁신/여성의 신체적·경제적·주거적 자립) 
②슬로건(여성! 정치의 중심) 
③조직 확대(12개 광역시도당 창당 목표) 
④재정 확보(보궐선거-지방선거-대선 등을 대비하기 위해 5개 시도당 권리당원 50% 증가 목표/권리당원 당비 증액 캠페인 진행/후원회 통한 재정 확대) 
⑤정치 교육(여성 정치인 발굴 위한 정치 교육 프로그램 진행/의회 학교/정치 학교/여성인재 DB 구축) 
⑥조직 전략(당원 모임과 직능 모임 등을 통한 자발적 조직화 모색/사업위원회 시도당 추가 창당을 통한 단위별 조직화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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