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후안무치’는 사법농단 ‘특별법’으로
사법부의 ‘후안무치’는 사법농단 ‘특별법’으로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7.3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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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사법농단 관련 영장 기각, 특별재판부 설치 필요성 제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법농단에 대한 수사가 사법농단의 당사자인 법원의 비협조로 지지부진 하다. 이에 특별 재판부에 대한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허경호·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는 연이어 사법농단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나머지 대법관들과 연차가 있는 고위 법관들은 사법농단 수사에 비협조적이다.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농단 특별법 공청회>에 참석해 좌장을 맡은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 입장에서 후안무치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적 의혹에 법원 내부의 조직보호 논리로 임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법원은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했다.

사법농단 특별법 공청회가 열렸는데 국회 현실을 봤을 때 통과되기까지 엄청난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상희 교수는 사법 개혁을 위해 노력한 헌법학자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법농단 특별법 공청회가 열렸는데 국회 현실을 봤을 때 통과되기까지 엄청난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법농단 특별법 공청회가 열렸는데 국회 현실을 봤을 때 통과되기까지 엄청난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현재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은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모 전 기획제1심의관(부장판사)의 이메일 자료 훼손이 우려돼 청구된 보전조치 영장마저도 기각됐다. 

사법농단 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의 분위기는 법원이 나서서 범죄를 은폐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만이 한가득이다.

예컨대 검찰의 경우 비리를 저지른 검사가 있으면 ‘특임검사’나 ‘특별수사본부’ 또는 입법을 통한 ‘특별검사’를 통해 독립적인 수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법부는 강제 수사를 위한 영장 발부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부 비위 사실에 대해서 공정하게 사법적 절차를 밟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보통 일반 시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십중팔구 다 발부되는데(작년 기준 기각률 1% 미만) 법원 구성원에 대한 것은 줄줄이 기각되고 있어서 합리적인 영장 발부 요건에 대한 판단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임지봉 교수는 사법부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 사법부가 심판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공청회에서 토론을 맡은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농단 사태의 피의자는 법원인데 피의자가 자료제출 범위에 대해서 결정하는 것은 웃긴 일이다.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는 일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많은 국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자동적으로 발부해놓고서는 (자기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재차 연거푸 영장을 기각한 사실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흔히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초임 판사들은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의 고위 법관들은 무척 방어적이다. 영장전담판사는 후자가 맡고 있기 때문에 사법농단에 대한 영장은 계속 기각되고 있는 것이다.

오지원 변호사는 공청회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현재 법원 행정 절차상 관할 구역 내의 영장 발부 업무는 미리 지정된 판사에게 맡겨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명수 대법원장의 지시로 그걸 임의로 바꿀 수 없다. 법원 내부의 절차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들어서 특별 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농단 특별법 공청회가 열렸는데 국회 현실을 봤을 때 통과되기까지 엄청난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지원 변호사는 현재 영장전담판사를 임의 조정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말하자면 고참 판사가 자꾸 관련 영장을 기각하고 있고 법원 내부적으로 김 대법원장이 임의적으로 다른 판사에게 영장 발부 업무를 맡길 수 없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가 더딜 수밖에 없고 결국 국민 여론을 모아 사법농단 특별법을 발의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특별 재판부가 설치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특별법에 합의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유한국당은 자기 집권 시기에 일어났던 일이라 동의해줄리 만무하다는 점이다. 

사법농단 특별법 공청회가 열렸는데 국회 현실을 봤을 때 통과되기까지 엄청난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염형국 변호사는 특별법의 골자를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은 염형국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프로보노지원센터)는 “사법 독립이라는 미명 아래 더 이상 대법원의 셀프 개혁만을 바랄 수 없다. 사법부는 주권자인 국민의 권익을 실현하기 위한 조직일 뿐이다. 사법농단에 대한 수사를 반대하고 결백하다는 입장만 밝힌 대법관들을 보면 사법부가 처한 현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 하고 있다. 판결을 신뢰해야 한다는 원칙이 너무 절대적이었고 그 일을 하는 사법부는 성역이었다. 검사들이 대법관을 수사하는 것이 삼권 분립에 위배된다는 말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법 위에 군림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그 사법 개혁의 주체가 법원이라는 점이다. 법원은 자신의 개혁을 위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자꾸 기각하고 있다. 

염 변호사는 “영장 발부를 담당할 판사와 관련 재판부의 배정이 공정성과 민주적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 형사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입안한 특별법(사법농단 특별재판 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해당 사건 수사단계에서는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나 체포·구속영장 발부는 현재 법원이 아닌 특별재판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특별영장전담법관이 판단한다. 기소가 되면 추천위에서 추천한 3인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에서 재판이 이뤄진다. 필요시 국민참여재판·생중계·언론 브리핑도 할 수 있는데 그야말로 기존 법원의 손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하고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추천위의 위원은 9인으로 대한변협(대한변호사협회)·판사회의·시민사회에서 각각 3인씩 선정하고 대법원장이 임명하게 된다.

류영재 판사는 피해자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 대한 공정한 재판도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류영재 판사는 피해자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 대한 공정한 재판도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더불어 이날 발표된 피해자 구제 특별법(사법농단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보고서에 언급된 사건 등 그 대상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심 특례가 중요하다. 보통 재심의 대상이 되려면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사법행정권 남용의 경우 별도의 추가 증명없이 재심 대상에 오르게 된다. 법원 문제로 인한 피해와 재심이기 때문에 인지대나 송달료 등 의무적 소송비용도 면제된다.

한편, 토론을 맡은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는 사견을 전제한 뒤 “피고인들이 공정한 재판을 침해받았다고 할만한 부분도 고려해서 보완해야 한다. 판사들을 특별재판부추천위원회가 선정하는 게 아니라 기계 배당을 해서 판사를 선정하고 선정된 판사들 중 제척 사유가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며 특별법의 판사 배정 문제에 대해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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