뮐러 특검 마무리
트럼프 대통령의 재무부 제재 철회
스냅백 전제한 제재 완화 방식
UN 채널에서 만나나
폼페이오와 김영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뮐러 특검으로 골머리를 앓던 트럼프 대통령이 홀가분해졌다. 뮐러 특검이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에 장남이나 사위 등이 추가로 연루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추가 기소 대상이 없다는 것은 스모킹건이 없다는 말이다. 미국 민주당은 뮐러 특검의 보고서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고 반발했지만 트럼프 탄핵 기세는 한 풀 꺾였다. 

북한은 4월11일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경고하고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인력을 철수시키는 등 연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 거론됐던 “새로운 길”을 환기하던 중이었다. 

북미 두 정상은 완전한 협상 결렬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강공 모드를 달래려는 의도로 재무부의 추가 대북 제재 공시를 직접 철회시켰다고 공치사했다. 이제 뮐러 특검이란 골칫거리가 사라졌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다시 살아났던 일괄타결의 빅딜 기조를 고집하지 않고 동시 단계적 방식으로 유연하게 비핵화 협상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뮐러 특검의 마무리로 비핵화 협상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사진=백악관)

마침 북한도 철수시켰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인력을 복귀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25일 밤 뉴시스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하노이 회담에서 양측이 스냅백(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부여한 혜택을 다시 거둬들임) 조항을 추가해서 협상 타결을 추진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 속에는 제재를 일부 완화해주되 여의치 않으면 다시 거둬들이는 옵션으로 타협할 아이디어가 있었던 것이다. 만약 북미 고위급 협상이 재개되면 3차 정상회담을 전제한 빅딜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도 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25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 <뉴스공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반역 행위를 했다고 해서 괴롭힘을 당했는데 뮐러 특검은 관련해서 (추가) 기소가 없다고 했다. 이게 끝난 거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유가 생겼다. 이때까지 코언 청문회 등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정치적 압박이 생겼었는데 그게 (제거되면서) 대북 관계를 다시 유화적으로 방향 전환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볼턴의 언론 등장도 더 이상은 줄어들지 않겠는가. 그렇게 북한과 관련해서 강경하게 할 측면이 없어지지 않았을까”라고 내다봤다. 

게스트로 출연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뮐러 특검의 결과 보고서 (전체 내용) 발표는 오늘 아침에 못 했다지만 사전에 보고됐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별거 없다는 보고를 받고 좋아 그러면 내가 이제 국내 정치 때문에 북핵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굉장히 운신의 폭이 좁았었는데 다시 활개를 펼 수 있겠구나. 그동안 밑에 사람들한테 맡겨놨더니 북한을 자극하고 압박하는 발언만 하고 이렇게 해서는 내가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어떤 업적을 가지고 재선하는데 도움이 안 되겠구나. 그래서 다시 직접 나서야 되겠다”라고 관측했다. 

타이밍이 좋다. 우리 시간으로 23일 미국 재무부가 추가 대북 제재를 발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를 명령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에서) 4월11일 14기 1차 최고인민회의가 열리게 돼 있다”며 “(곧) 7기 4차 전원회의를 열어서 최고인민회의에서 통과시킬 그런 어떤 정책같은 걸 통과시켜서 새로운 길을 간다면. (북한이 미국에게) 결정해서 우리는 넘길 것이니 그러기 전에 트럼프가 나름대로 북한 내부의 정치 일정을 감안해서 사인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제 그러면 북미 협상은 언제 재개될 것인가. 

정 전 장관은 “UN 주재 북한대사가 지금 다녀갔으니까 그것을 통해서 미국에 한 번 신호를 보내봐라. 혹시 비공개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건지. 이쯤 미국에서는 사실 UN 채널을 통해 비공개 접촉을 해보자는 사인을 보내야 된다”고 밝혔다.

김어준 총수와 정세현 전 장관은 홀가분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에 다시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캡처사진=tbs)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막판에 스냅백을 전제한 제재 완화에 나설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미국이 영변 핵 시설 폐기 +α 없이도 부분적 제재 해제를 해줄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거래 대상으로 새로운 협상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시스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의 발언문을 입수해서 보도했는데 거기에는 “우리가 현실적인 제안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제재를 해제했다가도 조선이 핵 활동을 재개하는 경우 제재는 가역적이라는 내용을 포함시킨다면 합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신축성있는 입장을 취했다”고 적혀 있다.

두 정상은 어떻게든 타결을 보려고 했으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훼방이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폼페이오 장관이 말미에 정무적 판단을 해서 협상 결렬을 촉진시켰다고 알려졌다. 

그동안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통해 실무 협상을 주도해왔던 폼페이오 장관이 다시 협상의 끈을 이어가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다. 그럼에도 두 정상의 탑다운 의지가 회복됐을 때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실무 협상을 완성시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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