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워 게임’ 중단 ·· 넘어야 할 한국적 이데올로기
트럼프의 ‘워 게임’ 중단 ·· 넘어야 할 한국적 이데올로기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6.13 1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한미 군사훈련 발언, 대규모 워 게임만 중단하는 것, 썰전에서 다 보여준 한국의 이데올로기 문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역시 가장 뜨거운 것은 한미 동맹을 토대로 이어져 온 군사훈련과 주한미군의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싱가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전세계 기자들을 상대로 관련 발언을 했다. 한국에서는 그야말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나 다름 없었다. 절대적으로 여겨져 온 한미동맹이고 합동 군사훈련과 주한미군은 거의 성역화된 담론이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워딩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러 이야기를 했다. (사진=백악관)

“우리는 미래에 협상이 뜻대로 잘 진행되지 않으면 모를까, 일단 워 게임(War game 한미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이다. 그건 엄청난 비용을 절감시킬 것이다. 우리의 비용 부담이 크다. (한반도에서) 훈련을 할 때 괌에서 6시간 넘게 걸려 폭격기가 오고 훈련이 끝나면 괌으로 다시 돌아간다. 내가 말한 내용은 어쩌면 도발적인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서는 비용 문제가 있다. 주한미군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미래에는 (주한 미군을 감축)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리가 앞으로 협상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만약 이 문제와 관련해서 자금(주둔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VOA(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도 “많은 돈이 소모되는 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이다. 군사훈련은 매우 도발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북한) 매우 만족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선의를 갖고 협상을 하는 한 군사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VOA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캡처사진=VOA)

미국 국방부는 사전에 논의된 이야기라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2일 백악관 관계자 A씨를 인용해 “한미 간 통상적인 훈련은 계속하되 대규모 연합훈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은 관련해서 트위터에 “워 게임이 아닌 통상적인 준비태세 훈련과 교대 훈련이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마이크 펜스 부통령으로부터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A씨는 “(펜스 부통령이) 병력의 준비태세와 관련해서 질문을 받은 뒤 합의의 한도를 추정해 한 해에 두 차례씩 하는 워 게임은 그만둘 것이고 통상적인 준비태세 훈련을 계속될 것”이라며 “작은 차이로 보일 수 있지만 상당히 중대한 문제이고 여기서 혼선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미는 주한미군을 주축으로 일상적 군사 공조를 하고 있고 매년 ‘폴이글·맥스선더·UFG(을지프리덤가디언)’ 등 대규모 합동훈련을 하고 있는데 WSJ는 이런 대규모 훈련을 워 게임이라고 봤고 트럼프 대통령의 중단 대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명식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는 두 정상. (사진=백악관)

미국 내 전문가들의 해석도 제각각이었다. 

13일 VOA 보도에 따르면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한미 연구소)은 “실제 한미 군사훈련을 멈춘다면 미군의 전쟁 억제력을 떨어뜨려 국가 안보를 훼손하게 된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끊으려는 북한의 오랜 바람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헤리티지재단)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의 쌍중단 제안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며 “미국은 쌍중단이 동맹 간의 전쟁 억제와 방어 능력을 약화시키는 만큼 언제나 이를 거부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훈련을 워 게임이나 도발 행위로 규정한 것도 문제가 있다. 그것은 북한이 사용해온 용어이고 미국은 그런 표현을 받아들이지 않아 왔다”고 꼬집었다.

쌍중단은 중국이 주장한 것으로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활동과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디트라니 전 차석 대표(6자회담)는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신뢰 구축 조치의 일환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며 “협상이 긍정적 방향으로 진행되는 한 연합 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그렇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면 훈련을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만큼 우려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난 5일 미 육군의 해외 기지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1948년 9월9일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건국되고 6.25 전쟁이 발생한 뒤, 미국과 북한은 적대국 관계였고 70년간 유지됐다. 이런 상태에서 북미 정상이 만났다는 것 자체가 바로 새로운 한반도 체제를 고민하도록 만들게 된다. 

지난 7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와 박형준 동아대 교수(대학원 사회학과)의 뜨거운 논쟁은 이 지점에서 오는 한국인의 멘탈리티와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유의미한 논점이 많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살펴보면. 

유시민 작가: 군사훈련 이런 건 다 부차적인 것이다. 만약 종전선언을 하고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을 새로이 체결한다면 그러면 그 과정에서 북한과 한국의 전면전을 전제로 한 그 군사훈련은 못 하는 것이다. 할 필요가 없다. 뭐 하러 군사훈련을 하는가. 전면전을 대비한? 이런 것들은 부수적인 문제다. 지금 일부 여론에서 군사훈련을 안 하면 무슨 북한에 대해서 크게 뭘 주는 것처럼 말하는데 아무 것도 주는 게 없다. 북한에 대해서 미국이 군사적 안전보장을 해주는데 따르는 조처들이 있어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를 다 폐기하는데 군사훈련 한미 합동훈련을 그대로 하면 북한이 바보인가.

박형준 교수: 그 과정에서 혹시라도 우려하는 것은 우리의 주한미군 지위나 안보 이익이 흔들리고 실질적으로 한국만 (독박 경제 지원을 하다가) 봉이 되는 상황이다. 종전선언을 했다고 해서 한미 군사훈련을 전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얘기다. 한미 군사훈련을 북한에 대한 전면전에 대비한 걸로만 규정하면 안 된다.

유시민 작가: 대규모로 한반도에서 펼쳐지는 한미 합동훈련이, 폭격기 오고 항공모함 오는 이게 일상적인 건가. 북한 급변 사태시 미군 배치 계획부터 시작해서 그거 다 들어있는 훈련이지 않은가.   

박형준 교수: 종전선언이 정치적으로 상징적인 사건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게 무슨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부부 간에도 우리 이제 부부 싸움 하지 말자고 했다가 언제든지 서로 감정이 상하면 다시 부부 싸움하면 그뿐이다. 그걸 대가로 모든 훈련을 중지해야 된다는 것은 굉장히 너무 나간 얘기다.

유시민 작가: 한미 간의 합동훈련이 필요하다. 일상적으로. 그런데 지금 북한 쪽에서 아무 근거없이 특정 훈련을 문제삼는 게 아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7년 8월 열린 한미 해군 연합 활주로 피해복구 야외실제훈련(FTX).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형준 교수: 종전선언을 했다고 해서 핵무기를 지금 포기한 게 아니다. 핵무기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뭐가 나올지는 우리가 지켜봐야 되는데 예를 들어서 정말 미국이 요구한대로 자기가 지금 만들어놓은 핵무기를 선적해서 보냈다. 그러면 그때 거기에 상응하는 우리의 훈련을 조정한다든지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걸 전제로 해서 얘기하면 안 된다. 

유시민 작가: 평화협정 체제로 간다는 것은 남북미가 거기에 맞게 다 조정한다는 뜻이다. 거기에는 당연히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에 특정한 훈련 그 다음에 미국의 장비 중에 특정한 장비 그리고 주한미군의 역할과 주둔 규모 등에 대한 논의가 포함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주한미군은 노 터치다. 다 있어야 된다. 이건 아닌 것이다. 조정할 수 있다. 북한도 조정해야 하고.

박형준 교수: 북한 입장에서 요구할 수 있는 문제지만 그걸 들어주는 것을 합리적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안 된다. 조정을 해야한다. 

유시민 작가: 북한 요구를 다 들어주라는 게 아니고 북한은 당연히 그런 요구를 해야한다. 내가 핵무기랑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다 폐기하는데 한미는 그냥 하던 걸 다 한다. 그럼 말이 안 된다.

박형준 교수: 이 문제를 접근하는데 남남 갈등으로 안 가려면 우리 내부를 설득하는 힘이 필요하다. 비핵화 과정이 확실하게 진전이 안 된 상태에서 한미동맹이 약화되거나 주한미군의 지위가 흔들리거나 이렇게 돼서 안보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상존하는 것인데. 그런 우려가 의미있는 바가 있는데 없는 걸로 만들면 안 된다. 

유시민 작가: 그러니까 없는 걸로 만들자는 게 아니라 그 우려에 사로잡히지 말자는 것이다. 원래 한미동맹은 북한을 겨냥해서 만든 것이다. 6.25 전쟁 끝나고 나서 북한이 또 쳐들어올까봐 한미동맹 만든 것 아닌가. 

박형준 교수: 그러니까 북한의 본질이 변했다는 것을 우리가 확실하게 확인하기 전까지 Wishful thinking에 젖어서 너무 주려고 하는 태도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유시민 작가: 그런 뜻이 아니고. 그러면 만약 평화협정이 성립되고 북미 수교가 됐다. 그럼 주한미군은 무엇인가. 한미동맹은 무엇인가. 한미동맹이 처음 출범할 때는 북한 침략에 대비하기 위한 우산을 미국이 제공해주는 동맹으로 출발했다 하더라도 북한과의 관계가 달라지면 한미동맹의 기능과 성격도 바뀌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바뀔지 그 논의를 하면 된다. 지금은 주한미군 말만 꺼내면 이념적으로 공격하고 한미동맹의 성격 조정 얘기를 꺼내려고 하면 약화시킨다 그러고. 그 추상적인 안보 이익을 들이대서 논의를 못 하게 한다. 지금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 토론하면 되는데 그 토론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남남 갈등이라고 표현하고 이게 북한 때문에 일어났다고 하는 것. 이 낡은 사고방식과 결별해야 한다.

박형준 교수: 낡은 사고방식으로 몰아붙이면 안 된다. 내가 지금 이걸 사기극이라고 말하지 않지 않는가. 현실적으로 북한의 본질이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본질이 변화했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 했다. 아무리 정부가 북과 접촉해본 결과 변했다고 하지만 변화를 확인하기까지는 어음이 아니라 현찰이 필요하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전부 한쪽으로 몰아붙여서 과거에 낡은 사고방식에 빠진 사람으로 하는 것 그거 자체가 낡은 사고방식이다.

2017년 8월31일 한미연합훈련 UFG 연습이 종료된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주한미군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7년 8월31일 한미연합훈련 UFG 연습이 종료된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주한미군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유시민 작가: 누가 그걸(한미동맹) 다 없애자고 그랬는가. 지금 한반도의 기본 정세가 변화해가는 와중에 있기 때문에 어떤 시나리오A 시나리오B가 예측되지 않나. 그러면 우리가 현재까지 70년 동안 가지고 왔던 것들의 성격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 논의를 시작하려고 하면 남남 갈등이라고 표현한다. 그냥 자유 사회에서 이견이 있는 것 뿐이다. 

박형준 교수: 내가 강조하는 것은 이런 과도기일수록 우리 입장은 대단히 현실주의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하에서 사회적 합의를 얻어가면서 이런 문제를 추진해야 훨씬 더 집중력도 생기고 그런 입장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시민 작가: 전적으로 동의한다.

유 작가와 박 교수가 말미에 합의했듯이 결국 북한과 그로인한 이데올로기적 한미 관계를 상정해놓고 판단할 필요가 없다. 그런 차원에서 벗어나 상호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편, 한반도에 주둔한 약 2만8500명의 미군은 수 천명의 한미 군인이 동참하는 워 게임을 위해 존재하는 측면이 있다. 여기엔 항공기와 항공모함도 동원된다. 통상적인 훈련은 지속된다고 펜스 부통령이 선을 그었지만 미국의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소규모 합동훈련에도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밝힌 상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