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수사권 조정의 키 경찰 개혁
조국 민정수석은 정보 경찰의 남용 지적
경찰 개혁의 방향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은 최근 들어 검경수사권 조정 현안과 관련 검찰의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해왔다. 문 총장 입장에서 위로는 공수처 설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으로 아래로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조직의 권한이 축소될 위기라고 여겼기 때문에 부랴부랴 움직이는 모양새였다. 

그동안 문 총장의 반발에 공식적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경찰이 최초로 입장을 밝혔다. 현재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에 올라간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찰 개혁의 성과와 과제 당정청 협의>에 참석해 “정부(법무부와 행정안정부)가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제시하고 국회에서 의견이 모아진 결과물이다. 그 공론화 과정에서 관계기관은 물론이고 각계의 의견이 폭넓게 수렴됐고 심도있는 토론을 거치는 등 충분한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 만큼 이를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부합된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대해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문 총장은 연일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조정안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세계적인 트렌드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인데 한국 검찰은 △수사권 △수사 지휘권 △영장 청구권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다. 문 총장도 그런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마냥 명분없이 권한 분리에 부정적일 수는 없다. 

대신 문 총장은 수사 착수권과 수사 종결권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논점을 강조했다.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지 않아도 된다면 아무리 사후 견제권(보완 수사 요구권/보완 수사 불응에 따른 직무배제 및 징계 요구권/시정조치 요구권)을 검찰이 가진다고 해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된다는 요지다. 

문 총장이 말하는 “소 잃는” 상황이란 것은 중앙집권화된 경찰 권력이 수사권을 남용하는 경우로서 △정보 경찰의 월권 문제 △수사의 공정성과 전문성 부족 등으로 국민 기본권 침해가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문 총장의 주장과 별개로 자치경찰제나 권한 분산으로 경찰 개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민 청장은 “권력기관 중 가장 먼저 경찰개혁위원회를 발족하고 각계의 요구를 적극 수렴하고 330여개의 과제를 발표하고 추진해가고 있다. 국민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현장 인권상담센터 개설 △집회시위 관리에 있어 차벽과 살수차 배치 원천 차단 △정보기관에 인권영향평가제도 도입 △영장심사관제 도입 등을 사례로 들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당정청 협의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주재로 진행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 청장은 문 총장의 반발을 인식한 듯 “수사는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첫 관문이다. 견제와 균형의 민주적 원리가 더욱 충실하게 작동돼야 한다”며 “국민은 특정 기관의 독점적 권한을 국가 간에 나눠서 반칙과 특권을 없애고 각 기관이 주어진 역할을 더욱 책임있게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수사권 조정의 진정한 국민 여론”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수사권조정 법안은 이러한 국민적 요구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민 청장은 조정안과 관련 △검경 협력관계 설정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의 1차 수사권 및 수사 종결권 부여 △검사의 직접 수사 제한 등을 기본 논의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사법 개혁에 관심이 많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협의에 참석해서 “경찰 개혁, 검찰 개혁 이와 관련된 검경수사권 조정 이 모두는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지 특정기관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며 “이걸 잊으면 국민들의 신뢰라는 각 기관의 존립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검경의 갈등에 대해 박 최고위원은 “그동안의 모습은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아쉽다. 예전에 행안부와 법무부가 합의했던 내용들 패스트트랙 내용들 이런 것에 정확하게 기반해서 이야기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아전인수하거나 침소봉대하는 일이 종종 있어 왔다. 이런 모습은 다시 보여주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권력기관 개혁의 중심에 국민의 이익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주민 최고위원은 권력기관 개혁의 중심에 국민의 이익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비공개 회의 이후 그 결과를 발표했고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일반 경찰의 수사 관여 통제와 자치경찰제 시행(국가수사본부 신설/수사부서장의 수사 지휘감독권 행사/경찰청장이나 지방청장·경찰서장 등 관서장은 원칙적으로 구체적인 수사 지휘 불가/자치경찰제 법제화 노력 및 시범운영지역 선정 심사위원회 가동) 
②국가인권위원회의 경찰 통제를 확대하고 경찰위원회의 관리감독 권한을 대폭 강화(경찰위원회가 정보 경찰 등에 대한 통제를 담당하는 한편 주요 정책・법령・예규 등을 빠짐없이 심의)
③정보 경찰 통제시스템을 확립해 정치 관여·불법 사찰을 원천 차단하고 경찰대를 개혁(법령상 정치 관여 시 형사처벌을 명문화/경찰 정보 활동의 범위를 명시/경찰대의 고위직 독점 해소를 위해 신입생 선발 인원을 50명으로 축소/편입학 허용 및 각종 특혜 축소)
④수사 과정 전반에 걸쳐 인권침해 방지 장치 마련 및 수사 전문성 강화(영장심사관제/영상 진술녹음 확대/메모권 보장/범죄 수익 추적수사팀 운영)

조국 민정수석은 경찰 개혁의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조국 민정수석도 이날 참석해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월14일 권력기관 구조개혁에 대한 종합 방안을 발표한 이후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군 기무사 개혁을 위해 쉼없이 달려왔다”며 “패스트트랙에 오르지 못 했던 자치경찰제, 일반 경찰과 국가 경찰의 분리, 정보 경찰의 개혁 등 경찰 개혁의 과제도 속도감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천명했다.

검찰 개혁을 위해서라도 경찰 개혁이 필수적인데 조 수석은 이를 위해 △자치경찰제 추진 △민생·치안 관련 권한은 국가 경찰에서 자치 경찰로 이관 △일반 경찰과 수사 경찰을 분리해서 국가수사본부 신설 △정보 경찰의 불법 행위가 항구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법률 개정 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