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500일 농성 ·· ‘형제복지원’ 피해자 “관심 좀 가져달라” 
국회 앞 500일 농성 ·· ‘형제복지원’ 피해자 “관심 좀 가져달라”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3.21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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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 서운 오히려 바른미래당 더 적극
특별법과 과거사법 다 중요 
과거사 정리는 현안 중의 현안
피해자로서의 삶
자유한국당이란 벽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회 정문 앞 찬 바닥에 농성장을 차린지도 500일이 흘렀다. 검찰총장도 만났다. 

21일 점심 시간에 농성장에서 최승우 활동가(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를 만났다. 

2018년 11월27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문무일 검찰총장을 만났다. 문 총장은 진정어린 사과와 함께 눈물을 훔쳤다. 문 총장은 검찰이 군사 정권의 외압에 굴복해 사건을 덮어버렸다는 역사적 죄과를 인정하고 대법원에 비상 상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jtbc 등 몇몇 언론이 사건을 조명했지만 아직 최 활동가는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최승우 활동가는 500일 동안 국회 앞에서 노숙 농성을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 활동가는 “지난주부터 자유한국당 행정안전위위원회 간사나 국회의원 보좌관들을 만나고 있다. 보좌관은 이렇게 말한다. 이채익 간사(한국당) 보좌관은 저번에 국회에서 과거사를 한 번 논할 때 무조건 반대했던 게 아니고 한 번 더 검토를 해보고 다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국회가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나서야 하지만 무척 소극적이다. 2016년 재발의된 특별법(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법률)과 2018년 발의된 과거사법(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등 두 개 법률이 있지만 국회는 무척 소극적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 전쟁 때까지만 하고 그 이외에 현대사 사건은 진상규명의 범위에서 제외하자는 한국당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국가가 부랑아라는 이유로 부산 수용시설에 잡아 가두고 온갖 인권 유린을 자행했던 비극적인 현대사다.

내무부 훈령이라는 불법적인 근거로 당시 중앙 경찰과 부산시 공무원 등이 길거리에서 무연고 장애인, 고아 등을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격리 수용했다. 아무 죄도 없이 감금됐고 폭행, 협박, 성폭행, 강제노역 등에 노출됐다. 희생된 공식 사망자만 513명에 달한다. 

(사진=박효영 기자)
무척 고단했을 농성 생활을 돌이켜보는 최 활동가. (사진=박효영 기자)

최 활동가는 “나는 피해자다. 직접 당해서 절실해서 이렇게 (농성)하는 거다. 나와 종선이(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 대표)가 같이 하고 있다”며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82년도에 국가가 만들었던 내무부 훈령 410호에 따라 길거리에서 행색이 초라한 사람들 수상하다 여겨지면 체포를 한 것이다. 부랑아 단속 지침이다. 그때 꿈많은 14살 때 사춘기 시절에 들어가서 19살까지 최고 중요한 시기에 공부를 배워야 하는데 살인하는 것과 사람 때리는 걸 봤다. 나도 두드러 맞고 성폭행을 당하고 오만 인권 유린을 다 당했다. 내가 폭력적이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종선이도 피해자이고 그 아버지와 누나도 같이 정신병원에 있었다. 그렇게 나와도 갈 곳이 없어서 보호시설에 들어가고 그런다. 나와 종선이든 피해 생존자 모두 현재진행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형제복지원 원장이었던 故 박인근씨는 군사정권 하의 허술한 재판에 따라 횡령죄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또한 국가기관의 어느 선까지 책임이 있는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고 국가적인 공식 사과와 보상도 없었다. 당연히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가 하루 빨리 진상규명을 위한 법안 처리를 해야 한다.

최 활동가는 “사실 19대 국회 때 진선미 의원(현재 여성가족부 장관)이 특별법(2013년)을 처음 발의했다. 그때 새누리당은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든다고 반대했었다. 그렇게 19대 국회 때 폐기됐고 다시 진 의원이 발의했다. 바른미래당의 권은희 간사(행안위)가 형제복지원도 있지만 다른 과거사들도 많으니까 같이 (다뤄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과거사법 거기 한 곳으로 뭉쳐졌다”고 말했다. 

특별법과 과거사법은 전략적으로 상황에 따라 상호 작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저희 역시도 과거사는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은 똑같다. 형제복지원만 다루자는 것은 우리 욕심이다. 과거사법에 저희들도 동의했다. 대신 특별법은 밑으로 내려가 있다. 특별법에 따라 위원회가 꾸려지면 군부독재 시절에 형제복지원 뿐만 아니라 전국에 36개 시설이 있었다. 그니까 (과거사법에 따라) 과거사 전체를 가지고 위원회가 꾸려진다면 굉장히 많다. 어떤 위원회에서 얼마나 조사를 하겠는가. 저희는 그때 가면 과거사법 안에서 형제복지원과 시설의 이야기를 하고 거기에 따른 위원회를 구성해달라고 말할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 전쟁이라면 피해자 규모가 얼마나 많겠는가. 그래서 (특별법에 의해서든 과거사법에 의해서든) 따로 위원회가 꾸려져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어 “(국회에서) 권은희 의원을 우연히 만났는데 권 의원은 과거사법이 잘 안 되면 특별법이라도 먼저 통과시키겠다는 그런 뜻을 말해줬다”고 밝혔다. 

최 활동가는 진 의원 외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활동가는 “민주당 홍익표 간사(행안위) 의원실에도 갔다. 내가 보좌관을 만났는데. 형제복지원 특별법이 수면 밑에 가라 앉아있어서 과거사법이라도 원한다. 근데 굉장히 방대해서 논의에 논의만 거듭되고 있으니 형제복지원 특별법도 같이 꺼내라. 꺼내서 투트랙으로 가자고 했더니. 그러면 다른 과거사는 안 해도 된다는 것인가? 그렇게 말하더라. 권 의원의 말을 했지만 보좌관은 바로 분란을 일으키려고 하느냐는 식으로 반응했다”고 토로했다. 

한 마디로 “민주당이 더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것 같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그렇다고 관심을 안 가지는 건 아닌데 (그래도 아쉽다). 진 의원 보좌관도 과거사가 또 논의만 되고 안 되면 특별법을 해보겠다고 그랬다”고 덧붙였다.

국회는 왜 무관심할까?

최 활동가는 “국회가 무관심하다. 지금 처리해야 할 법안이 워낙 많다보니까 거기에 과거사 법안을 그들이 깊은 내막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자료집을 갖다줬는데 유심히 보지만 하나의 사건으로만 보지 깊숙이는 전혀 모르더라. 그런 것들이 굉장히 아쉽고 그들은 (사건에 대한 공감과 깊은 문제의식 없이) 단순히 법만 어떻게 해서 통과시키면 된다는 마음인 것 같다. 상당히 기분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국회는 전반기와 후반기 그리고 경우에 따라 수시로 상임위원회 구성이 바뀔 수 있다.

최 활동가는 “보통 보면 행안위가 꾸려져 있으면 계속 바뀐다. 바뀌면 또 논의하고 또 훑어봐야 하고 그걸 깊이 쳐다보지 않더라”고 비판했다. 

과거사는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 중의 현안이다. 그 이유는 뭘까.

최 활동가는 “선진국을 보면. 독일과 같은 경우 나찌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역사에) 남겨놓는다. 나찌들을 끝까지 처벌하고 피해자들을 제대로 보호하면서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과거사를 쉽게 보면 안 된다.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 과거의 아픈 역사들은 다 해결하고 가야 한다. 그들이(한국당으로 대표되는 과거 지배 세력)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5.18이나 세월호도 다 현재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정문 앞 차려진 형제복지원 특별법 통과 촉구 농성장. (사진=박효영 기자)
국회 정문 앞 차려진 형제복지원 특별법 처리 촉구 농성장. (사진=박효영 기자)

500일 동안 농성 생활을 하는 것이야 더 말해 무엇할까. 무척 고단하고 힘들다.

최 활동가는 “재작년 겨울에 완전 죽어났다. 그때는 발가락에 동상걸릴 정도로 힘들었다. 처음에는 지금과 같은 공간이 아니었다. 진화됐다. 나무판에 비닐만 덮어놨다. 2017년 11월7일에 시작했다. 2017년 겨울 추위에 정말 죽겠더라. 여름에도 온 몸이 물로 살았다. 땀을 많이 흘리면서 완전히 뭐. 겨울과 여름을 보냈다는 게 대단한 것 같다. 봄 가을이 좀 낮지만 요즘 시대는 봄 가을이 짧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점심을 다양한 사람들과 먹는다. 파비앙 살비올리 유엔 특별보고관이 오늘 지지 방문을 왔다. 관심! 그 관심을 가져줄 때 우리들은 힘이 난다. 저희도 기자들이 농성장에 오면 서먹서먹한 관계를 없애려고 아주 친근감있게 다가간다. 편안하게 취재하라고 말한다”며 웃음지었다. 

진 의원, 권 의원과 더불어 고마운 국회의원이 한 명 더 있다. 

최 활동가는 “추혜선 의원(정의당)은 저희들한테 관심이 많다. 종선이와도 누나 동생하는 사이다. 국회의원 되기 전부터”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결국 한국당을 뚫어야 한다.

최 활동가는 “우리나라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얘네들이 이명박과 박근혜까지. 그들이 어떤 가치관을 가졌겠는가. 그들은 부당하다고 항의한 운동권들을 다 죽여버렸다. 그리고 그들이 승승장구했다. 역사의 뿌리가 이승만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여전히 그 사고방식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그 과거사 이야기를 하면 그들이 직격탄을 맞는 것”이라면서도 물론 “한국당도 다 그렇지는 않다. 굉장히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당이 그러다보니 묻어갈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한 사람이 여러 사람들을 이기겠나. 그래서 아직까지 한국당의 뿌리는 친일과 독재다. 5.18처럼 이야기도 그렇게 하지 않는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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