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철 부장판사는 ‘왜’ 이메일을 보냈을까
김시철 부장판사는 ‘왜’ 이메일을 보냈을까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3.29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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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비위 판사 명단 대법원 제출
명단 속 부장판사 동료에게 이메일링 
증인 출석 미루기
국회는 뭐 하는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법원행정처 차장급 고위 판사(임종헌)와 전직 대법원장(양승태)이 감옥에 있기 때문에 사법농단 진상규명이 잘 되고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김시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차관급 고위 법관이다. 김 판사는 27일 <검찰의 2019. 3. 5. 통고 행위의 위법성 등에 관한 법리적 검토>라는 단체 이메일을 동료 판사들에게 보냈다.

김시철 부장판사는 가장 적극적으로 사법농단 진상규명에 저항하고 있다. (사진=한국 법학원)

김 부장판사는 “검찰의 수사자료 통고 행위는 명백하게 위법한 것이므로 이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며 국가공무원법 83조와 검찰사건사무규칙 60조에 따라 “검찰이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한 경우에 수사가 종료되지 않아 아직 내부적으로도 정리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대법원에 통고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고 “법관을 단순한 참고인으로 조사한 경우 이러한 사정을 외부기관인 대법원에 통고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가 나서서 검찰의 위법 행위 의혹을 제기한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자신이 사법농단에 연루됐는데 검찰이 그 명단을 대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법농단 수사팀(한동훈 3차장검사)은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 86명(10명 추가 기소+76명 징계 필요하므로 대법원에 명단 제출)에 대해 조치를 취했다. 

그래서 김 부장판사는 일반 시민들이 겪을 부당한 법적 현실에는 무감하더라도 공개적으로 자기 변론을 하고 있다.  

사법농단 수사팀은 국가기관 간에 자료 공유의 영역을 두고 마치 수사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차원의 위법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76명은 법적으로 기소할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명백히 판사로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수사팀은 사법농단 수사를 벌이면서 이러한 사실을 인지했고 대법원에 그 자료를 넘긴 것이다. 

사실 사법농단에 대한 국민 분노가 최정점일 때 김명수 대법원장이 고심 끝에 직접 고발을 할 수는 없고 검찰 수사 의뢰를 해서 결론에 이르게 됐다. 그때 대법원은 증거 자료를 검찰에 넘긴 바 있는데 수사팀은 이것도 위법적이냐면서 김 부장판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무엇보다 김 부장판사는 사법농단의 당사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 하의 사법농단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정권과 유착한 의혹이 골자다. 이를테면 김 부장판사는 2015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댓글 공작 파기환송심이 시작도 되기 전에 무죄 판결문을 작성했고 재판 일정을 지연시켰다. 법원행정처는 관련 사실을 문건으로 작성해놨는데 결국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 직결된 원세훈 재판의 결과를 입맛에 맞게 맞추려고 한 것이었다. 이게 사법농단이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 인트라넷(코트넷)에 관련 의혹을 부인했고 당시 검찰의 이메일 압수수색을 비판한 바 있다. 김 부장판사가 연루되지 않았다면 이런 행위를 할 이유가 없을텐데 더구나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한 1심 재판은 결국 서울고법으로 항소될 게 뻔한데 김 부장판사는 벌써부터 공정성을 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8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임종헌 전 차장이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임 전 차장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현직 법관들이 여러 핑계를 대고 재판에 불출석하고 있다. 27일 열린 공판에 시진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는 자기 재판 일정과 겹친다는 이유로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시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연루 혐의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인물이다.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으로 일관했고 모든 혐의 사항에 대해 부인함으로써 직접 증인들을 재판에 부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임 전 차장이 그렇게 토스하고 연루 판사들은 재판에 나오지 않는 패턴이 굳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도 똑같은 이유로 증인 신문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부장판사는 감봉 5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사실 사법부 구성원들의 자기 방탄이 심각해질 것은 충분히 예견됐다. 그래서 삼권 분립에 따라 국회가 △국정조사 △특별재판부 설치법 △법관 탄핵 등으로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사법농단 자체가 자기 치부와 관계됐다고 보는 자유한국당이 국회 방탄을 주도하고 있어서 논의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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