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전 경찰청장 ‘구속’ ·· 보수 정부의 ‘경찰 악용’
강신명 전 경찰청장 ‘구속’ ·· 보수 정부의 ‘경찰 악용’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5.16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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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명 외에 3명은 기각
친박계 당선을 위해 지역 정보 수집
국정원, 기무사에 이어 경찰마저
검경의 신경전으로 해석되는 요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또 한 번 전직 경찰 수장이 철장 신세에 처했다.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는 15일 23시 즈음 강신명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 전 청장의 혐의는 2016년 20대 총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해서 친박근혜계에 유리한 정보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당시 강 전 청장이 친박 후보들의 △출마 지역 △지역 맞춤형 공약 매칭 등 전국 ‘정보경찰’ 조직을 활용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강신명 전 청장은 구속됐지만 이철성 전 청장은 구속을 면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강신명 전 청장은 구속됐지만 이철성 전 청장은 구속을 면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작년 10월 조현오 전 경찰청장도 정치 개입(이명박 정부 때 댓글 공작 지휘 혐의)으로 인해 구속된 바 있다. 

공직선거법 9조 1~2항에 따르면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될 뿐 아니라 “경찰은 이 법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신속 공정하게 단속 및 수사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85조 1항~2항에는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돼 있고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신 판사는 “영장 청구서에 기재된 혐의와 관련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 등과 같은 구속 사유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신 판사는 불법이 자행됐던 그 시기에 강 전 청장을 선거 개입의 수괴로 보고 같이 영장 청구된 하위 직책 인사 3명(이철성 전 경찰청장·박화진 경찰청 외사국장·김상운 전 경찰청 정보국장)에 대해서는 기각했고 “사안의 성격, 피의자의 지위 및 관여 정도, 수사 진행 경과, 관련자 진술 및 문건 등 증거 자료의 확보 정도 등에 비춰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 전 청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청와대가 시키는 대로 선거 동향 등 정보를 수집해 넘겼을 뿐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청와대가 판단했다”면서 사실상 선거 개입 혐의를 인정했다. 

지난 1일 한겨레는 정보경찰이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 캠프의 비선 역할을 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 위원장)으로부터 문건을 확보한 것인데 그 내용은 <안철수·박원순 단일화 좌파 결집 가속화>와 같은 것으로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보고된 것으로 추정된다.

보수 정권 10년 동안 △국가정보원 △국군 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검찰 △보훈처 등과 더불어 경찰까지 정치 개입에 동원됐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2부에 따르면 △강 전 청장 △이 전 청장 △김 전 국장이 보수 정권 재임 기간인 2012~2016년 순서대로 경찰청 정보국장으로 재임하면서 여권에 비판적인 세력들에 대한 위법 정보를 수집하고 사찰했다. 그 피해자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정부에 불리한 행위를 하는 모든 조직과 인사들을 가리지 않았다.

박창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광역2계장이 15일 버닝썬 게이트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창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광역2계장이 15일 버닝썬 게이트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이번 영장 발부가 사안 자체로도 중대한 측면이 있지만 검경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뤄지는 시점이라 묘한 상황이다.

현재 검경수사권 조정 입법 논의로 인해 검경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마침 검찰에 불리한 김학의씨(전 법무부 차관), 경찰의 약한 고리인 버닝썬 수사 등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위로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로 인해 기소 독점권이 견제받고, 아래로는 경찰의 1차 수사 종결권 도입으로 권한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연일 언론 플레이로 국민 기본권을 내세우면서 경찰을 견제하고 있다. 

경찰은 버닝썬 사태의 핵심인 가수 승리와 유인석씨(유리홀딩스 전 대표)에 대한 영장을 신청했지만 14일 기각됐다. 특히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버닝썬 게이트의 뒷배를 봐준 인사로 지목된 윤규근 전 총경의 뇌물죄(금품 수수)와 김영란법 위반(식사·골프·콘서트 티켓 제공)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오직 직권남용 혐의(강남 경찰서 후배에게 승리와 유씨가 차린 몽키뮤지엄 수사 상황을 알아보도록 지시)만 적용해서 검찰에 송치했다. 당연히 승리나 유씨를 세게 수사해서 스모킹건을 잡거나 윤 전 총경을 다치게 하면 경찰 윗선이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봐준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경찰은 경찰대로 자기 생존을 모색하고, 검찰은 검찰대로 경찰을 견제하기 위해 전직 경찰 수장들에게 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가정이다. 특히 승리와 유씨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 신 판사가 강 전 청장에 대해서는 발부한 상황이라 개별적인 사안이 복합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아무래도 서초동(서울시 서초구 법조계 근무 지역)으로 근무지가 같은 검찰과 법원은 경찰보다는 상호 관계가 좀 더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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