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로 읽는사회] 왜 뉴트로? “과거로의 희귀는 퇴보가 아니야...”
[EQ로 읽는사회] 왜 뉴트로? “과거로의 희귀는 퇴보가 아니야...”
  • 신현지 기자
  • 승인 2019.04.29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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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감성, 소환한 과거에 현재를 덧입힌 새로운 놀이
(사진=신현지 기자)
뉴트로 열풍에 사라졌던 포장마차가 옛모습을 되찾고 있다 (종로3가포장마차촌)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린 것,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 추억으로만 묻어두어야 하는 것. 천만에 아니다. 과거는 또 다른 새로움이다. 

요즘 과거의 향수와 새로운 경험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부쩍 늘면서 7~80년대 유행하던 운동화, 빅 로고 티셔츠, 통바지, 청청패션, 봄버자켓, 곱창머리끈, 컬러풀한 머리장식 등이 거리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즉, '뉴트로(Newtro, New+Retro)' 감성 열풍이다.

뉴트로(Newtro, New+Retro)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다. 다시 말해 뉴트로는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으로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2~30대들이 겪어보지 못한 과거를 새로운 경험으로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기존 ‘복고’ 와는 차이가 있다.

최근 박현숙(55세)씨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경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면 35년 전의 수학여행의 재현이다. 이날 이들 20여 명이 투어버스에서 내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경주문화원, 이곳에서 박씨 일행들은 문화원의 특별체험관에 마련된 교복으로 갈아입고 35년 전 당시 수학여행 답사지였던 천마총, 첨성대, 경주박물관, 불국사, 분황사 등지를 돌며 고교시절의 추억을 만끽했다.

옛 학교를 재현한 김유정 문학관 (사진=신현지 기자)
중장년층들의 추억여행에 옛 학교를 재현한 문학관들이 늘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당시 유행하던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부르며 잔디밭에 둘러 앉아 통기타반주에 고고춤도 추었고 당시 먹던 추억의 먹거리 탐방도 했다. 이들이 이렇게 과거를 소환하며 1박 2일 경주추억여행을 하는 동안 경주 보문단지는 전국각지에서 몰린 중장년층의 추억여행자로 북적였다.이처럼 중장년층들이 옛 그대로인 과거소환이라면 과거를 겪어보지 못한 2~30대에는 과거를 소환하고 현재를 덧입혀 새로움과 신선함을 초점에 두고 있다.

최우경씨(34세)부부는 얼마 전 결혼 1주년 기념으로 북촌의 한 사진관을 찾아 흑백사진을 찍었다. ‘아날로그 감성’, ‘촌스러운 감성’ 등으로 치부하며 유행이 지나버린 흑백사진이 다시 선풍적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에 이들 부부도 흑백폴라로이드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직접보니 피사체의 색감에 매이지 않고 이미지만을 부각시킨 흑백폴라로이드에 담긴 이들 부부의 모습은 기존의 흑백사진과는 다른 색다른 분위기의 신선함이었다. 이 같은 새로움에 최우경 씨는 “인물의 이미지를 살리면서 빈티지한 느낌으로 정감 있고 우아하게 표현할 수는 아날로그 감성에 자연스럽게 끌렸다” 라고 말했다.

돌아온 포장마차촌에 퇴근길 직장인들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돌아온 포장마차촌에 퇴근길 직장인들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특히 그는 “ 과거와 현재가 공존이 가능한 흑백폴로로이드는 소품에 따라 개화기는 물론 현대의 발랄한 분위기까지 연출할수 있어 결혼 1주년의 특별한 기억으로 남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흑백폴라로이드 매력에 빠진 고객들이 늘면서 사라져가고 있던 사진관들이 골목골목 다시 활기를 얻고 있다. 

'뉴트로(Newtro, New+Retro)' 감성은 스크린에서도 그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안방에 흥행을 끌면서 1970~80년대를 주름 잡았던 세계적 밴드 ‘퀸(Queen)’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극장가를 뒤흔들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열풍을 일으키면서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위 아 더 챔피언스’(We Are The Champions)를 비롯해서 퀸의 곡들이 4위에서 10위까지 모두 차지했다.
안방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역시도 거리에 개화기 패션을 자연스럽게 불러들인 일등공신이라는 점도 뉴트로 감성열풍과 함께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가요계도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뽕짝이라 불리며 침체기를 보였던 트로트가 다시 붐을 일으키고 있다. 그 예로 ‘미스트롯’을 들 수 있는데 최근 미스트롯이 가요계의 열풍을 일으키며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통 트로트를 중심으로 세미·댄스 트로트 등 트로트 장르를 폭넓게 선보이고 있는 ‘미스트롯’은 미스코리아를 연상시키는 무대 연출과 노출 있는 의상으로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것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옛 감성을 자극하는
옛 감성을 자극하는 복고풍이 속속등장하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방송관련지에 따르면 '미스트롯' 1회는 시청률 5.889%을 기록하며 동 시간대 예능 1위를 차지했다. 이후 가속도가 붙은 '미스트롯'은 6주 만에 시청률 11.185%를 달성했다. 중요한 것은 기존에 트롯에 열광하는 세대가 중장년층이었다면 돌아온 트롯은 세대를 불문한다는 점에 있다. 관련자들은 “'미스트롯'이 복고열풍에 힘을 얻은 것 같다.”며 “한국의 음악시장에 어떤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될 지 궁금하다" 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뉴트로 감성 열기는 외식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찾은 종로3가에는 다시 돌아온 포장마차의 열기로 밤 문화가 재현되는 모습이었다. 기성세대들도 잊고 있었던 연탄불에 구운 황태와 먹태, 오징어, 꼬막, 낙지. 특히 그동안 보이지 않던 병맥주가 이색적이었다.

하지만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의 위로가 되어주었던 기존의 포장마차와는 달리 돌아온 포장마차의 음식가격은 만만치 않았다. 길거리 포장마차로 생각했다가는 낭패를 당할 만큼 고급레스토랑 가격과 흡사했다.

그런데도 이색낭만을 찾는 퇴근길 직장인들로 포장마차촌은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루는 모습이었다. 이날 직장인 H(34세) 씨는 “옛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한 포장마차를 접해보는 것이 색다른 묘미가 있다.”며 “역시 생각했던 것처럼 소박하고 털털한 분위기가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물어가는 밤풍경을 보며 술을 마시는 재미는 포장마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복고에 새로움을 덧입힌 ‘뉴트로 감성’ 열풍은 서울 마포구 상수동과 망원동, 광진구 성수동, 중구 을지로 등 거리 곳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오래 전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 같은 좁은 골목에 허름한 철물점과 오래된 제지공장들. 

시간이 멈추어 버린 것같은 옛 건물에 뉴트로 감성을 덧입힌 카페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자리한 현대적 건물들. 오래 묵은 자개장과 식물카페 등이 혼합되어  독특한 공간 연출로 젊은이들을 불러들이는 을지로의 한 카페 주인은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이 경험해보지 않은 이색 경험을 추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다.”며“옛것을 바탕으로 새롭게 재생된 복고를 고민해야만 고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어 끌어들이는데 이것이 만만치 않다” 라고 말했다.

과거의 향수를 넘어 신선함으로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뉴트로 감성’ 열풍에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왜 뉴트로인가? 라는 질문에 따른 답을 이 같이 내놓았다.

“늘 새로운 것을 찾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싫증은  지루함을 넘어 싫은 느낌 그 자체다. 뉴트로는 보다 강력한 자극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움을 경쟁하는 차원을 넘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색경험을 추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 세대에게 과거로의 희귀는 퇴보가 아니라 새로움을 찾는 그들의 놀이가 된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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