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복입은 정치인’ ·· 국민을 “이기적인 존재”로 규정 
‘법복입은 정치인’ ·· 국민을 “이기적인 존재”로 규정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8.01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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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위해 국민을 이기적 존재로 폄하, 법사위 국회의원과 언론에 대응 전략, 목적을 위해서 위안부 할머니 소송까지 대응, 일부는 비공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BH(청와대)가 원하는 특정 유형 사건을 필수적 대법원 심판 사건으로 추가 가능.”

2015년 7월3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독대하기 하루 전날 작성된 “정부 운영 관련 중요 사건은 대법원에서 처리”라는 문건의 한 대목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정부 입맛에 맞도록 재판을 거래하려고 했는데 그 정황들이 매우 많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31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양 전 대법원장 행정처가 작성한 추가 문건 196개를 공개했다. 특별조사단의 보고서에 거론된 410개 파일 중 일부를 내부 인트라넷과 언론을 통해 공개한 것이다.

만약 상고법원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당시 행정처가 판단했을 때 BH가 원하는 특정 유형의 사건(공직선거법 위반·국가보안법 위반·1심 형사합의 전체·중앙행정기관 또는 그 장이 피고인)은 대법원이 직접 심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즉 “정부가 사건 분류 단계에서 특정 사건을 대법원 심판사건으로 정해달라는 공식적 의견 개진이 가능”하고 “정부 의견은 대부분 수용·반영될 것”이라는 점이다. 양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상고법원만 설치되면 박근혜 정부 입맛에 따라 주요 사건을 처리해주겠다는 취지다.

그 자체로 ‘재판 거래’를 통한 이익 집단의 로비를 성공시키겠다는 문건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대한민국 헌정 체제의 한 축인 대법원에서 작성한 문건이다.

추가 문건의 주요 내용은 “상고법원은 대법원장의 최대 역점 사업이고 도입에 실패하면 리더십에 위기를 맞게 된다”는 방향 아래 쉽지 않은 여건에 대해 “외부와의 전쟁”이라고 규정해 이를 돌파하기 위한 대 로비 전략(정부·국회·언론)을 담은 것이다. 당시 행정처는 최우선으로 청와대를 설득해 새누리당과 법무부의 찬성을 이끌어내려고 했다.

이를 위해 행정처 심의관이 친박 중의 친박 이정현 의원(그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관두고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고 2016년 8월~12월 새누리당 대표 역임)을 만나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사법한류 추진 방안”을 소개하고 대 청와대 로비의 청사진을 구상했다.

국민을 이기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오직 자기 이익을 위한 대상으로만 본 양승태 대법원. (캡처사진=jtbc)
국민을 이기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오직 자기 이익을 위한 대상으로만 본 양승태 대법원.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사법부이고 이건 헌법정신이다. (캡처사진=jtbc)

2014년 8월에 작성된 문건을 보면 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에 대한 국민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자체 판단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은 대법관이 높은 보수와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는 만큼 그 정도 업무는 과한 것이 아니며 특히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들”이기 때문에 거부감을 갖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이기적인 국민들 입장에서 상고법원이 생겼을 경우 어떤 장점이 있는지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일반 국민은 전문 지식이 부족해 논리보다 감정적 이해를 선호한다”고도 묘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차원에서 상고법원 도입을 주장했는데 속으로는 이런 인식을 갖고 있었던 만큼 철저히 이중적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입법 사항인 상고법원 법률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1·2차적 심사권을 갖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관리하는 문제는 행정처 입장에서 매우 중요했다. 행정처는 법사위원 별로 성향을 정리하고 접촉 방식과 전략을 짜놨다.

국회의원별 관리를 했던 행정처. (사진=서기호 전 의원의 페이스북)

예컨대 상고법원에 회의적인 전해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하기 위해 재판을 받고 있는 전병헌 전 의원(민주당)을 활용하려 했고, 검사 출신인 김진태 의원(자유한국당)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정갑윤 의원(한국당)을 이용하려고 했다. 국회 내 반대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판사 출신 서기호 전 의원(정의당)을 고립시키려고 시도한 정황도 담겨있다. 의원별 지역구 현안(대구법원 청사 이전·강원 디자인센터 유치·지하철 안산선 조기 착공)으로 로비하려고 했고 반대 의원들 지역구에 상고법원 지부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문건에 따르면 전 전 의원이 본인의 재판 관련 민원성으로 법원에 연락을 취했고 이 점을 이용해 전 전 의원과 친한 전 의원을 설득하도록 유도하려고 했다. 서 전 의원은 판사 시절 재임용 심사에 떨어져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중이었는데 행정처는 2015년 7월2일 급 변론을 종결해 압박하려고 했다. 실제 이는 그대로 현실이 됐다. 

법사위를 공략하려고 공을 많이 들였던 행정처. (사진=서기호 전 의원의 페이스북)

서 전 의원은 바로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에 추가 심의할 것이 더 있었는데 변론이 종결되고 패소로까지 이어져서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이어 “임종헌 전 행정처 기조실장이 그 무렵 국회 법사위 회의 때 내게 갑자기 뜬금없이 그 사건 재판 취하해주면 안 될까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이제와서 문건을 보니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 변론 종결할지 말지 여부는 오로지 재판장이 법정에서 최종 결정하는 권한이다. 근데 재판과 무관한 행정처가 왜 변론 종결 여부를 검토하고 재판부에 개입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언론과 관련해서 행정처는 조선일보를 “최유력 언론”으로 규정했고 상고법원 홍보 기사를 싣도록 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었다. 지역구 의원과 연계해 지역 언론도 활용 대상이었다. 

심지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은 국면에서는 “대북 문제를 제외한 정치적 기본권과 관련된 이슈는 과감하게 진보적인 판단을 내놔야 한다”며 새로 들어설 정권에 코드를 맞추려고 한 정황도 발견됐다. 대법원의 판례가 일종의 하위 재판에 바로미터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걸 넘어서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개별 판사의 판단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고 했던 것이다.

30일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양 전 대법원장의 행정처에서 한일 양국의 위안부 합의 이후 피해 할머니들의 소송전에 대비하려고 했다는 정황을 확보했다.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 간의 위안부 합의가 타결됐고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행정처는 평생을 일본 정부의 만행을 알리고 법적 배상과 사과를 받기 위해 분투해왔던 할머니들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었고 오직 정권의 유불리 차원에서 5가지 시나리오를 짰다. 

서기호 전 의원처럼 설득이 불가능한 경우 강하게 고립시키려고 했던 행정처. (사진=서기호 전 의원의 페이스북)

일종의 위안부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서 대비용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인데 △한국 법원에 재판권이 없어서 소송 자체가 불성립 △재판권을 인정하되 정부의 통치 행위로 판단해 소송을 어렵게 함 △시효 소멸 △정부 협상에 따른 개인청구권 소멸 △할머니들의 손을 들어주면 일본 정부의 강력 반발과 박근혜 정부에 부담을 줄 우려 등이 있다. 

행정처는 결론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첫 번째 시나리오를 택했고 실제 소송 제기 이후 2년6개월 동안 한 번도 심리를 열지 않았다. 그 사이 피해 할머니들의 절반 이상이 눈을 감았다.

한편, 이번 문건 공개에서 일부는 지극히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직결된다는 이유로 비공개 조치가 취해졌다. 특히 위에 거론된 의원들 외에 ‘20대 국회의원 분석’이라는 문건은 정당별 의원들에 대한 전체 성향을 구체적으로 분류해놨는데 현 행정처는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어 위법 논란을 고려해 비공개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상고법원 반대 기고글을 쓴 차성안 판사 사찰 관련 문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가장 먼저 문제제기했던 이탄희 판사 관련 문건도 통신비밀보호법을 명분으로 비공개 처리했다.

차 판사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체를 비공개하면 숨길 사실이나 비호해줄 판사들이 많다는 의심을 사기 쉽다. 정말 이탄희 판사 당사자나 기타 문건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비공개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 의사를 물어 선별적 익명화나 비공개 조치를 취하는 대안도 존재하는데 두루뭉실한 이유로 전체 비공개하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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